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덕지덕지, 얼룩무늬 금배지
  • 김종민 기자 (jm@e-sisa.co.kr)
  • 승인 2001.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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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심규섭 의원, 횡령·사기 등 혐의 수두룩…
방송 인터뷰에서 '뇌물 공여' 실토


사진설명 민주당 심규섭 의원 혐의 관련 매매 계약서·본인의 진술서(왼쪽) 등 유력한 증거.

여당 국회의원은 고성능 방탄 조끼라도 입은 것일까. 민주당 심규섭 의원을 두고 제기되는 의문이다. 심의원은 자기가 이사장으로 있던 경문대학(전 평택공업전문대학)과 관련해서 횡령·뇌물 공여·사기·명예훼손 등 수많은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고소를 당했고, 16대 총선과 관련해서는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처럼 여러 사건에 연루되어 있지만 지난 선거 때 명함 2천 장 돌린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건이 검찰 수사 단계에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최근 언론과 시민단체, 야당이 검찰이 심의원을 비호하고 있다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첫 번째 의혹은 평택공전 예산 횡령 건과 뇌물 공여 건이다. 심의원은 1998년 평택공전 재단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1, 2 학기 등록금 61억원 가운데 58억원을 횡령하고 교육부 관리에게 천만원을 뇌물로 준 혐의로 1999년 11월 수원지검 평택지청에서 수사를 받았다. 당시 심의원은 검찰에서 58억원 중 12억원은 개인 대출금을 변제하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는 학교 신축 및 기자재 비용으로 지출했다고 진술했다. 개인 대출금 역시 학교 신축 과정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유용한 돈은 한푼도 없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당시 심의원이 회계 장부 및 영수증 등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고, 검찰은 심의원이 진술한 돈의 사용처를 철저하게 수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수사를 맡았다가 대전지검으로 옮긴 이정회 검사는 "업무량이 많아 미루어 두고 있었으나 추가로 수사할 필요성은 느끼고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후임 검사가 왜 계속 수사를 하지 않았는지는 담당 검사의 처지를 고려해 뭐라고 답변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뇌물 공여 건도 의혹덩어리다. 검찰 조사에서 심의원은 교육기자재 지원금을 빨리 받을 목적으로 부친인 심상희씨를 통해 1998년 6월 교육부 김용현 평생교육국장에게 천만원을 주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돈을 받은 김국장이 해외에 도피했고, 심의원이 나중에 진술을 번복했다는 이유로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심의원은 최근에도 천만원 뇌물 건을 해명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부친이 김국장에게 용돈으로 건넨 것이라며 말을 바꾸었다.

그러나 심의원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그는 1999년 7월 SBS와 익명으로 한 인터뷰에서 뇌물을 준 사실을 고백한 적이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 심의원은 1998년 8월 한 호텔에서 김국장을 만나 지원금 10억원을 받을 목적으로 청탁성 뇌물 천만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좀 도와주십시오. 지원금이 빨리 내려와야 됩니다. 그랬더니 1억2천만원인가를 내려보냈어요." 심의원 본인의 육성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1997년 평택공전 설립 인가를 받기 위해 '3수'를 했다며, 그 과정에서 무려 5억여원이라는 로비 자금을 국회와 청와대에 뿌렸다고 실토하기까지 했다.


이미 팔아넘긴 대학, 두 차례나 사기 매각 진행


사진설명 터미네이터? : 민주당 심규섭 의원(사진)은 횡령·뇌물공여·사기·명예훼손 등 수많은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고소를 당했다. 이와 관련해 유력한 증거가 있지만 그는 아직 건재하다. ⓒ연합뉴스

심의원의 '문제적 행위'는 정치권에 들어간 후에도 계속된다. 대표적인 것이 경문대학 사기 매매. 심의원은 1997년 평택공업전문대학을 설립해 초대 이사장에 취임했으나 무리한 학과 증설로 빚더미에 올라앉아 1998년 9월 전재욱씨에게 부채 해결을 조건으로 이사장 자리를 넘겼다. 문제는 심의원이 그 후에도 이 학교를 두 차례에 걸쳐 매매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이다.

1차 거래 상대자는 미8군 중앙회계처 부처장으로 있던 김승준씨다. 김씨가 심의원을 상대로 낸 고소장에 따르면, 심의원은 총선 전인 2000년 3월 김씨를 만나 매매 협상을 벌였다. 심의원은 김씨에게 자신이 경문대학의 실질적인 소유주인데 돈이 급히 필요해 학교를 1백27억원에 넘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3월15일 매수자인 김씨가 학교 부채 67억원을 떠안고 심의원에게 60억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약정서를 맺었고, 김씨는 3월22일 계약금 12억원을 심의원에게 지불했다.

김씨의 고소장에 따르면 그후 심의원은 김씨에게 "선거 때문에 시간이 없고 돈은 급하니 10억원을 추가로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미 12억원을 지불한 김씨는 총선 직전인 4월11일 10억원을 추가로 지불했다. 총선이 끝난 후 김씨는 심의원에게 약정서 내용대로 학교 인수 절차를 진행하자고 했으나 심의원은 또 잔금 완불을 요구했다. 그제서야 수상한 생각이 든 김씨는 법인등기부 등본을 확인하고는 심의원이 경문대학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고, 지난해 8월 심의원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김씨가 심의원에게 전달한 22억원은 미8군 명의의 백지 수표로 미국 국방부 예산이었다는 점이다. 미8군에서 미군 명의의 백지 수표를 발행할 수 있는 3명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김씨가 미군 예산을 횡령한 것이다. 김씨는 횡령 사실이 드러나자 잠적했다가 지난해 12월 경찰에 붙잡혀 구속되었다. 돈을 건넨 김씨는 구속되었지만, 김씨에게 22억원을 받은 심의원은 이와 관련해서 어떤 조사도 받지 않았다.

심의원은 김씨가 횡령 건으로 잠적해 더 거래를 진행하기 어렵게 되자 2000년 5월께 재미 교포인 조익환씨와 2차 매매를 시도했다. 조씨 역시 부채 67억원을 떠안고 60억원을 지불하면 경문대학을 넘겨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조씨는 심의원으로부터 학교법인 계좌에 75억원이 있으니 일단 35억원만 지불하고 인수 절차를 진행한 후 75억원을 활용하라는 제안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후 조씨는 이미 심의원이 김승준씨와 매매 계약을 맺은 사실을 알게 되었고, 심의원에게서 학교를 인수한 전재욱씨를 만나 심의원의 얘기가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조씨는 지난해 8월 검찰에 심의원을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심의원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을 때 발생한 부채가 아직 남아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과 협의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고소인들의 고소장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약정서·영수증·대화 녹취록 등을 보면 심의원이 매매 협상을 구체적으로 진행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7개월이 넘도록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를 담당해 온 수원지검 평택지청 최인호 검사는 김씨의 고소건은 고소인인 김씨가 출두를 거부해 고소를 각하했고, 조씨의 고소 건은 심의원이 의정 활동을 이유로 출두하지 않아 조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8월에 접수된 고소 건에 대해 아직까지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여당 정치인을 봐준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16대 총선 선거법 수사도 석연찮아


의혹거리는 또 있다. 경문대학 강관희 교수는 그를 모함하는 편지가 동료 교수와 학생,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목사와 신도 등에게 조직적으로 배포되어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편지의 출처를 추적해 온 강교수는 2000년 1월 편지의 발신지인 오산 우체국에서 편지를 보낸 사람을 밝혀냈다. 경문대학 전 재단이사장으로 자신과 사이가 안 좋은 심의원이었다. 2000년 1월31일 심의원이 편지를 보내는 장면이 우체국 폐쇄 회로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이 문제로 경찰 조사를 받은 심의원은 경문대학 송점동 교수의 부탁으로 단순히 심부름을 했을 뿐이라고 진술했고 평택경찰서와 평택지청은 심의원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피해자 강교수는 지난 1월 검찰청장 앞으로 사건 수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보내기도 했다.

16대 총선 선거법 수사도 석연치 않다. 심의원의 부탁으로 선거운동을 도운 나성수씨가 심의원측으로부터 7백50만원을 받았다고 자수까지 했으나 검찰은 돈을 직접 전달한 박철순씨만 구속하고 심의원은 무혐의 처리했다. 심의원은 현재 명함 2천장 돌린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되어 1심에서 1백2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금품 수수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현재 재정 신청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심의원과 관련된 사건들이 최근 잇달아 문제가 되자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뒤늦게 심의원을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심의원도 그동안 출두를 미루어 오다 3월19일 검찰에 출두했다. 그러나 검찰은 경문대학 사기 매매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하겠다고 밝혀 수사 의지가 확고한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횡령·뇌물 공여·사기 등 개인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심의원은 현재 국가 재정과 경제를 감시하는 국회 재정경제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심의원 문제는 개인 비리 의혹이지만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다. 자칫 이런 의혹이 말끔히 규명되지 않고 지나간다면 국회는 '고양이에게 맡긴 생선가게'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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