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후계자 이재용의 시련
  • 장영희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0.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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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 증여 이어, 인터넷 사업 또다른 시빗거리…오프라인 계열사와도 갈등
JY.삼성 사람들은 이재용씨(32)를 JY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애지중지하지만, 그에 대한 밖의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삼성으로서야 이씨가 이건희 회장의 아들이자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후계자이니 그를 철통 방어해야 할 터이지만, 그를 둘러싼 국내 여론은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여야 선량들이 아직 미국에서 학업중(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 박사 과정)인 유학생을 다투어 도마 위에 올리더니, 이씨의 변칙 증여 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참여연대가 그 뒤를 이었다. 국세청장을 대상으로 공개 행동을 감행한 것이다.
이씨를 곤혹스럽게 하는 다음 주자는 현정권 재벌 개혁의 전위대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공정위가 지난 8월16일부터 56일간 4대 그룹 계열사에 대해 부당 내부 거래를 조사했는데, 삼성에 대한 조사의 초점이 사실상 이씨에게 맞추어졌기 때문이다. e삼성 등 이씨가 대주주로 있는 인터넷 기업을 조사 대상에 포함한 공정위는 삼성 계열사들이 특수 관계인인 이씨에게 과연 부당 지원을 했는지 여부를 12월14일 발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미 이씨에게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가격을 문제 삼아 삼성SDS가 책정한 가격보다 두배 높은 1만4천3백원이 적정 가격이라며 그 차액에 대해 과징금을 매긴 ‘전력’이 있다(이 건은 삼성이 불복해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따지고 보면 이씨는 스스로 공정위에 대한 부담을 불러들였다. 이미 삼성의 본체인 오프라인 계열사를 ‘접수’하고도 인터넷 사업을 통한 확장 전략을 펼쳐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가 집중 제기한 변칙 증여 건이 이미 벌어진 일이라면, 온라인 사업은 현재 진행형이어서 새로운 시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셈이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이씨는 미국에서 e비지니스를 전공하는 등 인터넷 비즈니스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씨 스스로도 지난 6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프라인 기반이 튼튼한 미국 금융 회사들이 인터넷 기업에 위협받는 것을 보고 삼성의 미래를 위해 e비즈니스 추진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씨가 인터넷 사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이뿐일까.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비즈니스는 JY의 개인적 관심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선 JY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인터넷 사업에서 경영 능력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경영권을 승계할 때 자질 시비 등을 차단하며 연착륙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씨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평가도 예사롭지 않다. “기업 경영에 흥미를 갖고 자질도 있는 것 같다. 당장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이르다. 인터넷 사업이나 디지털 경영에 관심을 갖고 있어 이런 새로운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도록 권유하고 있다.”

삼성은 주도 면밀하게 후계 작업을 해왔다. 1996∼1998년은 이씨를 에버랜드 등의 지배 주주로 띄워 경영권을 세습하는 과정이었다. 1999년 이후는 이씨가 삼성을 본격 경영하기 앞서 인터넷 사업을 통해 경영 수업을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씨가 주도하고 있는 인터넷 사업이 오프라인 계열사를 통해 이루어진 변칙 증여 못지 않게 시빗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에버랜드 등의 대주주일 뿐 삼성에 어떠한 공식 직함도 없는 이씨를 그룹 구조조정본부 차원에서 전폭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이씨의 경우는 SK 최태원 회장이나 코오롱 이웅렬 회장과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삼성측은 젊은 2세 경영인들이 인터넷 사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왜 유독 이씨만 사시로 보느냐고 불만을 터뜨리지만, 최회장이나 이회장의 경우는 자신들이 법적 지위를 가지는 기업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의 인터넷 구상이 본격화한 시점은 지난해 말. 당시 그룹 차원의 인터넷 추진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미 1998년 7월 삼성SDS 남궁석 사장을 위원장으로 한 인터넷추진위원회가 발족했고, 구조조정본부 기획팀 안에 실무추진팀이 꾸려졌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 웬일인지 기획팀에서 추진 조직이 재무팀으로 넘어가더니 기본 전략 자체가 ‘삼성 계열사 e비지니스화’에서 ‘JY 중심의 온라인 삼성 구축’으로 수정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재무팀은 재무팀 이사였던 신응환씨를 중심으로 삼성전자 자금부장 출신인 김성훈씨 등 자금 및 인터넷 전문가 10여명을 계열사에서 차출해 인터넷 사업팀을 다시 꾸렸다. 인터넷 사업팀을 최종 관장했던 위 라인은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사장)과 재무팀을 맡고 있는 김인주 전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 8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직후 비공식으로 활동하던 인터넷 사업팀을 전격 해체하고 신응환 이사와 김성훈 대표 등을 퇴직 처리했다는 사실이다.

이들 ‘이재용 사단’은 올 3월 시큐아이닷컴을 시작으로 인터넷 기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5월에는 e삼성(대표 김성훈)이라는 지주 회사를 세웠다. e삼성은 서울 강남에 본부를 두고 있지만, 그룹 재무팀이 직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삼성의 두 축은 해외 인터넷 투자를 전담할 e삼성인터내셔널(신응환)과 웹 에이전시 업체인 오픈타이드(김기종). 6월에는 금융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며 Fn가이드 등의 자회사를 거느린 가치네트(김성훈)를 만들었다. 이들 인터넷 기업의 최대 주주가 이씨인 것은 물론이다. 이씨는 e삼성과 e삼성인터내셔널에 각각 60%, 55% 지분을 갖고 있다. 여기에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에버랜드(각각 25%) 등 우호 지분을 합치면 사실상 이씨 개인 회사라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다. 또 다른 주력군인 가치네트와 시큐아이닷컴도 마찬가지. 이씨가 각각 61%, 50% 지분을 갖고 있으며, 여기에도 어김없이 에버랜드·SDS·에스원 등을 끌어들였다.

이처럼 그룹의 인터넷 사업 구도가 급격히 이씨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기존 인터넷 사업을 추진하던 계열사들과 마찰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 사정에 밝은 한 벤처 기업 사장은 “삼성그룹의 인터넷 전위대는 삼성물산과 삼성SDS였다. 이들은 수년간 시행 착오를 겪으며 상당한 실전 경험과 노하우를 터득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회장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사업을 빼앗거나 하고 싶은 사업을 못하게 하고 유능한 인력까지 끌어갔으니 불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이들 회사가 불만을 제기하면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이 불시에 감사를 나오는 등 보복 조처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갈등을 봉합한 것은 이건희 회장이었다. 이회장은 올 3∼4월께 계열사 사장이 모인 자리에서 이씨의 인터넷 사업을 전폭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e삼성 쪽과 삼성 계열사 간의 갈등이 불거지지는 않고 있지만, 불만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e삼성에 대한 테헤란밸리의 반응은 어떨까. 한 벤처 기업 사장은 “웹 에이전시·보안 분야 등 직접적으로 경쟁 관계에 놓인 기업들이 위협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삼성그룹이 뒤에 있고 돈과 사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즈니스 모델과 아이디어가 신통치 않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이들 ‘이재용 사단’은 올 3월 시큐아이닷컴을 시작으로 인터넷 기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5월에는 e삼성(대표 김성훈)이라는 지주 회사를 세웠다. e삼성은 서울 강남에 본부를 두고 있지만, 그룹 재무팀이 직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삼성의 두 축은 해외 인터넷 투자를 전담할 e삼성인터내셔널(신응환)과 웹 에이전시 업체인 오픈타이드(김기종). 6월에는 금융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며 Fn가이드 등의 자회사를 거느린 가치네트(김성훈)를 만들었다. 이들 인터넷 기업의 최대 주주가 이씨인 것은 물론이다. 이씨는 e삼성과 e삼성인터내셔널에 각각 60%, 55% 지분을 갖고 있다. 여기에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에버랜드(각각 25%) 등 우호 지분을 합치면 사실상 이씨 개인 회사라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다. 또 다른 주력군인 가치네트와 시큐아이닷컴도 마찬가지. 이씨가 각각 61%, 50% 지분을 갖고 있으며, 여기에도 어김없이 에버랜드·SDS·에스원 등을 끌어들였다.

이처럼 그룹의 인터넷 사업 구도가 급격히 이씨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기존 인터넷 사업을 추진하던 계열사들과 마찰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 사정에 밝은 한 벤처 기업 사장은 “삼성그룹의 인터넷 전위대는 삼성물산과 삼성SDS였다. 이들은 수년간 시행 착오를 겪으며 상당한 실전 경험과 노하우를 터득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회장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사업을 빼앗거나 하고 싶은 사업을 못하게 하고 유능한 인력까지 끌어갔으니 불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이들 회사가 불만을 제기하면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이 불시에 감사를 나오는 등 보복 조처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갈등을 봉합한 것은 이건희 회장이었다. 이회장은 올 3∼4월께 계열사 사장이 모인 자리에서 이씨의 인터넷 사업을 전폭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e삼성 쪽과 삼성 계열사 간의 갈등이 불거지지는 않고 있지만, 불만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e삼성에 대한 테헤란밸리의 반응은 어떨까. 한 벤처 기업 사장은 “웹 에이전시·보안 분야 등 직접적으로 경쟁 관계에 놓인 기업들이 위협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삼성그룹이 뒤에 있고 돈과 사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즈니스 모델과 아이디어가 신통치 않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DJ 개혁의 과제, 변칙 경영권 세습 척결

이씨는 인터넷 사업을 어느 범위까지 확장할 것인가. 아직 많은 것이 베일에 가려 있는 인터넷 사업의 전모를 알 수 있는 인사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e삼성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씨가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든 그것을 실현하는 일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삼성그룹이라는 한국 최대 재벌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일은 더더욱 만만치 않다. 삼성이 현정권이 끝나는 시점을 경영권 승계의 D데이로 잡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12월 중순께 발표될 공정위 조사 결과가 관찰 포인트. 공정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엄청난 것은 없을지 몰라도 물렁물렁하지만은 않을 것이다”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설사 공정위 결과가 이씨나 삼성에게 별 타격이 되지 않는다 해도 참여연대와의 법정 공방은여전히 살아 있는 위협 요소다. 현재 삼성전자 신주 발행 무효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고,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무효 소송은 본안 1심이 진행중이다. 현재까지 이씨가 어려운 고비를 잘 넘겨온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예측 불허 상황이다. 현정권 내부의 기류도 결코 삼성에 우호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이나 변칙적인 경영권 세습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 의지를 의심하는 비판 여론이 부쩍 거세지면서 이 문제가 결국 정권에 부담이 되리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시장이다. 정권보다 두려운 것은 여론이고, 여론이 응집되는 곳은 시장인데, 한국 최대 재벌이라도 시장의 응징은 가공할 파괴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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