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마당] 김종필·김대중·이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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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5.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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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논쟁’ 휴전 선언 JP 통일론으로 제2 전선 구축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총재. 그는 말로 먹고 사는 정치권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말의 연금술사’이다. 때로는 퉁명스러운 한마디 말로, 때로는 유장한 비유와 현란한 수사학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어려운 국면을 돌파하는 정치인이 JP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정치 언어에 대한 평가는 그와 어떤 정치적 함수 관계에 놓여 있는가에 따라 감탄으로, 혹은 비난으로 나타난다.

오랜만에 병석을 털고 나온 JP는 자기의 주무기인 ‘말’로 점점 굳어져 가는 양김 구도 돌파를 시도했다. 양김 구도로 정치 상황을 끌고 가려는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를 향해 그의 불투명한 군 경력을 들먹이며 애국심에 대한 의문까지 은근슬쩍 흘린 것이다. JP의 말 공세는 곧 정가에 때아닌 ‘색깔 논쟁’까지 불러일으켰다. 김총재의 공세에는 양김 구도 흔들기라는 목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권전략상 보수층에 접근하려는 DJ에게 뼈아픈 일격을 가하고, 원조 보수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정치 효과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JP는 뒤늦게 야당 공조가 절실하다는 이유로 DJ를 향한 화살을 스스로 거두어들이며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그러나 자민련 주변에서는 ‘JP의 2탄을 기대해 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돈다. 그의 측근들은 정기국회 대표 연설 역시 현 정부에 대한 점잖은 충고와 탁월한 시국론으로 관심을 끈 지난번 국회 연설 못지 않은 ‘명작’이 나올 것이라고 장담한다. 실제로 김총재는 병석에서도 대표 연설문을 구상하고 관계자들과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김총재는 이번 국회 연설에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통일관을 밝히면서, 정부의 혼란스러운 대북 정책과, 공식에만 집착하는 양김의 통일 방안을 두루 비판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주요 공격 대상은 철학과 비전을 결여한 일관성 없는 김대통령의 통일 정책이 되리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상황에 따라 변화 무쌍하게 적과 동지를 달리하면서 전선을 형성하는 JP의 ‘말 정치’는 취약한 제3 정당의 입지를 강화하는 나름의 ‘탁월한 생존 전략’이라는 풀이도 있다. 운동 경기만 보더라도, 전력상 분명히 열세인 팀에서는 말싸움으로 상대방을 자극해 실수를 끌어내는 전술을 종종 활용하곤 한다. 그러나 현란한 그의 행보에 어지럼증을 느끼는 국민도 적지 않다.

DJ, 그림자 내각 구성 착수‘절반의 대통령’ 기분낸다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미리 ‘대통령 기분’을 즐긴다? 지난 10월1일 DJ는 국군의날 행사장에 참석함으로써 ‘YS 다음은 나’라는 점을 은근히 과시했다. 대권 도전 의사도 피력했다. 한국을 일류 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출정가이다. 사전에 앞뒤를 꼼꼼히 재고 언론에 어떻게 비칠까 노심초사하던 예전의 DJ 모습이 아니다. 그는 요즘 제1 야당 총수로서 국정 절반을 책임지는 듯한 행보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DJ가 ‘그림자 내각’을 구성한다. 10개 분야 별로 특별보좌관 직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정치 특보 길승흠 서울대 교수, 언론 이영일 전 의원, 국방 천용택 전 국가비상기획위원장, 법률 노경수 변호사, 여성 신낙균 여성유권자연맹 회장, 경제 허재영 전 건설부장관, 외무·통일 이동원 전 외무부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DJ가 집권한다고 해도 이들이 전부 내각에 포진할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선거용 성격이 강하다. 이들은 이른바 중산층의 ‘DJ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면면이 그렇다. 모두 관계·학계 등에서 쟁쟁한 인물이다. 그러니까 중산층에 안도감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보직 신설에서도 DJ의 대권 의지가 여실히 읽힌다.

“진짜 순 참 보수는 나”이철승 ‘우익 깃발’ 펄럭

‘신보수’와 ‘원조 보수’의 싸움판에 ‘정통 보수’까지 뛰어들었다. DJ가 보수 성향의 중산층을 공략하기 위해 신보수론을 펼쳐 나가자 JP는 ‘보수의 원조는 나’라며 원조 보수론으로 치고 나왔다. 그러자 이철승 전 신민당 최고위원이 오랜 침묵을 깨고 “웃기는 얘기들 그만 해라. 진짜 정통 보수는 바로 나”라면서 보수 인맥의 정치 세력화를 외치고 나왔다.

사실 이씨로 말하자면, 너무 지나쳐서 탈일 정도로 보수적인 동시에 우익이다. 40년대 말 고려대 재학 때부터 반공의 선봉에 나선 이래 5,6공을 거쳐 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그는 우익의 목소리를 앞장서 대변해 왔다. 그런 이씨가 최근 건국 세력과 6·25 호국 세력 등 우파 인사들을 중심으로 보수 정당을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쳐 눈길을 끌고 있다. 이씨의 논리는 “정통 보수 세력이 힘을 모아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위협 받는 이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자신은 내년 총선 때 전북 전주에서 출마할 생각이다.

그동안 이씨는 자유민주민족회의나 자유수호총연맹 같은 우익단체 활동를 통해 정치 재개를 위한 준비 작업을 꾸준히 해 왔다. 그러던 차에 현 정권의 인기가 날로 떨어지고 보수의 주가가 오르자 정통 보수 깃발을 내건 것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세대 교체 바람이 거센 요즘, 72세 우파 정객의 위험한 정치 실험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그리 고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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