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실정 파헤친 ‘칼날 의원’ 11인
  • 崔 進·吳民秀 기자 ()
  • 승인 1995.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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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보좌관·전문위원이 뽑은 ‘국감 우등생’… 국민회의 6, 민주 3, 민자 2
한국에서 국정감사는‘의회 정치의 잔치 마당’이다. 국회의 주요 기능인 행정부 감시를 20일 동안 집중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거기서 피고지는 꽃들은 많다. 하지만 언론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지는 꽃이 아니라 피는 꽃이다.

<시사저널>은 각 상임위원회 위원 및 보좌관, 그리고 상임위 별로 배정된 각 당 전문위원들을 상대로 활짝 핀 꽃들을 취재했다. 4당 구도에서 처음 치르는 14대 마지막 국정감사의 우등생들을 골라낸 것이다. 이번 국정감사의 한 가지 특징은 과거 스타 의원을 배출한 보건복지위·농림수산위가 하향 곡선을 그린 반면, 예전에는 조용했던 상임위가 도드라졌다는 점이다. 그래서 운영위·농림수산위·보건복지위·정보위는 이번 평가에서 제외했다. <편집자>
5·18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서명과 성명 움직임, 그리고 대규모 시위는 국정감사 기간 내내 전국을 휩쓸었다. 검찰의 ‘공소권 없음’ 결정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정치를 거리로 옮겨놓은 것이다. 국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법사위는 그래서 진작부터 달궈졌다. 법복을 벗자마자 민자당 부산 지역구를 맡은 김도언 전 검찰총장 문제도 현안으로 떠올랐다. 국감 와중에 사법 개혁을 둘러싼 행정부와 대법원의 갈등도 불거졌다. 법사위는 이래저래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단연 돋보인 선량이 조순형 의원(국민회의)이다. 조의원은 집단 학살 방지 및 처벌 협약인 유엔 ‘제노사이드 협약’을 들고 나와서 법제처 등 사법 당국의 허를 찔렀다. 한국이 이 협약에 51년 가입했고, 국제협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내기 때문에 집단 학살 관련자를 응당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료 의원들이 생각지도 못한 발상이었다.

그는 또한 검찰의 ‘사법심사 배제론’이 부당함을 쟁점화해 법원의 재판권을 박탈한 검찰을 나무랐다. 정치 공세로 흐르기 십상인 5·18 문제를 철저하게 법리적으로 따진 것이다.

조의원은 율사 출신이 수두룩한 법사위에서 몇 안되는 비율사 출신이다. 그래서 언론으로부터 법보다는 상식에 바탕을 둔 의정 활동으로 더욱 빛을 보는 의원이라고 평가 받는다. 그러나 조의원은 그런 평가를 인정하지 않는다. 서울대 법대를 나왔을 뿐더러, 누구보다 열심히 법전과 법 관련 논문을 뒤적인 덕분이라는 것이다. “송곳 질의는 법을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 조의원측 주장이다. 광주 출신이자 법사위 간사인 조홍규 의원(국민회의)은 5·18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자 ‘물 만난 듯’ 현장 분위기를 주도했고, 박헌기 의원(민자)은 야당 못지 않게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퍼부어 소속 당과 검찰을 어리둥절케 했다.
주요 감사 대상 기관이 총리비서실·정무장관실·총무처인 행정위는 중요 상임위이면서도 별로 눈길을 끌지 못한 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행정부의 모든 분야에 걸친 인사 난맥상을 그야말로 ‘총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상임위이기 때문이다. 역시 쟁점은 영남 인맥 문제였다.

그런 점에서 문희상 의원(국민회의)은 언론에 단골로 등장했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이제 상도동에 남은 것은 강아지뿐’이다. YS 대통령 만들기에 직·간접으로 공헌한 인사는 모두 한 자리씩 차고 앉았다는 것을 문의원이 속속들이 밝혀냈다. 그는 정부 각 부처의 1급 이상 공무원 인맥을 자료로 정리해서 정부를 질타했다. 통계를 내보았더니 영남 인맥이 40%를 넘는다는 것이다. 영남 인맥에서도 이른바 PK(부산·경남)가 TK(대구·경북)를 앞질렀다. 이처럼 현 정부의 정실 인사와 즉흥적 인사를 막는 방안으로 문의원은 인사 청문회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그의 꼼꼼한 자료 정리와 집요한 추궁에 피감자들은 이렇다 할 답변을 찾지 못했다.

동교동 가신 출신이자 현재 국민회의 기획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문의원의 YS 정부 공략은 그래도 이해할 만하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를 정면 비판해 눈길을 끈 여당 의원이 있었다. 이명박 의원(민자)은 “김대통령이 주창한 세계화 개념이 너무 막연하다”며 야당성이 짙은 문제 제기를 했다. 그는 또한 YS를 겨냥해서‘특정인의 총애가 정치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현경자 의원(자민련)은 정부의 여성 정책을 집중적으로 다뤄 호평을 받았다.
잘 나가던 김덕룡 의원(민자)이 술 한잔 먹는 바람에 ‘1년 공부 도로아미타불’이 될 뻔했다. 그는 지난 9월29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속개된 한국은행 국정감사장에서 동료 의원 몇명과 함께 불콰한 얼굴로 나타나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국감 현장에서 가끔씩 빚어지는 일이이서 큰 파문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언론으로부터 따가운 지적을 받아야 했다.

그렇다고 공든 탑이 무너진 것은 아니다. 김의원은 ‘여당 중진답지 않은’ 날카로운 질의로 관료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피감자들로부터 국감 때마다 “꼭 야당 중진 같다”는 얘기를 듣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 완화를 역설했고, 오락가락하다가 결국 고액 소득자의 세부담만 덜어준 종합과세 방침 등을 매섭게 꼬집었다. 다른 여당 중진들이 국회의원의 본분인 국정감사에는 별로 관심을 쏟지 않고 차기 대권 경쟁에만 몰두하는 최근 행태에 견주면, 그의 자세는 더욱 돋보인다.

재경위는 흔히 ‘상원 위원회’로 비유된다. 그만큼 다른 상임위에 비해 굵직한 현안이 많고, 소속 정당에서 기량을 인정 받는 의원들이 이곳에 몰려 있다. 국민회의 소속 김원길·장재식·박태영 의원은 재경위 내에서는 실력파로 꼽히는 의원들. 정책 대안 제시에 비중을 두는 이들은, 재경원 관료들과 입씨름을 벌여도 지지 않을 정도로 이론과 실제를 두루 갖추었다. 건설위에서 이름을 날리던 제정구 의원(민주)은 부산지방국세청 감사에서 추징 세액이 줄어들고 조세 범칙 조사가 1건도 없는 이유는 세무당국이 ‘대통령 출신지’인 부산을 싸고돌기 때문이라고 지적해, 관료들의 기피 인물이 됐다.
10월10일 외무부 감사장에는 이례적으로 현직 경찰서장이 출두했다. 손기수 평택 경찰서장이다. 이부영 의원(민주)이 요청한 증인인데, 사연이 있다. 손씨는 외무부 문서변조 사건의 발설자인 전 뉴질랜드 영사 최승진씨 때문에 불려나왔다. 해고 공무원이던 최씨가 복직할 때 손씨는 경찰청 신원 조회 담당 계장이었다. 당시 최씨의 신원을 조회한 외무부에, 손씨는‘전과 기록 없음’이라고 통보했다. 최씨는 공문서 위조 경력이 있다. 외통위 현안 가운데 하나인 최씨 문제가 다른 차원에서 거론된 것이다.

이부영 의원은 “안보관계 종사자의 전과 기록이 말소됐다면, 이는 국가 기밀 체계에 구멍이 뚫렸음을 반증하는 심각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의원은 이 사안을 외무부 문서 변조 사건이라는 차원에서 보지 않았다. 그는 이번 국감에서 이런 방향으로 접근했다. 즉 각론에서 총론을 끄집어내는 방식이다. 그는 대북 쌀 지원 과정에서 갈팡질팡한 정부의 대북 정책을 성토하면서 통일원의 위상 문제를 쟁점화했다. 그리고 미국과 자동차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외무부와 통상산업부 간의 마찰에 대해서는 ‘통상업무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거대한 사안투성이인 외무·통일위에는 거물 정치인이 유독 많다. 지도자로 성장하려면 국가의 미래가 걸린 거시적 사안들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채정 의원(국민회의)은 대북 정책의 문제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성실하게 준비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이종찬 의원(국민회의)은 초선 같은 의욕을 보였다. 여당에서는 이세기·안무혁 의원이 마치 야당처럼 높은 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했다.
내무위 국정감사에서 달라진 것이 한 가지 있다. 과거에는 시장이나 도백을 불러놓은 지방단체 국감 현장에서 야당 의원은 초지일관 호통쳤고 여당은 대충대충 넘어갔다. 그러나 이제는 불려나온 단체장이 어느 당 소속이냐에 따라 국감장의 풍경이 180도 달라져 여·야가 수시로 바뀐다. 자기 당 소속 단체장이 나오면 감싸기 바쁘고, 남의 당 단체장이면 매몰차게 몰아붙인다.

바야흐로 지방 시대이다. 내무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도 그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지방 시대를 맞아서도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하는 내무부가 주요 공격 대상이다. 장영달 의원(국민회의)은 그 중에서도 지방세 전산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4백 쪽에 달하는 <지방세 전산화 현황과 발전 방향>이라는 백서도 펴냈다.

그의 주된 주장은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세금 도둑’ 사건을 막는 대안으로 추진하는 지방세 전산화가 엉망진창이라는 것이다. 그는 여기에 내무부와 컴퓨터 공급 업체가 결탁했고, 그나마 보급된 컴퓨터가 제대로 가동하지 않아 낮잠만 자는 실태를 끈질기게 파헤쳤다.

자치경찰제 실시 검토 여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균환 의원(국민회의)은 자치경찰제의 타당성을 논리적으로 주장해서 눈길을 끌었으며, 김옥두 의원(민주)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행해지는 자치단체의 경찰 예산 지원을 밝혀냈다. 야당 단체장이 출현함에 따라 여당 의원들의 매서운 공세도 눈길을 끌었다. 김형오·권해옥 의원(민자)은 야당 의원들이 자기 당 소속 단체장을 싸고돌 때마다 ‘군기 반장’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김형오 의원은 성실한 준비 자세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방위 최대 쟁점은 미국의 무기 구매 압력과 한국군 통제에 관한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다들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만큼 무기 구매 체계가 허술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군 인사에서 PK 편중 문제나 5·18에 연루된 현역 군장성들의 퇴진 문제 등 ‘정치적 사안’도 주요 쟁점이었다. 모두 자주국방과 밀접하게 관련된 사안이다. 그래서인지 여당 의원들의 활약이 국방위처럼 지지부진한 상임위도 드물다.

강창성 의원(민주)은 이런 문제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보안사령관 출신인 강의원은 5공 때 하나회 출신으로부터 모진 수모를 겪은 터라, 군 인사 문제는 달통하다시피 했다. 그런 그가 하나회 사면론을 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한 강의원은 미국 현지로부터 관련 자료를 취합해, 무기 도입에서 예산이 낭비되는 것을 집중적으로 따진 끝에 국방부측으로부터 “실무자의 판단 착오와 정보 부족을 인정한다”는 답변을 끌어냈다.

강의원은 현역 시절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핵 개발이 95% 완료됐다는 말을 직접 들은 점에 착안해, 5공 때 신군부가 미국으로부터 정권을 보장 받는 대신 핵 개발을 포기했는지 여부를 조목조목 따졌다. 비록 과거 얘기지만 반향은 컸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즉각 대서특필했고, 거의 모든 국내 언론도 이를 크게 다루었다.

국방부 관료들과 일부 동료 의원들은 그를 ‘정치 군인’이라고 힐난하기도 한다. 강의원이 국방 분야에서 전문성을 살리기보다는 정치인 역할에 더 비중을 싣는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그는 현재 이기택씨 계열의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그러나 강의원측은 “국회의원이 정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상임위 활동을 성실하게 하면 그만 아니냐”고 일축한다.

한편 배명국 의원(민자)은 한국의 미국 종속 탈피를 주장해 호평을 받았고, 임복진 의원(국민회의)은 ‘환경군’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방위산업 전문가로 정평난 나병선 의원(국민회의) 역시 주목되는 선량이다. 나의원은 이번에도 해군의 전력 증강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국방 정책에 관해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요즘은 의원들 사이에서 국정감사 직전에 백서를 펴내는 것이 유행이다. 물론 이것 저것 짜깁기해 부실한 경우가 있고, 대세를 형성한 것도 아니다. 김원웅 의원(민주)도 국정감사 때마다 교육백서를 꼬박꼬박 펴냄으로써 호평을 받는 축에 든다. 그가 이번에는 <국내 대학 경쟁력>이라는 백서를 펴냈다. 벌써 3년째 백서를 펴내고 있다. 그렇다고 날림으로 백서를 내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인다. 이 점은 교육부 관료들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김원웅 의원과 교사 출신 교육위 터주 대감 박석무 의원, 그리고 홍기훈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민주당 3총사’로 이름을 날렸다. 이들은 국감이 시작되기 전에 서로 역할 분담을 했다. 예를 들면 최근 교육계 현안인 상지대·청주대·대구대 문제도 나눠서 다루었다. 13대 국회 노동위에서 3총사로 돋보이는 의정 활동을 폈던 이해찬·노무현·이상수 의원을 연상시킨다. 그런데도 이들 노동위 3총사는 이해찬 의원을 빼고는 14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의정 활동과 당선은 무관하다’는 한국 정치의 병폐를 반증한 셈이다.

14대 교육위 3총사 역시 비슷한 꼴을 당할지 모른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DJ를 따라가지 않았다. 박석무·홍기훈 의원은 당장 호남에서 지역구를 옮겨야 할 처지이다. 그래서 이들의 선전을 지켜보는 시선에는 묘한 관심이 깔려 있다. 여하튼 내년 총선은 어떨지 몰라도 이들은 일단 국감에서는 성공한 셈이다. 구천서 의원(민자)도 상지대 분규에 따른 교육부의 감사 책임을 추궁해서 호응을 얻었다.
“이 땅의 모든 음란·폭력물로부터 우리 자녀들을 격리시켜라!” 박종웅 의원(민자)의 지상 과제이다. 문화·체육·공보위 여당 간사인 박의원의 ‘음란물 퇴치 운동’은 병적이다 싶을 정도이다. 그는 국감 현장에서 일부 청소년들이 컴퓨터로 즐기는 음란·폭력물을 상영하기까지 했다. 이를 지켜보는 의원들의 얼굴이 벌개질 정도였다. 여하튼 “직접 보지 않고서는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 박의원의 변이었다. 그는 이번 국회에‘음란 및 폭력 비디오에 관한 법률’을 제출했다.

그러나 문화·체육·공보위 최대 쟁점은 역시 방송법 개정 문제였다. 현재 공보처가 제출한 방송법안에 대한 논쟁은 상임위 수준을 넘어서서 여·야 대결로 치달을 공산도 크다. 방송법에서 핵심 사안은 두 가지이다. 방송위원회 인선 및 위상 문제, 그리고 재벌과 언론사의 위성 방송 사업 참여 여부이다. 방송법 개정에 관한 한 14대 국회 내내 방송민주화 추진에 몰입해온 박계동 의원(민주)의 활약이 눈길을 끌었다. 박의원은 3개 야당 단일 법안을 제출해 정부의 일방적인 법개정 움직임에 제동을 걸겠다는 포부이다.
공무원 사회에서 통상산업부는 정책을‘파는’ 부처로 통한다. 한마디로 머리만 있고 가동할 손발이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정부의 통상 업무가 일원화해 있지 않아서 다른 부처와 중복되는 업무가 유난히 많다. 그래서 통상산업위도 별로 눈길을 모으지 못하는 상임위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매우 달랐다.

특히 박광태 의원(국민회의)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박의원은 최대 쟁점인 전직 대통령 4천억 비자금설의 원천을 파고들었다. 6공 때 한전이 발전 설비를 발주하면서 기업으로부터 받은 돈이 권부로 흘러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의 한 수석비서관이 자기 이름만은 빼달라며 압력을 가해 왔다”는 말도 했다. 한전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박의원이 건설업체 사장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정보였다. 그는 또한 무역공사 북한실장과 청와대 사조직이 대북 쌀협상 과정에서 공식 계통을 무시하고 움직였다면서 북한실장 해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국정감사 시작 1주일 전에 재경위에서 옮겨온 박정훈 의원(민주)도 핵심을 파고드는 질의와 대안 제시로 눈길을 끌었다. 박의원은 지적재산권 제도를 정비할 필요성을 조목조목 제시해 특허청으로부터 긍적적인 답변을 끌어냈다. 현재 전국구인 박정훈 의원은 새정치국민회의에서 전북 임실·순창 지역구를 받기 위해 애쓰고 있는 실정이어서, 마지막 국정감사에 각별히 공을 들였다.
한화갑 의원(국민회의)은 DJ의 말투와 몸짓을 닮았다고 해서‘작은 DJ’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장에서 그는‘항공 박사’라는 또 다른 별명을 얻었다. 영종도 신공항에 관한 한 전문가 수준을 넘어서는 식견과 정보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 쏟는 한의원의 열정은 각별한 구석이 있다. 그는 올해 초에는 아예 항공대 산업대학원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또한 항공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한국항공정책연구소도 설립했다.

이런 기틀을 밑천 삼아서 한의원은 이번 국감에서도 역시 영종도 신공항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그는 6공에서 현 정부의 권부까지 이어지는 영종도 신공항 관련 대형 비리 의혹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한의원과 함께 동교동 가신 출신인 최재승 의원(국민회의)도 꼼꼼한 준비로 점수를 땄다. 최의원은 건설업체 레미콘 기사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건설 업계의 고질인 불량 레미콘 방지 대책을 제시했다.
이번 국감에서 노동·환경위에는 과거와는 달리 별다른 쟁점이 없었다. 다른 상임위에 비해서 다루는 사안이 지엽적인 데다가, 정치 쟁점이 폭증해 상대적으로 언론의 관심도 끌지 못했다. 그러나 노동·환경위가 크게 다뤄진 적이 한 번 있다. 9월29일 노동·환경위 서울시 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조 순 서울시장을 상대한 때였다.

조시장은 DJ 신당에 합류하지 않은 처지여서, 국민회의 소속 의원들이 어떤 자세를 보일지가 관심사였다. 이 날 신계륜 의원(국민회의)은 서울시 지하철공사의 해고 노동자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조시장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끌어냈다. DJ를 곤혹스럽게 하는 조시장의 ‘탈정치, 시정 전념론’에 은근히 박수를 보내는 민자당과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정중한 태도에 비하면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신의원은 광복 이후 묻혀 있었던 일제 징용자 체불 임금 문제를 국회에서는 처음으로 공식 거론했고, <노동부 5대 정책 과제>를 백서로 펴내기도 했다. 원혜영 의원(민주)은, 민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선거 공약 실천을 명목으로 무분별한 개발을 감행해 환경 파괴를 저지르는 대목을 전국에 걸쳐 꼼꼼하게 조사해 성가를 올렸다. 특히 원의원은 철저한 현장 답사로 물증을 확보한 뒤 이를 감사장에서 캐묻는 집요함을 보였다. 홍사덕 노동·환경위 위원장은 합리적이고 유연한 운영으로 4당 간사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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