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개편 부채질할 7·21 선거
  • 吳民秀 기자 ()
  • 승인 1998.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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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재·보궐 선거에 ‘거물급’ 다수 출마 예상
정치권이 7·21 재·보궐 선거 열기로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다. 이번 재·보선의 최대 관심사는 종로 보선 공천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조 순 총재와 이회창 명예총재가 벌여 온 샅바 싸움. 조총재는 이미 강원 강릉 을 재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상태이다. 조총재는그동안 ‘7·21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려면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야 한다”라며 이명예총재에게 ‘동시 출격’하자고 강하게 압박해 왔다. 요컨대 정치 1번지인 종로에 경쟁력이 없는 후보를 공천하면 서초 갑·광명 을·수원 팔달 등 수도권 선거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국적 인지도가 있는 총재단이 출마해야 한다는, 이른바 ‘최상의 라인 업’ 논리이다.

신상우·이한동·김덕룡 부총재와 서청원 사무총장도 조총재의 이러한 논리를 적극 거들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 해운대 기장 을 보선 후보 물망에는 이기택 부총재 이름이 덩달아 오르내리고 있다. ‘종로-이회창, 강릉-조 순, 부산-이기택’으로 이어지는 진용을 구축함으로써, 7·21 재·보선에서 야당 바람을 일으키자는 얘기이다. 그러나 이기택 부총재는 ‘포항 선거에서 낙마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보선에 나서라는 얘기냐’며 출마 불가론을 펴고 있다.

조 순·박찬종·이수성 등 출마 가능성

당내 중진들로부터 종로 출마 압력을 받고 있는 이회창 명예총재측은 6월12일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까지 ‘출마 불가’ 방침에 못을 박았다. 신경식 명예총재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지난 대선 때 천만명의 국민적 지지를 얻은 후보에게 주어진 사명은 의원 직보다는 좀더 큰 정치를 하는 것이다. 더 이상 잡음이 없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명예총재측은 만약 종로에 출마하면 당선은 떼놓은 당상이지만, 대선 후보로서 DJ와 박빙의 승부를 겨루었던 이명예총재가 겨우 금배지를 달겠다고 유권자에게 표를 호소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물론 이명예총재측이 불출마 입장을 굳힌 배경에는, 종로에 출마해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도 없는데다가, 전쟁터에 내보내 놓고 ‘뒤에서 총을 쏘려는’ 당권파의 저의까지 염두에 두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조총재계·서총장계 등 당권파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당을 위해 몸을 던지지 않고서 무슨 면목으로 당권에 도전하며 정권을 탈환하자는 얘기냐’며, 이명예총재의 종로 출마 여부를 차기 당권의 행방과 연계하고 있다. 이명예총재의 종로 출마를 둘러싼 한나라당내 논박이 마치 8월 말로 예정된 당권파 대 비당권파간 당권 쟁탈전의 전초전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회의 종로 지구당위원장 노무현 부총재는 “쉽게 당선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기왕이면 이회창 명예총재 같은 거물과 대결하고 싶다. 위험 부담이 따르더라도 거물을 꺾어야 이름값을 높일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한다. 현재 노부총재는 전 종로 위원장이었던 이종찬 안기부장의 지역 조직을 착실하게 ‘접수’하면서, 한나라당의 공천 추이를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다.

서울 서초 갑은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설이 가장 무성한 곳이다. 특히 이번 6·4 지방 선거에서 야당이 압도적 표 차이로 당선되어 한나라당 공천 경쟁이 뜨겁다. 김찬진 의원, 이종률 전 국회 사무총장·TV토론 사회자 출신인 박원홍씨가 나섰다. 이 철 전 의원도 이 지역에서 재기하겠다는 각오다. 여기에 김영순 부대변인이 뛰어들었고, 최근에는 박찬종 국민신당 고문도 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여당도 경쟁이 치열하다. 국민회의 몇몇 중진은 최근 이수성 평통 부의장에게 서초 갑 출마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부의장의 출마 가능성을 정계 개편 흐름과 연계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TK 지역에 대한 이부의장의 연고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김만제 전 포철 회장 공천설도 나오고 있고, 김원기 노사정위원장 이름도 간간이 거론되고 있다. 자민련도 맥없이 양보하지는 않겠다는 태세다. 보수 세력의 대표적 논객인 노재봉 전 총리와 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 영입 하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두 여당 공히 거물을 출진시킨다는 말이 나올 만큼, 서초 갑 지역은 ‘신 정치 1번지’답게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광명 을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낙마한 손학규 전 의원의 지역구. 그러나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 손후보는 자신의 지역구에서조차 임창렬 당선자에게 뒤졌다. 그런 만큼 여당의 경쟁이 치열하다. <중앙일보> 부국장 출신인 박병석 국민회의 수석 부대변인이 ‘상부’의 낙점을 암시하며 지역에 사무실을 열었고, 당료 출신인 배기운씨는 15대 공천 탈락을 설욕하겠다는 다짐. 국민회의 젊은 주자인 허인회 당무위원도 도전장을 냈다. 김은호 지구당위원장·최락도 전 의원도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다.

조세형 총재권한대행, 광명 을 출마하나

그런데 최근 뜻밖의 변수가 생겼다. 동교동 가신 그룹의 한 의원은 “당내에서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을 내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라며, 조대행이 출마할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조대행 출마설에는 지난 총선에서 조대행을 거꾸러뜨렸던 국민신당 김학원 의원을 영입하려면 당 지도부가 솔선해서 자기 지역구를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와, 다름 아닌 조대행이 직접 야당 의원 영입의 물꼬를 터주어야 한다는 가신 그룹의 논리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여하튼 ‘조세형 변수’가 등장하자 공천 경쟁자들은 진의를 파악하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경쟁력 있는 후보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손학규 전 의원이 재도전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당 지도부가 적임자로 꼽는 전재희 광명시장은 한나라당의 제의를 고사하고 있다. 전씨는 95년 6·27 선거 때 유일한 ‘여성 기초단체장’으로서 언론의 각광을 받았던 인물이다. 서청원 총장측은 아무튼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보낸다는 방침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이 지역 자민련 위원장은 차종태씨가 맡고 있다.

수원 팔달 보선은 국민신당 이인제 고문의 행로가 관심이다. 이고문은 사실상 출마를 선언한 상태. 최근 JP와의 밀약설이 나돌고 있는 이고문은 이번 선거에서는 국민신당 공천으로 출마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고문은 최근 JP와의 연대설과 관련해 “당원들이 원한다면 싫은 길이라도 가야 한다”라고 말해, 향후 정계 개편 과정에서 어떤 길을 걸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회의에서는 박왕식 전 의원이 출마 채비를 서두르고 있고, 한나라당에서는 고 남평우 의원의 장남이자 지구당 부위원장인 남경필씨가 출마를 선언했다. 이문수 한나라당 경기도지부 사무총장도 거론되고 있다.

강릉 을에서는 조 순 총재와 최각규 강원도지사가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출마를 선언한 조총재는 누가 적수로 나오든 무난한 당선을 장담하고 있다. 지난 지방 선거 때 강원도에서 살다시피 했던 조총재는, 재선거에서도 승리해 강원도를 자신의 정치 기반으로 삼고, 그 탄력으로 8월 전당대회에서 총재 직을 사수한다는 전략이다. 한마디로 조총재는 이번 재·보선을 정치적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이다.

조 순 ·최각규, 강릉에서 대접전 벌일 듯

그러나 지역 정가에서는 조 순 대 최각규의 대결이 접전이 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만큼 강릉에 다져 놓은 최지사의 기반이 탄탄한 데다가, 이미 소리 안 나게 사조직을 가동해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로 절친한 관계인 조총재와 최지사는 한때 ‘후보 조정’ 교섭도 벌였지만, 이제는 양측 모두 한판 싸움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자민련 공천을 받아 출마하려는 최지사는, 두 여당의 연합 공천을 받기 위해 국민회의 고위 관계자들을 두루 접촉하고 있다. 한편 국민회의에서는 육군 준장 출신인 김문기 당무위원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최돈웅·김문기 전 의원도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대구 북 갑에서는 김용태 전 청와대 비서실장 출마 여부가 관심이다. 한나라당 공천설이 나도는 김씨는 현재까지는 출마할 뜻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박승국 전 대구시의회 의장도 한나라당 공천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박씨가 공천을 받으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이 지역에서 여당이 얼마나 선전할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이다. 이 지역 자민련 위원장인 윤병환씨가 공천받을 가능성이 높다. 자민련 대구시장 후보로 거의 확정되었다가 이의익 전 의원에게 밀려 뜻을 접었던 김길부 전 병무청장은 1차로는 자민련 공천을 희망하고 있고, 무산되면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부산 해운대 기장 을 지역도 물망에 오른 인사들의 면면이 만만치 않다. 우선 이기택 부총재는 ‘절대 안 나간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현재 이 지역 한나라당 위원장은 최형우 의원 특보를 지낸 안경률씨. 최근 최의원이 지역구에 내려와 휠체어를 타고 지원을 호소하고 다니는 바람에, 안위원장은 공천은 물론 당선도 확신하고 있다. 문정수 부산시장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지난 총선 때 김기재 후보에게 패했던 김동주 전 의원이 자민련 간판으로 ‘고토 탈환’을 외치고 있다. 국민회의 지구당위원장은 구석기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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