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마당] 배기선 · 현경대 · 박준병 · 박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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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5.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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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 ‘맺힌 한’푼 배기선씨
악운의 계절 끝났나


새정치국민회의 박지원 대변인이 끝내 전국구 의원직을 포기했다. 한때는 동지였지만 이제는 서로 설전을 벌여야 하는 민주당에서 연일 ‘몸 따로 마음 따로’라며 박대변인의 호적 정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장도 “모양이 좋지 않다”며 의원직을 포기하라고 종용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박대변인의 전국구 의원직을 승계하는 사람이 전형적인 ‘DJ 맨’ 배기선씨이기 때문이다.

졸지에 금배지를 물려받은 배씨는 겉으로는 별다른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그에게 쏠리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다. 정치판에는 그만큼 말이 많다. 게다가 배씨 역시 신당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몸 따로 마음 따로’라는 민주당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는 지난 지방 선거에서 조 순 서울시장 후보 비서실장을 맡아서 활약했다. 정가에서는 ‘동교동 파견’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배씨가 보필한 조시장은 현재 신당행을 주저하고 있다. 그는 요즘 조시장을 신당으로 모셔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표정이 밝지 않다.

비록 상황은 이렇지만, 의원직은 배씨로서는 천신만고 끝에 얻은 감투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금배지를 달 뻔하다가 좌절했다. 가깝게는 이번 지방 선거에서도 그랬다. 전국구인 민주당 신진욱 의원이 대구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도중하차하는 바람에, 배씨는 금배지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서 당선만 된다면 그는 운이 터진 정치인이다. 순식간에 2선급 대열에 오르기 때문이다. 현재 배씨는 부천시 원미 을 지역구에서 신당 후보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자 첫 경선 총무 ‘현폴레옹’
허무한 종말도 나폴레옹과 닮은꼴?


작은 키, 변방의 섬 출신, 지략과 지모. 민자당 현경대 의원이 `현폴레옹이라는 다소 거창한 별명을 갖게 된 것은 나폴레옹과의 세 가지 공통점 때문이었다. 현의원은 여기에 한 가지 공통점을 더 보태게 되었다. 매우 짧은 전성기를 누리고 허무한 종말을 맞았다는 점이다.

현경대 의원(제주 제주시)은 민자당이 지난 2월 JP를 퇴진시킨 후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면서 시행한 원내총무 경선을 통해 `집권당 사상 첫 ‘경선 원내총무’로 등장했다. 김영구 후보가 사퇴하는 바람에 출발부터 모양새가 일그러지기는 했지만, 민자당은 이를 놓고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 `‘거대한 정치 실험’이라며 요란하게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8월21일 민자당 전국위원회가 `‘청와대의 뜻’에 따라 원내총무 경선 조항 삭제를 포함하는 당헌 개정안을 의결함에 따라, 원내총무 경선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로써 `현폴레옹의 원내 집권도 6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현의원은 홀가분한 표정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관리에 전념하기 위해 오히려 본인이 총무직 ‘제대’를 자원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번 민자당 당직 개편 과정에서는 현의원 외에도 중앙당 당직보다 지역구 관리를 위해 `‘자유로운 몸’이 되기를 원한 이들이 뜻밖에 많았다는 후문이다.

바늘방석 박준병 의원
이번엔 JP 만나 ‘구설’방석


6공 때만 해도 ‘잘 나가던’ 박준병 의원이 김영삼 정부 들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자 거취 문제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박의원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고 있는 가장 큰 걱정거리는 현재의 민자당 간판을 달고 지역구인 충북 보은에서 당선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더구나 12·12 당시 보안사 전화 감청 녹음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군 출신인 박의원을 바라보는 지역구민들의 눈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20사단장이었던 박의원은, 계엄군의 일원으로 시민군의 지휘본부였던 전남도청 진압을 지휘했다.

자민련 입당설이 나돌다 최근 김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민자당 잔류 의사를 밝힌 박의원은 지난 8월17일 서울의 한 호텔방에서 방한중이던 김창준 미국 연방 하원의원과 함께 김종필 자민련 총재를 만나 다시 한번 구설에 휘말렸다. 박의원은 “김의원과 사돈지간이어서 자리를 함께한 것일 뿐이다”라고 해명했으나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반3김 바람에 기운낸 박찬종씨
이기택 총재와 극비 회동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이후 풀죽어 지내던 박찬종 전 의원이 최근 발걸음을 빨리하기 시작했다. 신3김 시대 도래와 더불어 20, 30대 젊은층 사이에서 반3김 연대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차세대 주자임을 자처하는 박씨에 대한 관심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눈치 빠른 그가 이같은 호기를 놓칠 리 없다.

정치권에서는 박씨의 거취를 둘러싸고 민자당 입당설과 함께 시민개혁연합 또는 민주당 구당파와의 제휴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이런 와중에 그가 민주당 이기택 총재와 최근 극비리에 만났다는 소문이 나돌아 관심을 끌었다. 이총재측은 이 사실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꼬마 민주당 시절 서로에 대해 극도의 불신을 드러내며 대립했던 두 사람이 손을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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