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21에서 ‘친노 핵심’ 뭉쳤다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4.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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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남·문성근 씨 등 5총사, 사장·이사 맡아…서프라이즈와 경쟁 불붙어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잡힌 다음 인터뷰했으면 한다. 현재로서는 얘기할 것이 별로 없다.” 지난 9월2일 인터넷 라디오 매체인 ‘라디오21’ 이사회에서 새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명계남씨(이스트필름 대표)는 이렇게 말을 아꼈다.

실제로 새 사장 선임 이후 라디오21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생방송 개시 시간이 오전 10시에서 9시로 한 시간 앞당겨지고, 청취자 게시판에 오르는 글이 평소보다 3~4배 늘었다는 것 정도가 변화라면 변화다.

그런데도 라디오21에 쏠리는 관심은 뜨겁다. 무엇보다 친노 핵심들로 채워진 새 이사 진용부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일단 명사장과 더불어 ‘명짱(명계남)과 문짝(문성근)’ 신화를 탄생시켰던 문성근씨가 새로 이사를 맡았다.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과 김갑수 부대변인 또한 이사진에 합류했다. 노사모 시절부터 ‘행동대장’으로 통해 온 이상호씨는 라디오21 운영 전반을 관할하는 부사장을 맡았다.

대선 이후 이들 친노 핵심 5인이 공식 직함을 갖고 뭉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상호 부사장은 “라디오21 식구들이 그간 경영난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라디오21이 무너질 수 있겠다는 위기 의식과 함께 고통을 나눠 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라고 말했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합류했다고 하지만 새 이사진은 상당히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라디오21측에 따르면, 명사장은 프로그램 개편 이후 본인이 직접 방송 진행자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이럴 경우 라디오21은 보수 언론의 집중적인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명사장은 최근에도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을 상대로 ‘조선일보 인터뷰 거부 운동’을 촉구하는 등 안티조선운동의 고삐를 늦추지 않아 왔다.

“친노 진영 여론 형성의 중심이 되겠다”

더 흥미있는 것은, 라디오21이 방송뿐 아니라 커뮤니티·웹진 쪽으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는 점이다. 라디오21은 최근 ‘명계남 사장 체제 이후 청사진’이라는 공지문에서, 방송의 쌍방향성을 보강함과 동시에 뉴스와 칼럼 기능을 대폭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상당 부분 ‘서프라이즈’를 겨냥한 전략으로 보인다.

그간 친노 매체의 양대 축으로 꼽혀 온 라디오21과 서프라이즈는 각각 방송 사이트와 칼럼 사이트로 역할 분담을 해 왔다. 그런데 라디오21이 서프라이즈의 영역이던 칼럼 부문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라디오21은 명계남·문성근·이상호·정청래·김갑수 5인의 고정 칼럼을 기본으로, 양기대씨(전 동아일보 기자) 등 외부 인사 칼럼을 적극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친노 매체간 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특히 서영석 전 대표 부인의 청탁 파문 이후 고정 필진·논객이 하나 둘 이탈하면서 자중지란을 겪어 온 서프라이즈로서는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라디오21의 한 핵심 관계자는, 매체간 상생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서프라이즈를 대체해 친노 진영 여론 형성의 중심 축이 되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개혁을 둘러싼 본 전투는 이제부터 시작인데, 그간 친노 진영 내부가 찢겨 동력을 소진해 왔다. 개혁의 구심이 새로 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스스로 정한 당위와 논리에 도취해 민심을 읽지 못하는 딜레마’(필명:요한3장3절)에 빠져 있다는 자아비판을 받고 있는 친노 사이트를 혁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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