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마당] 조세형 신상우 이규성 김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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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8.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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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주 죽일 작정이구만….”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의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 최근 일부 언론이 국민회의를 정책 부재 정당으로, 조대행을 무능력한 지도자로 비판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그러나 조대행이 이렇게까지 분개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국민회의는 얼마전 지방 선거를 앞두고 각 신문사에 낼 광고의 가격을 차등화했다. 발행 부수와 영향력 등 나름의 기준을 적용해서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을 받은 신문사가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섰고, 국민회의와 신문사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동안 조대행을 비판하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나왔다. 때문에 조대행측은 이 기사를 분풀이나 협박용이라고 본다.
정균환 사무총장이 중재에 나서 결국 이 신문사의 광고 단가는 상향 조정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신문들이 반발할 조짐이다. 조대행측은 이러다가 언론에 융단 폭격을 맞는 것 아니냐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동교동·상도동 대연합 신상우는 꺼지지 않는 불씨?

동교동과 상도동이 결합하는 ‘민주대연합론’은 끝났는가. 환란 공방으로 양김 전쟁이 재개되고 그로 인해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물밑 교섭에 나서는 인사도 전혀 없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동교동-상도동 연합론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한나라당 신상우 부총재가 꺼져 가던 불씨를 다시 지폈다.
신부총재는 최근 사석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합당하지 않는다면 동교동과 상도동이 손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험악한 여야 대치 국면이어서 그 발언은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즉각 앞뒤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전달된 얘기라며 파문을 진화하고 나섰다. 즉 정계 개편을 추진하는 여권이 ‘큰 그림’ 없이 접근하는 것에 불만을 표시한 발언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여의도 정가에서는 신부총재의 발언을 촌극으로 보아 넘기지는 않는 분위기다. 그가 지난 4월 DJ의 숨은 후원자였던 부산 고물상 주인 이상도씨를 문병한 것이나, 후농 등 민추협 출신 여권 인사들과 자주 접촉하는 것이 최근 발언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신부총재는 후반기 국회의장 직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잘나가는 장관 이규성 ‘국무총리 대접 부담되네…’
이규성 재경부장관만큼 본의 아니게 ‘잘 나가는’각료도 드물 듯싶다. 정부 수립 이래 총리와 경제 부총리를 형식적이나마 모두 겸한 최초의 각료가 되는 기묘한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5월15일 폐회한 임시국회에서 그는 사실상의 총리 대접을 받았다.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한 김종필 총리서리가 국회에 출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정부 질문에서 한결같이 선임 장관인 이장관을 총리직무대행으로 호칭했던 것이다. 그는‘총리직무대행! 답변하세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는 있지도 않은 경제 부총리 대우도 받고 있다. 실업 대책을 비롯한 경제 정책을 놓고 부처 간에 혼선이 일자 김대통령이 최근 그에게 경제 부처간 정책 조정역을 맡긴 것이다. 그로서는 사실상의 경제 부총리 노릇을 하는 것이 즐거울지 모르지만 총리직무대행이라는 호칭을 듣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버지가 부지런히 공부하면 아들도 따라가게 마련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의원이 아버지에게 질세라 최근 고생 끝에 책 한권을 펴냈다. 제목은 ‘세계화를 향한 지방자치.’ 지방 선거에 때를 맞추어 출간한 이 책은 세계화 시대의 지방화라는 뜻인 ‘세방화’를 화두로 삼아 성공적으로 지자제를 실시하기 위한 해결책과 국내외 사례 등 지자제 전반을 폭넓게 다루었다. 현실적이면서도 전문적인 내용이 많다.

그러나 김의원이 이번에 책을 펴낸 것이 꼭 학구열 때문만은 아니다. 돈, 특히 지구당 운영비가 필요했다. 요즘 국민회의 의원들은 자금을 확보하려고 너도나도 후원회 모임을 열고 있지만, 김의원은 그럴 수가 없다. 후원회장에 사람들이 몰려오고 모금액이 너무 많을 경우 구설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부도 하면서 잡음 없이 떳떳하게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착안한 것이 책 쓰기였다고 한다.

대통령의 아들. 이 화려한 위치는 역설적으로 후원회 행사를 한 번 여는 데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만큼 조심스러운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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