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 급식으로 배탈 없는 학교를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5.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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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영 전환·우리 농산물 사용 등 규정
[이 법만은 바꾸겠다]

최순영 의원의 급식법 개정안

“학생들이 학교에서 안심하고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급식 방법을 직영 체제로 바꾸고 친환경 우리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게 해야 한다. 또 의무교육기관에 한해서는 급식을 무료로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서귀포발 ‘부실 도시락’ 파문이 거세다. 부실 도시락의 원인은 부실한 시스템에 있다. 2천5백원이라는 낮은 지원비, 푼돈에서 이익을 남겨야 하는 도시락 업체. 마냥 뒷짐만 지고 있던 보건복지부가 배고픈 아이들을 두 번 울린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부실한 시스템이 학교 급식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 지갑에서 급식비 예산의 82.5%(2조3천5백33억원)를 충당하면서도 매년 4천여명의 학생들이 식중독에 시달리고 있다. 원인은 명확하다. 부실한 급식 시스템, 바로 ‘위탁 급식’에 있다. 위탁 급식은 직영 급식보다 식중독 발생률이 14배(2003년 기준)나 높다. 위탁 업체는 이윤을 내, 가능한 한 빨리 시설비와 운영비를 회수해야 한다. 그래서 재료구입비 비율이 직영보다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최초 급식 조례 이끌어낸 급식운동의 대모

한 시민단체 조사에 따르면, 위탁 업체는 학부모 부담 급식비의 44~55%를 식품비로 쓰고 있다. 반면 교육청이 직접 지원하는 직영 급식은 학부모 부담 급식비 가운데 85%를 식품비에 쓴다. 전국적으로 위탁 급식 학교 비율은 18.8%. 그런데 대도시 학교는 위탁 급식 비율이 높다. 서울은 중학교의 100%, 고등학교의 98%가 위탁 급식을 한다.

급식 운동의 ‘대모’ 최순영 의원은 국회 문턱을 넘자마자 직영 급식을 의무화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직영 전환을 비롯해 우리 농산물 사용, 의무 교육기관의 무료 급식을 3원칙으로 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최순영 의원은 1993년 부천시 시의원 때부터 급식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자신이 여성 노동자 출신이어서 맞벌이 노동자의 고초 가운데 하나가 자녀들의 도시락 문제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마침 김영삼 정부는 초등학교 급식을 시작했다. 대선 공약을 지키기 위한 깜짝 정책이었다. 뒷감당은 학부모 몫이었다. 정부는 급식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며, 학부모 중심의 학교급식후원회를 만들고, 학부모 지갑에서 후원금을 걷었다. 당시 내무부는 예산 핑계를 댔다.

이에 반기를 든 ‘우공’이 최순영 시의원이다. 그녀는 지방자치단체가 급식 후원 주체가 되어야 한다며 조례 제정 운동을 폈다. 1995년 전국 최초로 부천시의회가 급식 조례를 제정했다. 그리고 10년 뒤, 교육부는 학교급식후원회를 폐지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급식 시설을 지원하게 했다. 10여 년 전 최의원 주장을 정부가 그대로 받은 셈이다. 우공이산, 결과적으로 최의원은 산을 옮긴 것이다.

국회의원이 된 뒤 최순영 의원은 안전한 먹거리를 직영 급식 방식으로 무상으로 학생들에게 제공하자며, 급식법 개정안을 냈다. 교육부 개정안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최순영 의원의 모범 답안에 대해 정부는 또다시 예산 핑계를 댄다. 나아가 우리 농산물 사용을 법안에 적시하면 자국 농산물과 외국 농산물을 차별하지 않기로 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란다. 실제로 우리 농산물 사용을 의무화한 경남과 전북도 의회의 조례안에 대해 정부는 대법원에 제소한 상태다. 그러나 일본과 미국 등은 급식에 자국 농산물 사용을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안된다고 하지 말고 우리 농산물을 우리 아이들에게 마음놓고 먹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최의원은 말한다.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정부안과 최순영 의원 안을 포함해 모두 6개가 발의되어 병합 심리될 예정이다. 소수 정당이어서 최의원 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10여 년 전 부천시 의원 때처럼 최순영 의원은 산을 옮기는 첫 삽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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