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는 아무나 하나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3.04.1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상 계열 전공한 60대 전·현직 경영인이 ‘전형’…알짜배기는 전직 고위 관료들 몫
현재 우리 나라에는 상장 기업 6백26개에서 사외이사 1천3백42명이 활동하고 있다. 상장회사협의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상 계열을 전공한 사외이사가 절반(50.7%)을 넘고, 60대가 38.1%로 가장 많다. 직업은 전·현직 경영인이 절반(47.6%) 가까이 된다(아래 표 참조). 이들의 월평균 급여는 1백33만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고위 관료 출신들의 사외이사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은 LG생활건강과 KTF 사외이사로, 진 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과 허남훈 전 환경부장관은 한국가스공사의 사외이사로 뽑혔다. 이상철 전 정보통신부장관과 유희열 전 과학기술부 차관은 KTB네트워크 사외이사에 선임되었다.

수적으로는 전·현직 경영인들이 사외이사로 각광받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알짜배기 기업의 사외이사는 고위 관료 출신들의 몫이다. 재무 구조가 탄탄하고 사외이사 대우도 넉넉한 대기업 이사들의 상당수가 그들로 채워진다.

특히 김석수 전 국무총리나 송 자 전 장관이 거쳐간 삼성그룹의 사외이사 직은 전직 고위 관료들의 텃밭이다. 삼성전자는 대법원 대법관을 지낸 정귀호 변호사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황재성씨를, 삼성물산은 안병우 전 국무조정실장과 서상주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을, 삼성증권은 심우영 전총무처장관을 사외이사로 앉혔다. 삼성SDI는 최병윤 전 국세청 징세심사국장, 삼성전기는 송정호 전 법무부장관, 삼성중공업은 박석환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제일모직은 이종욱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평균 연봉 2천만~3천만 원에 불과한 다른 기업과 달리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사외이사에게 연봉 5천만원 이상의 파격적인 대우를 해준다. 스톡옵션까지 주는 계열사도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사외이사 제도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사외이사는 연간 일곱 번 회의에 참석하고 매달 4백20만원씩 보수를 받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삼성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시스템 못지않은 철저한 사전 검증 절차를 거쳐 사외이사를 선발하고 있어 아무나 삼성의 사외이사 자리를 꿰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만큼 사외이사들의 자부심도 크다. 삼성전자의 한 사외이사는 “무엇보다 삼성전자처럼 좋은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LG그룹이나 현대자동차 역시 역시 고위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것 같다. 지주 회사인 (주)LG는 김진현, 김용진 전 과기처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LG생명과학도 김용문 전 보건복지부 차관을 영입했다. 현대자동차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장 출신인 박병일씨를, 현대하이스코는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안강민씨를 사외이사로 뽑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