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디즈니 왕국'' 새해 첫날 뜬다
  • 蘇成玟 기자 ()
  • 승인 1999.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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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월 한·미·일 합작 캐릭터 전문 회사 ‘나이트스톰’ 출범
낙후한 한국 캐릭터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기업이 곧 문을 연다. 이름은 나이트스톰 미디어(NightStorm Media;약칭 나이트스톰). 한국·미국·일본 기업들이 공동 투자해 자본금 3천억원 규모로 출발하는 합작회사로, 2000년 1월1일 공식 출범한다.

나이트스톰의 미국측 투자자는 할리우드 실력자인 ‘20세기 폭스’와 ‘사반’, 일본측은 ‘유니버설’이다. 한국에서는 새롬애니메이션·솔트 엔터테인먼트 등 6개 기업이 투자에 참여해 35% 지분을 갖는다.

나이트스톰은 현재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10층짜리 수암빌딩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다.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하는 나이트스톰은 4개 계열사를 기반으로 해 관련 회사를 계속 확장해 갈 계획이다. 4개 계열사는 △빅 코퍼레이션(스포츠·캐릭터 등 각종 마케팅 담당) △세영 디지털(애니메이션 영화를 사전·사후까지 총괄 제작) △NSM(일반 극영화 제작 및 국내외 배급) △IBS(2개 채널 보유한 위성 방송사)이다.

출범하기 전부터 나이트스톰은 ‘대박’을 예감케 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바로 태권도 캐릭터 사업이다. 이 사업을 맡은 빅 코퍼레이션(사장 양성식)은 이미 대한태권도협회(회장 김운용)와 손잡고 전세계 1백58개국 5천만명에 달하는 태권도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12월6일 빅 코퍼레이션은 태권도가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2000년 시드니올림픽의 태권도 기념품 독점 사업권을 따내는 경사를 맞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조직위원회 산하 호주 태권도분과위원회와 사업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빅 코퍼레이션은 전세계 태권도협회들로 하여금 공식 지정 캐릭터와 단일 로고를 사용하게 하여 수련 도장들을 모두 캐릭터 마켓으로 프랜차이즈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의 지원을 받지 않는 캐릭터 산업은 성공을 기대하기 힘든 법. 나이트스톰은 세영 디지털을 통해 태권도 캐릭터를 내세운 애니메이션 〈파이팅 스타〉(가칭)를 제작할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파이팅 스타〉는 작품 기획을 마치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단계에 와 있다. 당초 68억원이 소요될 제작비를 자체 충당할 계획이었으나, 나이트스톰 사업 방향이 현지 기업들과 함께 발전한다는 윈-윈 전략이어서 5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외부 투자를 받기로 했다.

〈파이팅 스타〉는 2000년 7월 방영할 텔레비전 시리즈물 26편(각 30분)과 2000년 11월께 개봉할 극장용 1편(90분)으로 제작된다. 배급은 나이트스톰의 주요 주주인 사반 엔터테인먼트가 맡는다. 사반은 〈파워 레인저〉를 히트시킨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배급 회사이다.애니메이션 기술은 세계 정상급

미국·일본처럼 캐릭터 산업이 발전한 국가의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한 이유는 우선 한국 시장의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한국의 캐릭터 시장은 80년대 이후 급성장해 왔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 캐릭터 시장의 규모는 애니메이션 7천억원·출판 만화 4천억원, 팬시 캐릭터 천억원, 음반 2천억원, 전자오락 게임 4천억원, 테마 파크 3천억원으로 모두 2조1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빅 코퍼레이션 양성식 사장에 따르면, 90년대 들어서서 한국 시장은 캐릭터 강국인 일본이 80년대에 기록했던 것보다 18배나 빠른 성장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더 큰 투자 이유는 한국의 애니메이션 기술이 세계 정상급 수준이어서, 기획·마케팅만 제대로 지원된다면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전진 기지로 삼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캐릭터 산업은 ‘단일 자원, 복합 활용(One-source, Multi-use)’이 특징인 미래 지향적 고부가 가치 산업이다. 멀티 미디어 시대가 개막되면서 21세기 유망 산업으로 떠오른 ‘컨텐츠 산업’ 가운데 대표적으로 꼽을 만한 것이 캐릭터 산업이기도 하다.

가까운 예로 95년 일본 닌텐도 사가 비디오 게임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포켓몬스터’는 올해 미국·한국에 상륙해 상상을 초월하는 고부가 가치를 창출했다. 포켓몬스터는 미국에서만도 올해 7억 달러 이상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어, 90년대 미국 캐릭터 시장의 최고 성과로 기록될 조짐이다.

캐릭터 산업 선진국들의 자본과 경영 노하우가 투입된 나이트스톰이 한국, 더 나아가 세계 캐릭터 시장에 어떤 변화를 몰고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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