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욱 게이트’ 폭발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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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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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문씨 “노대통령과 호형호제”…국세청 로비·이권 개입 의혹 증폭
지난 6월5일, 서울지방국세청 홍성근 감사관이 전격 구속되었다. 2002년 7월 조사국에 재직할 때 호텔 업체인 썬앤문의 탈루 세액을 낮추어주는 대가로 뇌물 5천만원을 받은 혐의다. 이 과정에서 서울지검 조사부(소병철 부장검사)는 서울지방국세청 사무실에 대해 압수 수색을 실시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홍감사관이 구속되자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홍감사관이 썬앤문 세무 조사의 담당 과장이었지만 사건의 ‘몸통’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세청 한 고위 관계자는 “당초 거론된 액수보다 세액이 적게 결정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4급인 홍씨가 혼자 좌지우지할 만한 사항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홍씨의 동료도 “세금이 100억원 가량 줄었는데 단돈 5천만원을 받았다. 홍감사관이 몸통이 아니라는 결정적 증거다”라고 말했다.

썬앤문 관계자의 증언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당초 썬앤문에는 세금이 1백80억원 가량 나왔다. 초창기에는 계몽사 회장이자 썬앤문 부회장인 김성래씨가 로비에 나서 세금이 100억원 가량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문병욱 회장은 이 액수에도 노발대발했고, 결국 문회장이 직접 나서 최종 납세액이 23억원이 되었다.” 이 관계자는 홍감사관이 초기에 극히 미미한 액수를 줄이는 데 참여했을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정치권의 힘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주변에서는 썬앤문 문병욱 회장(51)이 노무현 대통령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라며 친분을 과시하고 다닌 것에 주목한다. 문씨는 빅토리아호텔을 기반으로 이천 미란다호텔·인천 송도비치호텔·뉴월드호텔 등을 잇달아 사들이며 호텔 인수의 귀재로 이름을 날린 인물. 문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4년 후배(57회)로 노대통령의 재계 인맥으로 분류되어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부산상고 57회 동기회 회장과 동문회 간부를 맡는 등 동문회 활동에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문씨의 한 지인은 “문씨가 노대통령이 당선된 후 명륜동 집에 초대받아 함께 점심을 먹었다며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임을 자주 강조했다. 다른 사람 앞에서 안희정·이광재 씨에게 자주 전화를 걸어 거들먹거리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한 사업 동료도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캠프에 지원을 많이 했고, 4월18일 청남대 이관 행사에서는 20만원 상당의 도자기를 지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돌출 행동으로 인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몇 차례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 사이에 문씨는 통이 큰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때문인지 썬앤문 세무 조사에 대한 국세청 로비에 DJ 정권의 실세와 노무현 대통령 측근들이 직접 나섰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여럿이다. 하지만 이렇다할 단서는 내놓지 못하고 있어 설득력은 떨어진다.

문씨는 방제환 전 동두천시장에게 3억원을 건넨 혐의로 지난 5월23일 구속되었다. 검찰은 문씨의 국세청 로비 의혹과 관련해 손영래 전 국세청장 소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고강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문씨와 거물 조폭 ㅈ과의 유착설과 4월 ㄷ기업 공개 입찰에서 낙찰을 도와주고 사례금을 받은 혐의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한 정황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 세무 공무원의 비리 사건으로 시작된 썬앤문 사건. 그 파장은 국세청을 관통하고 점점 더 큰 원을 그리며 정치권으로 번져가고 있다. 이른바 ‘문병욱 게이트’가 예열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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