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파트너”나래이동통신 이홍선 사장
  • 蘇成玟 기자 ()
  • 승인 2000.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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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선 나래이동통신 사장 인터뷰
지난해 12월21일 일본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과 합작 투자 조인식을 가진 이홍선 나래이동통신 사장. 그는 손사장과 함께 앞으로 2년간 한국의 인터넷 벤처 기업 백여 개에 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자본금 8천만 달러로 투자 지주회사 격인 소프트뱅크홀딩스코리아(SBHK)를, 나머지 2천만 달러를 들여 투자 전문 벤처 캐피탈인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SBVK)를 설립할 예정이다.

‘손정의 증후군’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언론은 손사장의 투자 계획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사업의 열쇠를 쥔 이홍선 사장은 피로가 누적되자 휴가를 떠나 언론의 추측 보도가 쏟아지기도 했다. 합작 투자 조인식에 앞서 열린 조찬회에 초청된 벤처 기업 명단을 입수하느라고 법석을 떤 것도 그 한 예다.〈시사저널〉은 지난 1월6일 서울 역삼동 나래이동통신 사옥에서 이사장을 만나 앞으로 실시할 투자 계획과 그 간의 속사정을 들었다.

손정의 사장과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

그를 처음 만난 것은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의 조찬 모임에서였다. 그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 같아서 함께 일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이미 1991년 포스데이터와 함께 소프트뱅크코리아(SBK)라는 유통 회사를 설립해 놓은 상태였다. 1994년 포스코가 구조 조정을 하면서 비철강 부문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자, 삼보컴퓨터에 다니던 내가 SBK를 인수했다. 1994년 8월 손사장을 직접 찾아가 내가 인수하면 사업을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그 다음달부터 SBK를 맡게 되었다.

손사장과 평소 어떻게 지내왔는가?

전자 우편(e-mail)이 가장 중요한 통신 수단이다. 1994년 이후 손사장이 한국에 대여섯 번 왔다. 그래서 함께 보낸 시간이 많은 편이다. 1년에 2∼3일은 만났다. 최근에는 손사장이 출장 다닐 때 같이 비행기를 타고 미국이나 유럽을 다녔다. 손사장이 더 바쁘니까 그의 일정에 맞추어 비행기 안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손사장과 왜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가?

뭐라고 할까,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 나도 그처럼 비즈니스를 할 때 공격적이면서도 상대방을 설득하며 해 가는 편이다. 소프트뱅크코리아를 처음 인수할 때 손사장에게 앞으로 4년 안에 매출액을 천억 원 이상 올리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지켰다. 5년 내에 경상 이익을 50억원 내겠다는 약속도 지켰다. 그런 점들이 그가 나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게 된 배경이 아닌가 싶다.

합작 투자가 성사되기까지 어려웠던 점은?

합작 투자는 손사장이 먼저 제안했다. 투자 사업을 새롭게 하자니 자기들이 지분을 더 많이 가져가면 우리가 섭섭해 할 것이고, 그렇다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자니 우리만큼 신뢰 관계가 쌓인 파트너를 찾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서로 윈-윈 하는 전략으로 가자고 생각해낸 것이 지금의 조건이다. 나래이동통신을 통해 삼보그룹과 협력체를 만들자. 그러기 위한 방법으로 새로 SBHK라는 회사를 만드는데, 전체 100 가운데 나래가 20% 지분을 갖게 하는 대신, 나래가 협력하는 대가로 나래에 자기들이 20%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나래를 중심으로 SBHK·SBVK 같은 협력체를 이루어 가자는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이번 합작 투자로 올해 6월까지 나래의 지분 20%를 매입할 권리를 갖게 되었다. 그래도 나래이동통신의 대주주는 지금처럼 삼보컴퓨터이다. 나래는 어떻게 보면 소프트뱅크가 가장 먼저 투자한 인터넷 회사가 되는 셈이다.

나래이동통신도 인터넷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SBHK와 중복되는 업무를 하겠다는 것인가?

표현이 좀 와전된 것 같아 가다듬고 있는 중이다. 두 회사는 협조 모델이 되어야지 경쟁 모델이 되어서는 안된다. 합의를 본 것은 나래이동통신을 인터넷 전문 기업으로 키우자는 것이다. 인터넷 투자는 SBHK를 통해서 한다. 아까 말한 것처럼 투자 파트너로 돈만 많이 내면 되는 거니까. 그러면 나래이동통신은 뭘 할 것인가. 1년에 한두 개 정도의 인터넷 사업을 인큐베이션할 것이다. 1호로 인큐베이션하는 것은 겟피씨(Get PC)이다. 한국판 바이닷컴(Buy.com)인 셈이다. 앞으로 겟뮤직·겟인포 식으로 계속 겟 시리즈를 낼 계획이다.합작 투자 조인식 날 열린 조찬회에 각계 인사들을 골고루 초청했다면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았을 텐데?

여러 가지 형태로 모임을 열 수 있겠지만 우선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려면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그래서 그가 평소처럼 편하게 강연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리고 인터넷 사업에 투자하러 왔는데 누가 가장 관심을 갖겠는가.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창투사와 실제로 벤처 기업을 운영하는 젊은 CEO(최고 경영자)들 아니겠는가. 그 사람들에게 손사장의 사고 방식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백 군데 회사에 투자한다니까 마치 우리가 1등부터 100등까지 성적표를 매겨 거기 채택되는 회사에 무작위로 투자하지 않겠느냐는 오해가 생겨 곤혹스러웠다. 처음에 밝혔듯이 약 천억 원을 투자할 예정인데, 그 중 8백억 원은 SBHK가 중·장기적으로 투자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소프트뱅크가 미국에 포트폴리오한 것처럼 무슨무슨 코리아, 즉 야후 코리아나 이트레이드 코리아 식의 회사가 될 것이다. 그 다음 국내 신생 벤처 기업들에 일부 투자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가 창업을 지원한 회사에 투자할 수도 있다.

어떤 회사들에 투자할 계획인가?

사업 범위를 어떻게 보느냐가 될 것이다. 그러면 인터넷 서비스 모델, 컨텐츠, 인에이블링 테크놀로지, 인터넷 파이낸싱 등이다. 그런 범위에서 과연 독자적으로 상장까지 갈 수 있는 회사인지를 봐야 한다. 잠재적인 성장성이나 가입자 수 외에도 그 사이트에서 얼마나 많은 트랜젝션(transaction)이 일어나는가, 이것이 광고 모델로 연결될 수 있는가, 다른 사이트와 얼마나 많은 트래픽(traffic)을 주고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투자할 사이트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전방위에 걸쳐 다 투자하려고 한다. 그러나 대표적인 세 가지를 꼽는다면 우선 아이볼(eyeball)이다. 많은 이가 보려면 컨텐츠가 풍부해야 한다. 또 그 컨텐츠를 바탕으로 트랜젝션이 많이 일어나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어느 정도 풍부해져야 보안·파이낸싱 등으로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다. 상식 수준에서 말하는 것이지 그 순서대로 투자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SBVK가 조성할 벤처 펀드는 어떤 식으로 자금을 모으려고 하는가?

처음에는 아마 소프트뱅크가 많은 비율을 직접 투자할 것이다. 그만큼 손사장이 한국의 인터넷 시장이 탄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해석해도 좋다. 하지만 지금 코스닥 시장 규모가 백조 원이고 앞으로 이 시장이 인터넷 회사들로 더 채워질 텐데, 그것을 소프트뱅크 혼자 다 투자한다는 것 역시 비현실적이다. 2호·3호 펀드로 계속 늘어나게 되면 5천억 원이 될지 1조원이 될지 모르지만, 기관이든 대기업이든 함께 투자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국내에서 자금을 모아 만든 벤처 펀드들이 소프트뱅크가 지금 미국에서 운영하는 펀드에 일부 참여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투자한 회사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소프트뱅크가 미국에 투자한 회사가 1백50개 정도 되는데, 매년 그 회사의 대표들끼리 모여 발표를 한다. 자기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자기가 제일 잘 안다. 나만 해도 이 인터뷰를 갖기 전에 미국에 출장 가서 만날 다섯 CEO들에게 전자 우편으로 만날 시간을 조정하고 있었다. 내가 한국에 야후코리아를 만들 때에도 손정의 사장과 별로 상의하지 않았다. 다만 전자 우편을 보내 이렇게 하려 하는데 괜찮겠느냐는 의견만 물은 정도이다. 내가 직접 제리 양을 세 번 만나 투자한 것이다. 그러니까 손사장이 우산 역할을 해 주었지만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은 내가 다 쫓아다니며 설득해서 한 것이다. 회사의 프로파일이나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하니까, 상대 회사의 접촉 포인트가 무엇인지 다 안다. 이런 이유로 소프트뱅크는 자기네를 인터넷 투자 회사로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소프트뱅크는 스스로 ‘인터넷 네트워크 기업’이라고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으면 글로벌 네트워크의 패밀리가 되니까 자연스럽게 서로 접근할 수 있다. 그것이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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