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낮은 포복’ 대권 출정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2.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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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후보 선출…이념 구호 버리고 현실 정책 앞세워



권영길씨가 9월8일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로 정식 선출되었다. 단독 입후보한 권후보는 민주노동당원 3만여명 중 투표권을 가진 1만2천여 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권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평등 사회를 만드는 대통령, 서민 복지를 구현하는 대통령, 한반도 평화를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로써 1987년 백기완씨가 후보로 나선 이래 진보 진영의 네 번째 대권 도전이 시작되었다. 권씨의 출마는 1997년에 이어 두 번째이다.


권후보의 이번 출마는 과거 세 번에 걸친 ‘진보 진영 독자 후보’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우선 정당 후보로 출마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노당은 전국적으로 당 조직을 가동하고 있으며, 지난 지방 선거에서 자치단체장 2명, 광역 의원 11명, 기초 의원 31명을 당선시켰다.


정책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현실성을 띠고 있다. 지난 8·8 재·보선 때 민노당 후보들이 제시한 주요 공약은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 전면 적용, 주택임대차보호법 강화, 고리대금양성화 반대 등이었다. 과거와 같은 거대 담론이나 이념 편향적인 구호는 사라졌다.


득표율 8% 목표…정몽준·노무현이 공격 타깃


민노당 관계자들은 이런 변화를 강조하며 대선에서 선전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민노당이 정한 목표는 지방 선거 때 얻은 정당 득표율 8.1%를 다시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대선 투표율을 80%로 가정할 경우 2백26만표를 얻는 경우에 해당한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5%(1백40만명)만 얻어도 성공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MBC-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 대선이 3자 혹은 4자 구도로 치러질 경우 권영길 후보는 4~5% 득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시사저널>-미디어리서치의 대선 후보 단순 지지율 조사에서는 0.8%를 얻는 데 그쳤다.


그만큼 현실은 만만치 않다. 올해 대선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 제3 신당 정몽준 후보의 3파전 구도가 될 것이 유력해지고 있다. 더구나 노무현 후보에 이어 정몽준 의원도 기성 정치권에 식상한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어, 부동층을 타깃으로 하는 군소 후보가 헤쳐 가기에는 틈새도 줄어든 편이다.


권후보가 지난 8월 한 인터뷰에서 정몽준 의원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도 이런 현실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이상현 대변인은 “정의원이 출마하면 권후보 지지율이 2~3% 정도 낮아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민노당은 정몽준 의원을 대선 경쟁의 제1 타깃으로 삼고 있다. 민노당은 정의원이 출마 선언을 하는 즉시 10대 공개 질의를 통해 공격의 포문을 열 계획이다. 재벌 대 노동자의 대결이라는 부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아직 노무현 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덜 적대적이지만 ‘노풍’이 다시 불면 노무현 공격도 시작할 작정이다.


이런 권후보와 민노당에게 가장 큰 딜레마는 역시 낮은 당선 가능성이다. 지지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가 살아날 경우나 ‘권영길 후보는 이회창 당선의 도우미’라는 여론이 조성될 경우 목표 달성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중앙선관위가 출마 기탁금을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늘이는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낸 것도 권후보에게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민노당은 8일 ‘민노당을 고사시키려는 폭거이다. 당의 사활을 걸고 투쟁하겠다’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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