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은 지금 운전중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4.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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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 자가 운전하는 선량 크게 늘 듯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은 요즘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국회로 출퇴근한다. 16대 국회 때부터 자가 운전을 해 온 그는 최근 벌점이 누적되어 45일간 면허를 정지당했다. 김의원이 자가 운전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경제적인 문제가 컸다. 운전을 담당하는 7급 수행비서의 월급이면 인턴 직원과 지구당 당직자 등 2명에게 월급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챙겨야 할 식구는 많은데 돈은 없으니 스스로 운전대를 잡는 고육지책을 쓴 것이다.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 국회의원의 30~40%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그가 운전대를 잡게 된 한 이유였다.

17대에는 김의원처럼 자가 운전을 하는 국회의원이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한 한나라당 윤건영 의원은 출퇴근 때는 본인이 직접 차를 운전하고, 낮 시간에는 사안에 따라 보좌진을 활용할 생각이다. 그는 “7급 수행비서를 쓰지 않는 대신 정책 능력이 있는 보좌진을 더 채용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주호·박재완·최구식 의원도 윤의원과 생각이 같다. 열린우리당 백원우 의원도 자가 운전을 하거나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자가 운전은 물론, 당과 국회를 오갈 때는 ‘자전거’를 이용할 계획이다. 17대 국회의원 중에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과 한나라당 이성권 의원이 아직까지 차가 없다. 그러나 두 사람 다 조만간 차를 구입할 계획이어서 ‘차 없는 국회의원’은 보기 어려울 것 같다.

국회의원들이 자가 운전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권위적인 모습을 깨는 신선한 흐름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차라리 그 시간에 자료를 읽고 의정 구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김부겸 의원은 “주차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는 등 자가 운전을 하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불필요한 권위와 각종 오명을 버리고 열린 국회의원, 국민과 함께 하는 국회의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변화의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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