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담 벤처 기업이 교도소로 간 까닭
  • 차형석 기자 (papapipi@sisapress.com)
  • 승인 200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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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하이텍, 여주에 공장 세워 재소자 고용…“중국행보다 훨씬 이득”
교도소와 첨단 IT 산업.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경기도 곤지암과 광주에 각각 제1 공장과 제2 공장을 갖고 있는 한 벤처 기업이 제3 공장을 교도소 안에 세워 화제를 모으고 있다. 코스닥 등록 기업인 IS하이텍은 지난해 12월18일부터 여주교도소에 지상 5백72평 규모로 휴대전화용 LCD 백라이트 부품을 조립하는 시설을 갖추고 생산에 들어갔다. LCD 백라이트 부품은 휴대전화 LCD 뒷면에 부착해 화면을 밝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첨단 부품이다. 교도소에 IT 공장이 들어서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이 공장은 교도소 담장 옆에 짓는데, IS하이텍이 기술과 생산 설비를 제공하고, 여주교도소가 건축비를 13억원 가량 투자했다. 작업장은 여느 IT 공장과 다를 바 없다. 수용자(재소자)들은 방진복을 착용하고 클린룸에서 일한다. 차이가 있다면 ‘3인 이상 불필요하게 모이지 않는다’ ‘담당자의 허락 없이 임의로 작업장을 이탈하지 않는다’는 등의 생활지표가 벽에 붙어 있다는 정도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수용자들은 하루 수입 1만5천원의 70%인 1만5백원을 임금으로 받게 된다. 나머지 30%는 국고로 귀속된다.

이 벤처 기업이 ‘교도소 공장’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2월. 중국 공장 설립을 검토하던 유재일 IS하이텍 대표이사는 우연히 교도소에 공장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중국 공장 안’과 ‘교도소 공장 안’을 놓고 고민했다. 중국으로 가느냐, 교도소로 가느냐. 수용자들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법무부 당국과도 협의를 거듭했다. 고민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된다’였다. 3월에 그는 ‘교도소행’을 결정했다.

IS하이텍이 교도소를 선택한 것은 원가 절감을 위해서였다. 수용자 인력을 활용할 경우, 인건비가 대략 50% 줄어든다. 중국으로 진출했을 때 드는 관세와 물류비가 필요 없다. 유대표는 “중국에 공장을 세울 때와 비교해 20∼30% 가량 원가를 줄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제조업체 인력 부족 현상도 이 회사가 교도소행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였다. IS하이텍 김지원 차장에 따르면, 숙련된 제조업체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한다. 현재 작업자들은 기능사 자격증을 가진 모범수 가운데 선발했다.

모범수들 출소 후 사회 적응에도 도움

IT 공장 유치는 재소자에게 사회 복귀 훈련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교정시설 수용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해야 봉제와 목공 같은 사양 업종이었다. 기술을 배워도 사회에 나가 써먹기가 어려웠다. 신상철 여주교도소장은 “기능사 자격을 가진 모범수들도 작업거리가 없어 ‘미지정’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이 출소한 뒤 사회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IS하이텍측도 “숙련된 모범 수용자는 출소 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권장하겠다”라고 밝혔다.

수용자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교도소측에 따르면, 1차로 작업 인력 50명을 선발했는데, 천명이 넘게 지원했다고 한다. 한 수용자는 “새로운 기술을 배울 기회를 얻게 되어 고맙다”라고 말했다.

이 교도소 공장에서 조립한 제품은 홍콩으로 수출된다. 홍콩에서 20만개 주문을 받아 놓은 상태이다. 연간 2백억원 규모의 LCD 백라이트 부품을 생산해 동남아·유럽 등지로 수출하는 것이 IS하이텍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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