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장악해 대권 쥐자”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2.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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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지지세 굳히기 총력…수도권 다질 발판으로 적극 활용
지방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뒤인 6월19일, 연고지인 충남 예산을 방문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예산군 신양면에 있는 선영에 성묘한 뒤 예산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악수 공세를 펼쳤다. “꼭 대통령 되세유.” 박수와 함께 상인들의 격려를 받은 이후보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아 보였다. 그는 쑥스러워하는 시장 상인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할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었다. 주민들은 이후보를 ‘충청도 고향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택시 기사는 지난 대선 때는 그를 고향 사람으로 여기는 이가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후보의 한 측근은 지방 선거를 계기로 충청권 민심이 한나라당으로 기울기 시작했다며, 대선을 앞둔 이후보의 ‘충청권 굳히기’ 작업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대전시장을 차지했고, 충남에서 기초단체장 4명, 충북에서 도지사와 기초단체장 5명을 확보했다. 대전(18명 가운데 9명)과 충북(27명 가운데 21명)에서는 지방 의회까지 장악했다. 1998년 제2기 지방 선거 때는 기초단체장은 물론 충청권에서 단 한 명의 광역 의원도 당선시키지 못했었다. 한나라당은 정당 지지도에서도 충남에서만 7% 가량 자민련에 뒤졌을 뿐, 대전에서는 8%, 충북에서는 30%나 앞질렀다. 이처럼 충청권을 놓고 벌인 김총재와 이후보의 승부는 이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한나라당의 충청권 굳히기 작업에 앞장선 사람은 김용환 국가혁신위원장과 강창희 의원이다. 지난 6월21일 충남 온양에서 열린 충남선대위 해단식에서 강창희 의원은 “지방 선거 결과에 만족하지 말고 12월 대선에서 압승해야 김대중 정부를 탄생시킨 충청도의 오점을 씻을 수 있다”라고 말해 대선을 향한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용환 위원장은 당 일각에서 ‘선대위원장 기용설’까지 나오고 있다.



심대평 충남도지사, JP와 결별하고 홀로서기?



이후보측은 또 심대평 충남도지사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충청 지역의 유일한 자민련 소속 광역단체장인 그는 이번 지방 선거 과정에서 “심대평이 충청도에서 깃발을 들어올리겠다”라며 ‘심대평 대망론’을 주장했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 또한 “국무총리도 되고 대통령도 될 수 있는 사람이다”라며 심지사 띄우기에 나섰다. 자신의 인기가 떨어지자 고육지책으로 심지사를 내세운 측면이 강했다. 심지사는 “대통령 후보와 정치 지도자들이 ‘자민련은 없어질 정당’ ‘충청도를 격침할 것’ 등 국가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말들을 뱉어내고 있다”라며 이후보를 맹공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심지사의 이런 움직임을 ‘홀로서기’와 관련지어 본다. 충청 지역 한 언론은 그가 지방 선거 과정에서 이인제 의원의 지원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만약 김총재가 이의원과 손잡고 신당 창당에 나선다면 ‘JP 이후’를 노리는 이의원과 심지사 간에 틈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의 충청권 공략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충청권 굳히기 작업에서 중요한 변수는 자민련 의원들의 한나라당 입당 여부이다. 이후보측 이종구 언론특보는 “억지로 자민련 의원들을 끌어오지는 않겠지만 오는 사람을 막을 생각도 없다”라고 말한다. 이 부분은 자민련 김총재가 꾀하는 정계 변화 시도가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양상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전략가들은 충청권 민심을 장악해야 영남·충청의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수도권을 석권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한길리서치의 조사는 한나라당이 왜 이런 판단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5월 27∼28일 조사에서 충청 출신 유권자들의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 38.4%, 민주당 26.0%였다. 그러던 것이 6월5∼6일 조사에서 한나라당 51.5%, 민주당 13.5%로 확 바뀌었다. 충청 출신 유권자들의 이동 폭이 가장 컸다.



이런 상황은 경기도지사 후보에 대한 지지도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5월 조사에서 43.8%(한나라당 손학규), 33.3%(민주당 진 념)였던 후보 지지도는 6월 조사에서 52.7%(손학규), 20.1%(진 념)로 바뀌었다.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 상당수가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한나라당은 서청원 대표, 김용환 국가혁신위원장, 강창희·박관용 의원 등 충청권 ‘신주류’들을 내세워 이런 상승세를 완전히 굳히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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