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마당]정대철· 이기택· 5공 인물들 · 박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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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8.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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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일 없는 정대철 부총재 ‘운수 좋은 날’ 언제 올까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잘 나가는 행운아들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그늘에 묻힌 불운아도 있다. 그늘 속에 숨은 대표적인 사람은 아마 정대철 국민회의 부총재일 것이다.

한때 서울시장 후보설과 통일부장관 입각설 사이에서 즐거운 고민에 빠지기도 했던 그가 하루아침에 음지로 들어간 것은 순전히 북풍 때문이었다. 이른바 ‘이대성 문건’을 유출한 혐의였다. 김대통령에게 불려가 호되게 야단을 맞았던 그는 한동안 외부 접촉을 차단하고 두문불출했다.

그러다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한광옥 부총재의 선대위원장을 맡아 재기를 노렸지만, 한부총재가 도중 하차함으로써 그의 꿈은 다시 무산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안기부에 불려가 문건 유출 경위 조사까지 받았다. 억세게 운도 없다.

아무리 원외 비주류라고 하지만, 대권을 꿈꾸는 집권당 중진의 체면이 영 말이 아니다. 그러나 측근들은 언젠가 김대통령이 정부총재를 부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대통령과 정부총재 집안 사이에는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오랜 정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기의 배’ 띄우는 이기택 “돌아가요 부산항에”

이기택 한나라당 부총재의 연락선은 오륙도를 돌아 곧 부산항에 닻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15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떠났던 정치적 고향 부산으로 귀향을 서두르고 있다. 그의 귀향이 임박했다는 소식은 4월27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신상우 부총재 등 부산 민주계 의원 15명과 만찬을 한 사실이 포착되면서 알려졌다. 이 자리는 귀향에 앞선 일종의 신고식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이부총재는 이 자리에서 90년 3당 합당 이후 다소 소원했던 부산 민주계 의원들과의 관계 회복에 진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정치적 재기를 위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으며 부산 지역 의원들의 직·간접 지원을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락선이 부산항에 입항하면 이부총재는 곧 바로 해운대나 동래에 짐을 풀 것으로 보인다. 그는 김기재 전 의원의 의원직 사퇴로 오는 7월에 보궐 선거가 예정된 해운대·기장 을구나 강경식 의원의 입당 좌절로 공석이 된 동래 을구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해운대·기장 을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가 보선에서 승리해 최다선인 8선 의원으로서 화려하게 재기할지 주목된다.
다시 모인 ‘5공 사람들’지방 선거 앞두고 잰걸음

지방 선거를 앞두고 5공 인사들의 회동이 잦다. 정호용·허삼수·허문도·장세동 씨 등은 4월30일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화해했던 바로 그 장소이다. 이들은 그 자리에서 5공 세력 재결집과 6월 지방 선거 출마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구시장 출마설이 나돌던 정호용씨(사진)는 최근 여권 인사들과 자주 접촉하고 있어, 입당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정씨는 아직 복권되지 않아 피선거권이 없다. 정씨는 자신이 직접 출마하지 못하더라도, 막후에서 TK 지역에 대한 5공 세력의 영향력 확대와 정치 활동 재개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5공 세력의 발 빠른 움직임은 다른 곳에서도 포착된다. 허문도씨는 경남도지사 출마를 목표로 표밭 다지기에 돌입했고, 허화평씨는 박태준 총재측과 접촉하며 포항에서 정치적 재기를 도모하고 있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은 측근들과 ‘목요 산행’을 재개했고, 안현태·이학봉 씨 등은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냈다.
뽑다 만 박영숙 카드 DJP에 무슨 일 있었나

정작 본인은 말이 없는데 주변에서 온갖 소문이 나돌고 있다. 박영숙. 따지고 보면 그는 이번 보건복지부장관 파동의 또 다른 피해자인 셈이다. 마치 그에게 재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박영숙 카드는 왜 무산되었을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치 9단인 DJ와 JP 두 사람만이 알고 있는 고난도 싸움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즉 시장·도지사 공천을 비롯해 최근 DJ의 인사에 불만을 품고 있던 JP가 ‘당신네 사람 마음껏 쓰라’는 식으로 DJ 사람인 박영숙 카드를 들이댔다는 것이다. 그런 JP의 속내를 간파한 DJ는 재빨리 김모임 장관 카드를 택함으로써 JP의 공격을 피했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또 하나 알려지지 않은 대목은 김대통령과 박영숙 전 부총재의 사이가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그다지 매끄럽지 않다는 점이다. 88년 총재 권한대행을 맡을 때만 해도 두 사람의 관계는 좋았지만, 14대 총선 이후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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