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후보 1순위 "박근혜"
  • 안철흥 기자 (epigon@e-sisa.co.kr)
  • 승인 2001.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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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과 1대 1 가상 대결에서 최고 경쟁력 보여


■ 가상 대결 구도
이회창 36.7% / 박근혜 32.7% / 잘 모름 30.6%
이회창 45.4% / 노무현 23.4% / 잘 모름 31.1%
이회창 48.1% / 정몽준 20.9% / 잘 모름 31.0%
이회창 42.0% / 김혁규 16.1% / 잘 모름 42.0%
이회창 47.1% / 김중권 13.9% / 잘 모름 39.0%

여권 일부에서 영남후보론이 힘을 얻는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영남 출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 DJ 비 이회창’이라는 현실적인 영남 민심에 편승할 수만 있다면 영남 후보는 ‘필승 카드’가 될 수도 있다. 김중권 대표나 노무현 상임고문 등 민주당 내부에 영남 주자가 있는데도 여권 내부에서 끊임없이 더 강력한 대안들을 찾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시사저널>의 이번 조사는 여권의 이런 영남후보론이 얼마나 힘을 받을 수 있는지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다.

우선 사실상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되어 있는 이회창 총재와 맞대결을 붙일 상대로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김혁규 경남도지사·정몽준 무소속 의원·노무현 민주당 상임고문·김중권 민주당 대표 등 다섯 사람을 골랐다. 이들이 그동안 ‘영남 후보’로 자주 거론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이번 여론조사의 단순 지지율 조사에서도 현재 영남 민심을 얻고 있는 ‘빅5’로 꼽혔다.


노무현 대약진…김혁규, 경남에서 강세


가장 높은 경쟁력을 보인 인물은 놀랍게도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32.7%)였다. 그는 출마할 경우 영남에서 이회창 총재(36.7%)와 오차 범위 안에서 박빙 승부를 벌일 수 있는 유일한 주자로 나타났다. 박부총재는 30~40대 연령층·고졸·자영업자와 대구·울산 거주자 사이에서 이총재를 이겼다. 박부총재가 여권 후보로 나설 경우 한나라당 지지층의 51.1%만이 이총재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한 대목은 특기할 만하다. 반면 28.2%는 ‘여권 후보라도’ 박부총재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했고, 20.7%는 응답을 유보했다. 이는 이총재에 대한 영남 민심의 결집도가 예상보다 높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박부총재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지지층이 있음이 밝혀진 셈이다.

민주당 출신 주자 가운데서는 노무현 상임고문의 약진이 눈에 띈다. 노고문은 23.4%를 얻어 15대 대선 때 DJ가 얻은 영남 표보다 2배 가량을 더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단순 지지도에서 6.2%밖에 얻지 못해 김혁규 지사나 정몽준 의원보다 뒤떨어졌던 노고문이 가상 대결에서 약진한 점은 특기할 만하다. 그가 영남 출신들에게 여권 영남 후보의 대표 격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 대의원 지지율 조사에서 확실하게 ‘떴던’ 김중권 대표의 경쟁력은 일반 유권자 사이에서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영남후보론의 불길을 지핀 데 일조했지만, 영남 주민의 13.9%만이 그를 지지했다. 심지어 그는 ‘안방’인 경북(20.4%)에서도 노고문(31.8%)에게 뒤졌다. 김대표가 아직도 대중 정치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아무리 약한 영남 주자라도 ‘텃밭’ 지지율은 셌다. 김중권 대표는 경북, 김혁규 지사는 경남, 노무현 고문은 부산, 박근혜 부총재는 대구, 정몽준 의원은 울산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었다. 3김 이후 이들이 소지역 맹주로 성장할 수 있을까.

특히 경남에서 이총재와 오차 범위 안의 접전을 벌인 김혁규 지사에 대한 경남 지지율(28.1%)은 주목할 만하다. 그가 YS의 비장의 카드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조사를 통해 앞으로 대선 구도에서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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