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마당] 이기택·신용석·민자당 민주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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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5.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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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택 총재 좌충우돌에 민주 각 계파 “끓는다, 끓어”

민주당 이기택 총재의 움직임을 놓고 당내에서 말이 많다. 지방자치 선거를 맞이해서 열심히 뛰기는 하는데, 자파 세력 키우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를 크게 할 생각은 않고 먹는 데에만 정신이 팔렸다”는 비난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번 지방 선거에 내보낼 민주당의 후보가 속속 결정될 때마다 이총재는 당내 각 세력과 좌충우돌했다.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서 조 순 후보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더니, 경기도지사 후보를 결정하는 사안에 이르러서는 이종찬 고문을 민 동교동과 전면전까지 불사했다.

그러나 이총재가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부산시장 후보 경선 때이다. 경선 전날 노무현 부총재가 직접 찾아가 간곡히 부탁했는데도, 이총재는 포항에 머물면서 경선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노부총재가 자신의 지지 기반인 영남권의 차세대 주자로 떠오르는 것이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시각도 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의원을 관리하는 포석도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경북 일원에서 이른바 ‘KT 벨트’를 구축하는 데 여념이 없다는 것이다.

8월 전당대회를 향한 이총재의 집념은 자민련을 향해서도 포문을 열도록 만들었다. 5월9일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추대대회에서 자민련 김종필 총재의 전력까지 물고늘어진 것이다. 이총재는 이 날 발언에서 “김종필씨는 중앙정보부를 만든 사람이다. 중앙정보부는 민주 인사를 고문·탄압하고 살인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총재의 이 날 발언은, 향후 정계 개편과 관련해서 DJ와 JP 간의 연대를 사전에 차단하려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총재에게 쏠리는 민주당내 시선도 곱지 않다. 동교동계인 박지원 대변인은 자민련과의 관계를 의식한 듯 “중앙정보부가 그랬다는 것이지 김종필씨를 직접 지칭한 것은 아니다”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싸움에 말려들고 싶지 않은 기색이다.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이총재가 미워도 내놓고 비판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총재의 행보에 민주당 각 계파는 속만 끙끙 앓고 있다.

金心도 李心도 물리친 신용석의 ‘박박 기기 작전’

김심(金心)이다 이심(李心)이다, 주류다 비쥬류다 하여 시끄러운 민주당 경선에서 인천시장 후보로 당선된 신용석씨(인천 중동구위원장)는 오로지 자력으로 성공을 거둔 경우여서 이채롭다. 지난 14대 총선 때 자기가 언론인 출신(<조선일보> 편집부국장)이란 점만 믿고 “천하에 신용석이를 모르는 사람이 어딨겠느냐”며 큰소리를 치다가 쓴 맛을 본 신위원장은, 그동안 지역에서 ‘바닥을 박박 기며’ 지명도를 높인 끝에 개가를 올렸다. 더구나 그는 이번 경선에서 민주당의 유일한 인천 지역 현역 의원인 하근수 의원과, 지역의 터주대감인 명화섭 전 의원을 많은 차이로 눌러 기염을 토했다.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그는 앞으로 보스에게 충성하지 않아도 지역에서 당원들에게 좋은 인상만 주면 얼마든지 자립할 수 있다는 선례도 남겼다.

그에게는 행운도 따랐다.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했던 지용택씨가 영입에 거의 응하는 듯하다가 불출마로 돌아섰고, 민주당과 신민당의 통합 후보로 유력했던 신민당 한영수 의원도 양당의 통합이 깨지는 바람에 출마를 포기하고 말았다.

신후보측은 순도 백%의 경선 후보로서 본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그는 민자당 최기선 후보나 자민련 강우혁 후보에게 지명도에서는 한수 접어주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먹을 것 없던 시절엔 화목한 민주계였는데…”

기초 단체장 공천을 둘러싼 민자당 민주계 실세 간의 신경전이 갈수록 치열하다. 그 때문에 공천 일정마저 지연되고 있을 정도다. 당 관계자들은 공천 일정이 지연되는 이유를 ‘경력에 하자 있는 인물을 가려내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 기회에 자기 사람을 진출시키려는’ 민주계 실세 간에 교통 정리가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운환 조직위원장은 공천이 늦어지는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나에게 묻지 말라’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있다. ‘사람 심기’의 당사자인 김덕룡 총장, 최형우 의원, 서석재 총무처장관 사이에는 심각한 불화설마저 나돌고 있다. 그래서 민주계 내부에서는 ‘먹을 게 없던 시절에는 그래도 화목하고 좋았다’라는 푸념마저 나올 정도이다.

하지만 이렇듯 권력 속의 불화 조짐을 보이는 민주계가 모처럼 한자리에 모일 기회를 갖게 되었다. 5월18일 고 김동영 의원의 큰아들 결혼식에는 민주계의 실세와 허세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고 한다. 고 김동영 의원 가족들은 당초 간소하게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민주계 실세 인사들이 극구 ‘아버지 몫까지 우리가 대신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는 후문이다. 계파의 수장임을 은연중 과시해온 최 전장관은 이 결혼식의 사회를 볼 예정이다. 과연 이 날 민주계 실세들이 ‘안주 없는 술잔을 기울였던’ 옛날을 생각하며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가, 불화설의 주인공들은 어떤 표정으로 조우할 것인가,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고인의 영결식장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아 주변을 안타깝게 만들었던 김대통령은, 혼사 소식을 접하고는 홍인길 총무수석에게 각별한 관심과 함께 지극한 배려를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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