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저우시 투자 유치 위해 한국 온 조선족 사업가
  • 장영희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3.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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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저우시 판유구 투자 유치 위해 방한한 리청리씨
리청리(李成日·47) 회장은 중국 조선족 가운데 가장 성공한 기업인으로 꼽힌다. 그가 이끄는 기업은 광둥성 광저우시 판유구에 위치한 모드모어 주식유한공사. 중국 이름은 멍두메이(夢都美). 판유구 관계자들과 ‘한국공단’ 투자 유치 건으로 방한한 그를 8월22일 만났다.

방한 목적은 무엇인가?
판유구의 경제 고문 자격으로 왕멍후이 판유구장 등 구 관계자 16명과 함께 한국공단(공식명칭은 국제현대화공업산지) 투자설명회를 하려고 왔다. 8월26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투자설명회 및 투자 상담을 한다. 판유구는 광둥성의 성도(省都)이자 중국의 3대 소비 도시인 광저우시 남부에 위치한 주장(珠江) 삼각주 경제권의 중심 지역으로 인구가 100만명을 넘으며 홍콩과 면적이 비슷하다. 주장 삼각주의 수출입 관문인 황푸항을 끼고 부지 3백50만평을 조성했다. 사실 한국공단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가 지난해 9월에 냈다.

최근 광둥성 장먼(江門)시 투자유치단도 다녀가는 등 중국 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가? 관건은 유치 조건일 텐데.
평당 임대료를 5만∼10만 원으로 책정했지만, 50대 재벌 기업이나 첨단 업종,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한국 기업에는 무상으로 40∼70년간 땅을 빌려준다. 중소기업이라도 지식 및 기술 집약적 기업이나 투자 기간이 길고 3천만 달러 이상 투자할 기업, 중국과 합작하는 기업은 우대한다. 법인세를 2년간(합작 기업은 5년) 면제하고 세율도 다른 어느 곳보다 낮추려고 한다.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판유구가 외국인 투자 유치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판유구가 가진 특별한 경쟁력은 무엇인가?
내수 기반이 실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5천 달러나 된다. 남중국해를 끼고 있어 해외 수출 기지로 적격이며 중국 내륙으로 연결되는 관문 도시이기도 하다. 이런 입지 조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판유구가 20년 가량의 오랜 투자 유치 역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북중국에서 신용(약속)을 지키지 않아 벌어지는 외국 기업들과의 분쟁으로 인한 피해를 판유구는 이미 10여년 전에 겪었다. 중국에 투자할 때는 정부 신용이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 판유구 정부에는 완벽한 서비스 시스템이 있으며 정치·법률 조건이 최일류로 꼽힌다. 판유구에는 이미 세계 30여개국 2천7백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아시아 최대의 보석 가공 단지도 판유구에 있다.

왜 특히 한국 기업을 유치하려는 것인가?
IT(정보 통신)를 비롯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제약 및 정밀 화학, 전기·전자 업종을 유치하기를 희망한다. 청산핸드백·진도콘테이너·동성화학 등 이미 한국 기업 27개가 판유구에 진출했지만, 더 우수한 기업들을 많이 유치하려는 것이다. 이번에 얼마나 투자 유치에 성공할지는 몰라도 한두 기업이라도 유치하면 그 기업들이 입소문을 낼 것이다.

지난 1월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에 선출되었던데, 어떤 역할을 하는가?
정협 위원은 5년 임기인데. 중국 전역에서 2천2백35명이 위촉되었다. 조선족 9명 가운데 기업인으로서는 유일한데, ‘아주 돌출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 정협 위원은 한국의 국회의원과 역할이 같다. 정부 일꾼을 감독하는 것인데, 중앙 정부뿐 아니라 지방 정부 행정도 살핀다. 예전에는 이 역할을 전인대가 했는데 지금은 전인대와 정협이 같이 한다. 조선족 가운데 가장 돈을 많이 번 기업인이라던데.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평가(베이징 대학 공산관리통계)가 있다.

어떻게 모드모어를 일구었는가?
자전거 방울(경음기) 사업과 깻잎 농사, 침상용품 사업에 실패한 것이 밑거름이 되었다. 실패 세번이 ‘완벽한 선생’이었다. 우연히 한국에 왔다가 카펫과 매트를 보고 중국에 돌아가 시장 조사를 해보았는데 가능성이 엿보였다. 지금 모드모어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카펫·러그·메트 제조 기업이며 가장 현대화한 시설을 갖고 있다. 바이어에게 오직 성실하고 정직하게 수출했다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세계 36개국에 모드모어와 핑크하트라는 브랜드로 수출하고 있다, 모드모어 식구가 1천8백명인데 지난해 매출액은 5천만 달러였다. 사스 영향으로 올 상반기 매출이 주춤했지만, 지난해 수준은 될 것으로 본다.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 꿈이다.

중국 속의 한국을 평가한다면?
단지 싼 인건비만을 노리고 들어온 중소기업들은 실패한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대기업들 가운데는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는 아이들도 잘 아는 한국 기업이다. 특히 삼성과 LG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산업으로 말한다면 컴퓨터와 휴대폰으로 대표되는 IT를 가장 많이 알아주는 것 같다. 중국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경합장이지만, 동양권 문화를 가졌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은 생존 영역이 있다고 본다. 문제는 한국이 중국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릇된 인식이라면?
우선 한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콴시(관계)에 대한 오해다. 중국의 콴시는 수백년 수십년 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선물 몇 번 주고 술 몇번 먹였다고 해서 구축되지 않는다. 또 한국인들은 높은 사람을 만나기를 좋아하는데 실상은 도움이 안된다. 실무자를 만나 높은 사람 누구를 만났다고 떠벌리는 자체가 한수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잘해보라는 식의 냉소적 반응만 부를 뿐이다. 무엇보다 중국과의 비즈니스에서 겸손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중국 사람들의 옷이나 말투를 보고 업신여기는 듯한데, 내색은 안하지만 중국 사람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다. 2∼3년간 중국에 있었다고 중국을 다 아는 듯이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큰 착각이다.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도 아직 중국과 중국인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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