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이 받은 선물 리스트
  • 李叔伊 기자 ()
  • 승인 1998.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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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YS, 그림·크리스털 제품 등 각각 30점·720점 받아…행자부에서 관리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에게 순금 1백50돈짜리 학을 선물했다고 해서 말이 많다. 1돈에 5만원씩 치면 7백50만원에 해당하니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대 한국 대통령이 해외 인사들로부터 받은 선물은 주로 어떤 것이고,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

현재 청와대가 갖고 있는 선물 목록은 93년 2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부터 작성되었다. 그때 비로소 공직자윤리법이 제정되어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무원이 미국 돈 백 달러, 한국 돈 10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으면 무조건 행정자치부(당시 총무처)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그 전에는 대통령이나 영부인이 받은 선물은 개인이 소유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시절 상당한 값어치의 선물이 오갔다는 얘기가 나돌았으나 기록이 없어 확인하기가 불가능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 부부는 취임 다음날인 93년 2월26일 김사옥 대만교민회장으로부터 붓 한 자루를 선물 받은 것으로 시작해, 퇴임하기 보름 전인 98년 2월10일 리펑(李鵬) 중국 총리로부터 서예 족자와 액자를 선물 받은 것까지, 5년 동안 총 7백20여 점을 받았다.

한국 대통령들은 넥타이·도자기 선물

흥미로운 것은 대통령이 받은 선물 가운데 비싼 것도, 눈에 띄는 것도 별로 없다는 점이다. 우선 세계 각국의 수장들이 가장 선호하는 선물은 크리스털 제품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93년 7월23일에 크리스털로 만든 사과 모형 장식품을, 같은 해 12월9일에는 장식용 크리스털 함을, 그리고 94년 4월6일에는 크리스털 꽃받침을 김영삼 전 대통령 부부에게 선물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크리스털 배(94년 6월20일), 폴란드 바웬사 대통령은 크리스털 보울(94년 12월15일), 벨기에의 알베르 2세 국왕은 크리스털 보울과 촛대(95년 4월21일), 하시모토 전 일본 총리는 크리스털 꽃병과 찻잔(96년 6월26일)을 선물했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은 도자기(93년 9월14일), 호소카와 전 일본 총리는 탁상 시계와 진주 브로치(93년 11월7일)를 장쩌민(江澤民) 중국 주석은 다기 세트(93년 12월9일)와 붓·먹·벼루 같은 문방구(94년 4월11일)를 주된 선물 품목으로 골랐다.

김대중 대통령이 받은 선물도 비슷한 수준이다. 98년 3월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장으로부터 대형 수건과 수정 장식품을 받은 것으로 시작해 올 7월까지 30여 점의 선물을 받았는데, 그림이나 장식 접시가 대부분이다.

한국 대통령이 주는 선물은 대통령 이름이 박힌 손목 시계나 넥타이·도자기·탈이 대다수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부터 지금까지 대통령의 선물을 관리하고 있는 청와대 총무비서실 김경일 과장은 “각국 원수들이 주고받는 선물이라고 해서 별다른 것이 없다. 일반 가정에서 주고받는 선물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받은 선물은 모두 행정자치부 윤리담당관실로 넘겨져 보관 방법이 결정된다. 대부분은 문화관광부로 이관해 국립민속박물관이 보관하고, 보관할 가치는 없지만 몇푼이라도 국고에 귀속되는 것이 낫다고 판단되는 선물은 조달청을 통해 매각된다. 보관·매각이 불필요한 선물은 선물 받은 당사자에게 돌려주기도 한다.

현재 행정자치부에는 83년부터 대통령과 각부 공무원들이 받은 선물이 신고되어 있는데, 문화관광부가 1천6백여 점을 관리하고 있고, 안기부 등 자체 전시실이 있는 부서는 독자적으로 9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청와대 앞 사랑방 전시실에도 선물 1백85점이 전시되어 있다. 그동안 조달청을 통해 매각한 선물은 18점, 액수로 2백30만원이고, 본인에게 반송된 것은 25점이다.

11월11일 중국을 방문하는 김대중 대통령이 어떤 선물을 가지고 가고, 어떤 선물을 받아올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물리적인 선물’보다 ‘실리적인 선물’을 얼마나 많이 받아오느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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