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공적’ 퇴치 종합연구실 짓자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5.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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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진료·정보관리 위한 네트워크 구성 목적
이 법안을 만들겠다

정병국 의원의 국립치매센터 건립 법안


“치매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치매 환자는 앞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관리하고, 정보를 제공할 국립 치매센터가 필요하다.”
치매 환자가 더 많을까, 암 환자가 더 많을까. 치매 환자가 더 많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가 밝힌 2003년 치매 환자는 31만명. 이는 2003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암 환자 수(29만2천명)보다 더 많다. 숫자가 더 많은데도 심각성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가족들이 발병 사실을 부끄러워해 숨기고 가족 차원에서 간병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국립치매센터 건립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야 의원 43명이 법안 발의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국립암센터처럼 국립치매센터를 만들어 국가적으로 치매 연구와 진료를 하게 하고, 요양시설을 단계적으로 늘려 치매센터 네트워크를 구성하자는 취지다. 현재 치매 요양시설은 대략 60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0년까지 최소 2백54개의 요양시설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1천7백19억원 예산 확보 등이 걸림돌

정의원은 2002년 당 노인문제대책특위 활동을 하면서부터 관련 자료를 모으고 법안을 준비했다. 문화관광위 소속인 정병국 의원이 보건복지위가 다루어야 할 ‘국립치매센터 법’을 대표 발의한 데는 사연이 있다. 정의원의 외삼촌이 치매로 고생하다가 돌아가셨고, 모친은 당뇨합병증으로 5년 동안 투병하다가 1996년에 돌아가셨다. 정의원은 “어머니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병상에 누워 계셨는데도 가족들 고생이 심했다. 의식마저 놓아버리는 치매 환자 가족들은 간병이 오죽할까 싶었다”라고 말했다. 지역구(경기도 양평·가평)에 있는 치매 요양원 서너 군데를 둘러본 것도 법안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정의원은 “대부분 비인가 시설이었고, 유료로 운영이 되는데도 시설이 열악해 치료는 거의 불가능했다. 치매 환자를 치료하는 시스템이 없는 단순 요양시설은 또 다른 인권 침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국내 치매 환자는 2003년 현재 대략 31만명으로 추정된다. 노인 인구의 치매 발병률은 낮게는 5.0%에서 높게는 10% 내외로 추산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나이가 5세 더 들면 발병률은 대략 2배씩 증가한다. 한국은 200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2%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는데, 2020년에는 65세 인구가 14%에 이르는 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치매 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 문제이다. 국립치매센터를 세우는 데는 건축비·장비구입비를 포함해 1천7백19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정의원에 따르면, 정부가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경제 사정으로 인해 환자 가족이 장기간 병원에서 치료하기보다는 집이나 보호시설을 선호하기 때문에 전국적인 단일 병원 수요가 예상보다 적어 운영비가 상당할 것이고, 치매 전문 병원이나 공립치매요양병원을 건립하고 있어 역할 중복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치매협회와 관련 의료계는 국립치매센터를 설립하자는 데 적극적이다. 과학기술부 치매정복창의연구단장인 서유헌 교수(서울대 의대)는 직접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러 나섰다. 서교수는 “미국은 한 해 1천억 달러 가량을 치매 연구·치료에 쓴다. 치매는 21세기 질환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인데,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국립치매센터 법안’을 현실화하려면 예산뿐만 아니라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치매에 대한 국민의 인식 부족도 걸림돌이다. 이 법안은 새로 만드는 법이기 때문에 공청회를 거쳐야 한다. 그는 “우선 여론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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