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마당] 한화갑 이명박 유동근 김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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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8.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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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지사 또 포기한 한화갑 맏형 대신 사무총장 맡는다?

국민회의 한화갑 의원과 전남도지사는 억세게 연이 닿지 않나 보다. 한의원은 설 연휴 직후 ‘중앙 정치에 전념하기 위해서’라는 짧은 이유만 남긴 채 ‘꿈에도 그리던’ 전남도지사 출마를 포기했다. 95년 지방 선거에 이어 두 번째다.

출마 0순위였던 한의원이 갑자기 불출마 선언을 하자 정가의 관심은 그 배경이 무엇이냐에 쏠리고 있다. 본인은 호남 발전에 이바지하려 했던 자기의 의지가 정권 교체로 상당 부분 해소되었기 때문이라고 둘러대지만, 전남도지사에 대한 그의 집착이 유별났던데다 연휴 직전까지만 해도 출마 쪽으로 무게 중심이 실렸던 터라 그의 불출마 사유에 선뜻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이다.

국민회의 주변에서는 동교동 가신들의 압력이 작용했으리라는 관측이 나돈다. 이미 임명직에 나서지 않기로 선언한 동교동 가신들로서는 DJ를 보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당직인데, 맏형 격인 권노갑 의원이 ‘부재중’인 만큼 한의원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사무총장설이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이 과정에서 DJ의 의중도 직·간접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찌되었든 유력 후보가 탈락함으로써 전남도지사 공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명박, 눈밑 점까지 빼며 서울시장 출마 의지 불태워

한나라당 이명박 의원의 얼굴이 변했다. 눈밑에 있는 검은 점을 모두 뺀 것이다. 이의원에 따르면, 친구 병원에 놀러갔다가 친구의 제의로 그 자리에서 수술을 했다는 것. 그러나 수술은 즉흥적으로 이루어졌는지 몰라도, 얼굴에 손을 댄 이유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정치적이다. 요컨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텔레비전 토론이 승부처가 될 터인데, 그렇다면 외모부터 미리 손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이다. 이의원은 공직 사퇴 시한 연기 여부에 상관없이 의원직을 내놓을 예정이다.

물론 이의원에게도‘지뢰’는 있다. 현재 이의원은 선거비 초과 및 범인 은닉 혐의로 재판에 계류되어 있다. 이의원은 병합 심리로 진행되던 두 혐의가 관련법이 개정되는 바람에 분리되어서 출마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선거비 초과 부분에 대한 형량에 따라 출마 자체가 원천 봉쇄될 소지도 있다.
곤색과 감색, 차이가 뭐기에 연예가 대선 후유증 ‘끙끙’

요즘 코미디언들 가운데 겉으로는 부지런히 웃기면서도 속으로는 울상 짓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대선 후유증 때문이다.

과거처럼 야당 후보를 지지했다고 해서 탄압받는 일은 없어졌지만, 대선 때 깊이 팬 앙금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최근 DJ가 참석한 문화 예술인 행사에서 한 원로 가수가 “제발 앞으로는 어용 연예인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했을까.

연예인이 정치 바람에 휩쓸린 ‘웃기는 얘기’하나가 지금도 방송가에 회자되고 있다. 대선 직전 이회창·김대중 후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탤런트 유동근씨는 지난 1월 <국민과의 대화> 생방송 현장에서 DJ에게 질문하면서 “곤색 옷이 잘 어울린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다음에 일어났다. 어찌된 일인지 뉴스와 특집 프로에서 진행자들은 잇달아 유씨의 질문 장면을 보여주며 그가 감색이라는 우리말을 두고 곤색이라는 일본어를 사용했다고 꼬집었다. 유씨를 꼬집은 진의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방송가에는 대선 후유증이 꽤나 깊게 남아 있는 것 같다.
불편한 다리 비꼬았던 김호일의 불안한 나날

정치 보복을 않겠다는 DJ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김호일 의원은 늘 목덜미가 불안하다. 아직도 김대중 차기 대통령 진영으로부터 대선 때 ‘저질의 극치’를 보여준 김의원의 인신 공격성 발언에 분을 삭이지 못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공식 석상에서 다리가 불편한 김당선자 부자를 싸잡아 비난했으며, 특히 김홍일 의원에 대해서는 ‘시체’라는 말까지 들먹여 구설에 올랐었다.

그래서인지 한때 정가에서는 대선 직후 김의원이 신경이 날카로워진 나머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물론 헛소문이었다. 김의원은 대선 직후 한나라당 의원으로는 이례적으로 DJ에게 축전을 보냈으며, 김홍일 의원에게는 축하 화환을 보낸 것은 물론이고 직접 찾아가 정중하게 사과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대선 직후 한나라당 당직 개편에서 김의원이 원내 수석 부총무를 맡았다는 점이다. 김의원이, 여야 간의 첨예한 격돌이 예상되는 이번 임시 국회에서 과연 어떤 행동을 보일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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