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벤처 1세대 ‘이유 있는 성공’
  • 朴在權 기자 ()
  • 승인 1999.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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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기업 지주회사’ 메디슨·다우기술·한컴, 사 내 벤처·분사·출자·지분 인수로 사세 확장
‘??%.’ 얼마 전 삼성증권이 내놓은 <21세기를 주도할 인터넷 산업>이라는 보고서에 기재된 메디슨의 순부채 비율이다. ??%라니… 혹시 잘못 인쇄된 것이 아닐까? 천만의 말씀이다. 삼성증권은 메디슨의 순부채 비율을 따지는 것이 의미 없다고 보고 물음표로 대체했던 것이다.

이 보고서는 다우기술·한글과컴퓨터(한컴)의 순부채 비율 난에는 ‘순현금’이라고 적고, 최근 코스닥 ‘황제주’로 등극한 새롬기술에 대해서는 ‘순현금 비율 16.6%’라는 신개념까지 동원했다. 그러면서 빚보다 현금이 많은 기업, 자기 영역에서 확고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들 기업이 21세기를 주도할 인터넷산업의 기대주라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눈길을 끄는 기업이 메디슨·다우기술·한컴이다. 이들은 척박한 환경에서 벤처의 꽃을 피운 ‘벤처 1세대’이다. 메디슨은 세계 최고 수준의 초음파 진단기를 개발한 업체이고, 다우기술은 국내 최고의 시스템 통합(SI) 전문 기업, 한컴은 국내 최초의 한글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이다.

이들의 또 다른 특징은 사내 벤처(Intra Venture)·분사(spin out)·출자·지분 인수 등을 통해 직원들의 기업가 정신을 일깨우고, 벤처 기업을 만들어 키우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는 점이다. 삼성증권은 이들에게 ‘인터넷 기업 지주회사’라는 칭호를 붙였다.

이들의 다각화 전략은 우려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특히 심했던 것이 메디슨이다. 메디슨은 국내 15개, 해외 11개 등 총 26개 가족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투자 규모가 9백53억원, 총자산의 23%에 달한다. 기업 규모를 감안할 때 계열사 수와 투자 금액이 너무 많고, 이것이 자칫 모기업을 위태롭게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투자가들 사이에 떠돌았다. <시사저널>도 올해 초 신년 커버 스토리 ‘21세기를 이끌 벤처 사업가 20인’에서, 메디슨에 대해 그같은 우려와 비판을 제기했다.
‘기업 만드는 기업’ 메디슨의 성공 전략

그러나 그런 우려는 결과적으로 빗나갔다. 올해 4월부터 코스닥 시장이 사상 유례 없이 달아오르면서, 메디슨이 엄청난 시세 차익과 평가 이익을 누리게 되었고, 메디다스(지분율 43%)와 한컴(19.6%)을 통해 전자 상거래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메디슨이 계열사를 늘리는 방식은 네 가지이다. 첫째는 분사. 9개 기업이 이에 해당한다. 사내 벤처로 시작한 뒤 분사한 메리디안·메디다스가 대표적이고, 바이오시스도 96년 세인전자와 핵심 역량을 결합해 만든 합작 벤처 기업이다. 메디페이스는 의료 영상을 획득·저장·검색하는 소프트웨어인 PACS 개발팀을 분사해 설립한 회사이고, 웰슨엔도테크 역시 지난해 1월 메디슨에서 분사한 회사이다. 이밖에 M2커뮤니케이션·퓨처커뮤니케이션·써텍·IT@벤처는 메디슨의 마케팅·홍보·서비스·정보 네트워크 부서가 분사한 기업들이다.

두 번째는, 외부인을 영입해 설립한 회사. 인공 심장 제조업체인 바이오메드랩, 생화학 분석기 제조업체인 메디켐스, 프로브(Probe) 생산 업체인 프로소닉, 의료·정보통신 전문 벤처 캐피탈인 무한기술투자가 이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투자를 하거나 투자 후 인수한 경우로 태하메카트로닉스·비트컴퓨터·서울TRS 등 5개 사가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전략적 합병·매수(M&A)를 통한 경우로, 크레츠테크닉AG·메디슨 아코마· MGB가 이에 해당한다.

메디슨은 요즘 남보다 먼저 벤처 기업 육성에 나선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표 참조). 이미 등록된 비트컴퓨터(지분율 5%)·한컴(19.6%)·메디다스(43%)가 약세장에서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고, 12월 중순부터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될 바이오시스도 투자자들로부터 주목되고 있다.

게다가 2000∼2001년에는 7개 사가 추가로 코스닥에 등록할 예정이다. 우선 내년에 등록할 예정인 계열사로는 무한기술투자·프로소닉·웰슨엔도테크·메디켐스가 있고, 바이오메드랩·메리디안·메디페이스는 2001년 등록할 예정이다.

크레츠테크닉AG도 빼놓을 수 없다. 오스트리아에 있는 이 회사는 3차원 및 4차원 초음파 진단기 생산 기술을 갖고 있다. 메디슨이 이 회사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데 투입한 자금은 1천5백만 달러(1백33억원). 그런데 올해 상반기에 이 회사 지분 10%를 매각한 대금이 9백60만 달러에 이르렀다. 회사 가치가 무려 7배나 상승한 것이다. 메디슨은 내년 중에 독일 노이어(NEUER)나 미국 나스닥(NASDAQ)에 이 회사를 등록할 계획을 갖고 있다.

메디슨 이민화 회장은 “이제는 기업도 상품이다. 메디슨을 ‘기업을 만드는 기업’이라고 불러 달라”고 말한다. 그는 서울 대치동 사옥 뒤편에 26개 벤처 기업에 2년간 무상 임대하는 창업 보육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메디슨에 비하면, 여타 기업들의 실적은 아직 미미하다. 벤처 기업 육성에 나선 시기가 늦었기 때문에, 활황세를 타고 있는 코스닥 시황의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다우기술과 한컴은 유독 눈길을 끈다.
다우기술, 인터넷 전문 업체 변신

먼저 다우기술(대표이사 김익래).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회사의 기업 문화는 보수적이었다. 지난해 말 부채 비율 48.9%. 국내 재벌들이 부채 비율을 200% 밑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끙끙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계열사 수를 늘리는 데뿐만 아니라 홍보에도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조직과 인력을 재편하고, 인터넷 통합 서비스 업체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다우기술 계열사는 모두 8개. 이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다우데이타시스템이다. LG전자에 이어 올해 정보통신업계 순이익 증가율 2위를 기록한 이 회사는, 지난 12월3일 마감한 코스닥 주식 공모에서 250 대 1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 덕에 대주주인 김익래 사장(29.82%)과 다우기술(15.63%)이 막대한 평가 차익을 누리게 되었고, 다우데이타시스템은 현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5월 다우기술에서 분사해 미국에 설립한 Qurio.com도 ‘다우 그룹’의 기대주이다. 이 회사의 주력 사업은 통합 메시징 서비스. 전자 우편을 문자나 음성으로 변환해 휴대 전화·무선 호출기·팩스에 보내는 서비스로, 시스템 통합(SI)에 이은 다우의 핵심 사업이다. 12월 미국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뒤, 다우인터넷을 통해 국내 사용자들에게 확대할 예정이다.

그 밖에 다우인터넷·다우아카데미는 다우기술에서 분사한 기업이고, 다반테크는 합작 기업이다. 지분을 인수하거나 투자한 기업으로는 엘렉스컴퓨터·D&C텔레콤·한국IT벤처투자가 있다. 내년 초에는 삼성물산과 손잡고 사이버증권사(가칭 E-SMART)를 설립할 계획이다.한컴, 인터넷 포탈 서비스에 대대적 투자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한컴(대표이사 전하진)이다. 지난해 존망의 기로에 섰던 이 회사는 △국민적 지지 △전문 경영인 △탄탄한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해 화려하게 재기했다.

현재 이 회사가 기대를 걸고 있는 분야는 포탈 서비스인 Yeca.com. 최고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을 이곳에 다 모은 뒤, 고객들에게 하나의 ID로 모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한컴의 계획이다.

여기서 주역을 맡게 될 회사는 역시 한컴 계열사들이다. 우선 인터넷에서 사무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네트피스(netffice.com)는 16만 고객을 확보한 상태이고, 인터넷 동호회 네티앙(netian.com)은 1백70만, 인터넷 채팅 서비스 하늘사랑(skylove.co.kr)은 4백10만 회원을 확보했다. 이들을 합치면 회원 수가 국내 최다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안된다.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인터넷 이용자가 금방 떠난다. 한컴 이성훈 이사는 “그 점이라면 자신있다”라고 말한다. 고객을 붙잡아 둘 비책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첫째로 드는 것이 독자적인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을 통해 사무용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것은 다른 업체가 엄두도 내지 못했던 발상이다. 이 서비스를 활용하는 16만명 이용자는 다른 어떤 이용자보다 안정적이다.

다음으로 들 수 있는 것이 네티앙·하늘사랑 등을 운영하면서 얻은 고객 정보이다. 한컴은 이를 데이터 베이스로 만들고(DBM), 그것을 토대로 고객 개개인의 취향과 욕구를 파악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CRM)을 펼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한컴이 투자한 금액은 1백14억여 원에 이른다. 지분율이 33%를 넘는 업체도 6개나 된다. 하늘사랑에 1백2억원을 투자한 것이 최대 규모이고, 8억원을 투자한 네티앙이 그 다음이다. 네티앙은 내년에 코스닥에 등록할 예정이고, 하늘사랑은 나스닥 상장을 전제로 외자를 유치했다.

한컴은 신예 벤처 기업들을 기르기 위한 계획안도 따로 마련해 놓았다. 비전 있는 유망 벤처 기업에 자금이 필요하면 1차로 한컴이 증자해 주고, 2차로 창업투자회사를 끌어들이며, 3차로 외국인 투자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세워 놓았다. 그런 뒤 이들에게 Yeca라는 공동 장터를 마련해 주고, 광고·홍보·영업 등을 측면 지원할 방침이다.

21세기를 주도할 인터넷 산업. 여기에 도전하는 기업들은 메디슨·다우기술·한컴말고도 무수히 많다. 그들 가운데 살아 남을 업체는 각 분야에서 많아야 3개 정도. 그 중에서도 떼돈을 버는 업체는 해당 분야의 최정상 업체들뿐이다. 과연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 온라인 상에서는 지금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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