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접수해 확 뒤엎자”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4.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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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핵심 지지 세력 국참연대, 10만 ‘네티즌 당원’ 양성해 개혁몰이 계획
“10만 네티즌이여, 열린우리당을 접수하자.”지난 11월22일 노사모·국민의힘 등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핵심 그룹이 ‘1219 국민참여연대’(국참연대)를 결성하고 나섰다. 개혁 네티즌들이 직접 당원이 되어 개혁 지원군 역할을 하며 당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11월29일에는 국가보안법 연내 처리에 미온적 입장을 밝힌 일부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안개모’ 의원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개혁 압박’에 들어간 것이다.

당내 각 계파는 국참연대의 출범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노사모·국민의힘 등 추진 세력이 전국적 네트워크를 가진 데다 당내 어느 세력보다 결집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노사모와 개혁당 출신 당원들이 ‘중단 없는 개혁을 위한 전국 당원 연대’(중개련)를 구성하면서 4대 입법 등 개혁을 촉구하고 나선 것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지지 그룹과 평당원들의 기류 변화는 한나라당의 최근 움직임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각 계파가 당 밖에서 자생적으로 출현하고 있는 ‘뉴라이트’를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하는 반면, 열린우리당은 노사모·국민의힘 등 외곽 지지 세력이 당내 세력화해 밑바닥부터 변화를 추동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의원 20여 명이 뜻을 함께하고 있다”

국참연대는 정청래 의원과 이상호씨가 주도하고 있다. 정의원이 원내 의원들을 조직하고, ID 미키루크로 잘 알려진 이씨가 일반 당원 조직화를 총괄하고 있다. 문성근·명계남 씨는 직접 당원이 되어 활동하기보다는 ‘서포터’ 수준에서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 정의원에 따르면, 현역 의원 20여 명이 뜻을 함께한 상태. 발기인은 3일 만에 1천명을 넘어섰다. 국참연대는 내년 1월9일에 있을 창립대회까지 발기인 3만명 모집을 1차 목표로 잡았다.

정청래 의원은 국참연대를 ‘1219 정신을 잇는 운동’으로 설명한다. 2002년 대선에서 국민 참여로 정권을 창출한 것처럼 이번에는 정당 참여로 반대 세력에 포위되어 있는 개혁에 힘을 싣겠다는 것이다. 정의원은 “헌재 위헌 판결을 지켜보면서 지지자들이 탄핵 때만큼이나 위기감을 느꼈다. 또한 당이 4대 입법에 대해 너무 소극적으로 주저하고 있다는 점도 국참연대가 생긴 이유 가운데 하나다”라고 말했다. 대선 직후 노사모로부터 국민의힘이 ‘개혁 전위대’로 분리되었을 때만 해도 ‘정치적 중립주의’가 논란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촛불시위 같은 1회성 방식말고 지속적으로 힘을 갖는 정당 참여에 쉽게 합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국참연대는 2002년보다 진화한 형태의 네티즌 프로그램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온라인에서 ‘재미(fun)’를 강조해 20대의 참여를 촉진하고, 오프라인에서는‘생활 정치’를 통해 30~40대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국참연대를 조직하기 위해 전국 순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상호씨는 “1219 정신은 즐거운 참여 정신이다. 국민에게 정치를 돌려주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준비하는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로 스타크래프트, 팡야, 피파 2004 등 e-스포츠를 활용해 정치 무관심층과 접점을 늘릴 계획이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사이버 민원 내각이다. 구호로만 민생 정당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민생 정치, 생활 정치의 고리 역할을 할 사이버 민원 내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원이 보육·복지·노인·장애인 등 민생 문제 담당 분과를 각각 맡아 정당과 국민 사이에서 소통 통로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영업자를 네트워크로 묶는 인터넷 상가 모형도 구상하고 있다. 지역 별로 당원 추천 매장이나 단골집을 선정해 인터넷을 통해 알리고, 당원들에게는 마일리지 제도를 통해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중개련, 당내 개혁 전위대 자임

지난 11월27일 출범한 중개련은 열린우리당 내의 개혁 전위대를 자임하고 나섰다. 이들은 창립 결의문을 통해 ‘4대 개혁 입법 등 개혁을 완수할 수 있도록 당원이 직접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중개련은 후보 개혁성을 평가해 당의 공직 후보 선거에서 당락운동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중개련 창립을 주도한 한 평당원은 “열린우리당의 정책 목표가 흐지부지되고 있는 데는, 한나라당의 반대도 있지만 당 내에서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도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개련은 당원들이 당을 정화해 개혁할 수 있게 하고, 개혁에서 궤도 이탈 하려는 세력을 견제하는 자발적 감시 세력이다”라고 말했다.

당권파, 개혁당 그룹, 재야파, 안개모 등 당내 각 계파는 이들이 내년 3월에 있을 전당대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참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원은 특정 후보와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3월 전당대회에서 세력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참여정부의 성공을 얼마나 바라는가, 개혁적인가, 정당 민주화에 기여했는가 세 가지 조건을 기준으로 내부 토론을 거쳐 기준에 부합하는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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