금배지들의 기숙사?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4.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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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맞은편 신축 오피스텔, 의원들 대거 입주로 화제
초선 비중(62.5%)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17대 국회에서는 의원들의 숙소 문제를 놓고도 화제가 끊이지 않는다. 영남 출신인 한 초선 의원은 요 한달 사이 여의도 일대 오피스텔의 임대료 동향을 ‘업자 수준으로’ 꿰뚫게 되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가까우면서도 쓸 만한 숙소를 물색하느라 여의도 일대를 뒤지고 다닌 결과다.

이런 와중에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국회 맞은편에 신축한 오피스텔이다. 한 대기업이 시공·분양한 이 오피스텔은 지난해 12월부터 입주가 시작되었는데도 지난 한 달 동안 때아닌 특수를 누렸다. 지방 출신 당선자 상당수가 이 건물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정가 최대의 뉴스메이커인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열린우리당)가 이 건물 21평형 오피스텔에 5월 말 입주한 것을 비롯해 양형일(열린우리당)·홍문표·이계경(한나라당) 등 여야 당선자 10여 명이 잇달아 입주 계약을 확정하면서 이 건물은 ‘의원 기숙사’로 통하고 있다. 초선뿐 아니라 ㅁ·ㅇ 의원 등 열린우리당 중진 의원들도 이 건물을 개인 아지트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동료 의원들의 권유로 애초 ‘기숙사’ 일원이 될 뻔했던 열린우리당 장향숙 당선자는 중도에 마음을 바꾸었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숙소를 고른 유일한 기준은 휠체어를 타고 화장실 출입이 가능한가였다”라고 장당선자는 말한다. 후보 시절, 여의도에 휠체어 출입이 가능한 호텔이 없어 러브 호텔에서 잠자리를 해결하는 고초를 겪었던 그녀는 이같은 기준에 따라 인근 ㅁ오피스텔을 숙소로 최종 확정했다.

금배지들이 기거한다고 화려한 숙소라고 상상하면 오산이다.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 건물에 입주한 당선자 대부분은 21평 또는 22평 형을 선택했다고 한다. 임대료는 보증금 천만원에 월세 70만~80만원 수준. 원룸 형태로 실평수가 11평 남짓한 이들 방은 침대 하나, 소파 하나 놓으면 꽉 찰 만큼 공간이 비좁다. 이 일대가 서울시가 지정한 주차 억제 지역이다 보니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그럼에도 초선들은 의정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라면 웬만한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고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양형일 당선자측은 “‘일하는 국회’의 취지에 맞춰, 일부러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는 곳에 숙소를 정했다. 출퇴근 시간을 아껴 의정 활동에 쓰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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