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도전’ 승전보 올릴까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2.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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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녹색당·환경운동연합 등 군소 정당·단체, 지방선거에 대거 입후보


6·13 지방자치단체장(지자체) 선거가 코앞에 닥쳤다. 여야 모두 대통령 선거 전초전으로 여겨 신경전이 치열하다. 신민주 대연합이나 중부권 신당 등 정치권 지각 변동도 점쳐진다. 노풍(盧風)이나 IJP 변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이너 정치 세력도 정치권 판도를 흔들어 보려고 벼르고 있다. 총선·대선과 달리 지자체 선거에서는 국지적인 승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1991년 지자체 선거부터 마이너 정치 세력은 약진했다. 그러나 독자 브랜드를 갖지 못한 채 기존 정당에 수혈되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다르다. 2002년 6·13 선거에서 마이너 정치 세력은 자체 브랜드로 승부를 건다.



민주노동당(민노당)과 사회당은 진보 정치를 전면에 내걸었다. 녹색평화당(녹색당)과 환경운동연합 녹색자치위원회는 녹색 정치를 실현할 녹색 후보를 낸다. 자치개혁연대와 한국청년연합은 풀뿌리 자치를 표방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지자체 선거에서 마이너 정치 세력이 조직적으로 입후보자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자체 선거의 꽃은 광역단체장 선거다. 관심이 높은 만큼, 정치적 폭발력이 강하다. 마이너 정치 세력이 한곳에서라도 당선된다면 폭발력은 메가톤급이다. 서울·인천·대구·울산·경남은 그런 면에서 주목할 만한 지역이다.



민주당 김민석 후보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서울에서 민노당과 사회당·녹색당이 모두 후보를 냈다. 그중에서 ‘깜짝 주자’는 민노당 이문옥 후보. 노풍의 진원지였던 인터넷에서는 최근 들어 ‘옥풍’이 불고 있다. ‘깨끗한 손’이라는 자발적인 팬클럽이 생겼고, 진중권·노혜경 씨 등 사이버 논객들이 이문옥 지지 대열에 합류했다. 민노당 이성현 대변인은 “최근 정국 기상도 옥풍에 유리하다”라고 진단했다. ‘홍3 게이트’ 등 최근 잇달아 터진 권력형 비리는 상대적으로 이후보의 청렴 이미지를 상승시키고 있다는 평이다. 물론 여야가 당력을 총동원해 격돌하는 지역이니만큼 당선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어서 이후보가 과연 얼마나 득표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민노당은 울산, 녹색당은 인천에 큰 기대



울산은 민노당이 가장 기대하는 곳이다. 민노당측이 울산시장은 이미 당선 안정권이라고 주장할 정도이다. 노동자 도시답게 울산은 전통적으로 노풍(勞風)이 강하다. 1998년 지자체 선거에서도 구청장 2명을 냈다. 울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송철호 변호사는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박맹우 후보를 앞서고 있다. 4월22일 울산MBC 여론조사에 따르면 송후보는 박후보를 19.5% 포인트 앞섰다. 민주당은 아직까지 후보를 확정하지 못했다.


노무현 후보가 영입 1순위로 여겼던 송철호 후보가 민노당으로 출마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노사모에서는 송후보를 연합 공천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민노당은 울산시장뿐 아니라 구청장까지 석권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동구청장에 이갑용, 북구청장에 이상범 후보 등 현대자동차 출신 노동운동가들이 구청장으로 입후보했다.



녹색연합 출신들이 주축이 된 녹색당은 5월8일 창당한 신생 정당이다. 녹색당 임삼진 공동대표는 시구에 빗대 “이번 선거를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으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지역당 운동에 중심을 둔 녹색당의 전략 지역은 인천. 시장을 비롯해 모든 구의 광역 의원에 후보를 낸다. 신맹순 인천광역시 의원은 녹색당의 인천시장 후보로 거론된다. 전국교직원노조운동 1세대 해직 교사 출신인 신의원은 인지도가 높은 점이 강점이다. 민주당이 후보 선정을 놓고 크게 진통을 겪은 점도 녹색당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아성인 대구에서는 자치개혁연대와 환경운동연합의 지지를 받는 이재용 현 남구청장이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환경운동연합 출신인 이구청장은 보장된 재선의 길을 접고, 대구시장 출마를 택했다. 자치개혁연대는 지자체의 ‘살아있는 교과서’ 김두관 남해군수를 경남도지사 후보로 잠정 확정했다. 김군수와 이재용 구청장이 투톱인 자치개혁연대는 정당 조직은 아니다. 느슨한 연대 조직이지만 2년 전부터 이번 선거를 준비해 왔다.


자치개혁연대 심상용 대변인은 “영호남에서 여야 모두 제구실을 못한다. 지역 패권주의를 타파해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자치개혁연대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호남에서 맥을 못 추듯이, 영남에서 민주당은 대안 세력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지역 유권자들의 공감대를 자치연대가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환경운동연합은 고양시를 전략 거점으로 삼아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고양환경연합 의장 이치범 후보가 시장 후보로 직접 출마한다. 이후보의 복안은 고양시를 녹색 도시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동안 고양시는 러브호텔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아줌마 부대가 스스로 대책위를 꾸릴 만큼 다른 지역에 비해 시민의식이 성숙한 지역이다. 환경운동연합 녹색자치위원회 박진섭 국장은 “역설적으로 러브호텔이 녹색 후보를 도우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광역단체장 선거뿐 아니라 기초단체장·광역의회에도 마이너 정치 세력은 독자 후보를 낸다. 민노당은 4백여명, 녹색당이 100여명, 환경운동연합 50여명, 자치개혁연대 1백50여명, 한국청년연합은 30여명 등 7백명 이상의 후보를 낸다. 민노당에서부터 자치개혁연대까지 이들 단체는 교차 지원의 공감대도 넓혔다. 후보를 내지 못하면 상대적인 개혁 후보를 지원한다는 방침에 묵시적으로 동의했다. 한국청년연합회 정보연 자치연구소 소장은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협력해, 지자체 선거를 축제로 만들자는 데 동의했다”라고 말했다.



마이너 정치 세력의 지자체 참여는 선거운동 방식에도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다. 녹색당은 컬러 인쇄물을 만들지 않고, 환경운동연합은 태양열 유세 차량을 사용하는 등 친환경적 선거운동을 선보인다.



그런데도 마이너 정치 세력이 넘어야 할 현실 정치의 벽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대선 바람이다. 지자체 선거가 대통령 선거 전초전이라는 점은 이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당장 이재용 대구시장 후보나 김두관 경남도지사 후보는 노무현 후보의 영입 대상이다. 자치개혁연대 심상용 대변인은 “막판 표 쏠림이 일어나면 뾰족한 수가 없다. 다만 유권자들이 지역 일꾼을 뽑는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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