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릴라들의 성공 비결
  • 李哲鉉 기자 ()
  • 승인 1999.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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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모인터렉티브·이네트정보통신, 소프트웨어 기술력으로 세계 공략
한국에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해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 가운데 매출액 백억원이 넘은 곳은 한글과컴퓨터·핸디소프트·비트컴퓨터뿐이었다.

국내 소비자 대부분은 소프트웨어를 돈 주고 사는 것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불법 복제가 극성을 부리는 탓에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들여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도 업체가 건질 수 있는 돈은 보잘것없다. 그룹웨어처럼 불법 복제가 어려운 소프트웨어는 막강한 자본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외국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파고들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가시밭을 일궈 꽃을 피워내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는 것은 무척 반갑다. 올해 정보기술 경기가 눈에 띄게 회복되면서 나눔기술·피코소프트·넥스텔 같은 업체들이 매출 백억원을 넘기리라고 전망된다.

“한국은 좁다” 수출 시장 개척

다른 벤처 기업과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 업체가 성공하려면, 기술력과 마케팅 조직이 탄탄해야 한다. 제값을 받지 못하고 팔아야 하는 국내 시장에 치중하기보다 외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비록 지난해 매출이 백억원에 미치지 못했지만,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업체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해외 시장을 뚫는 국내 업체들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국내 웹에디터 시장 1위인 나모인터렉티브와, 전자 상거래 솔루션(문제 해결 프로그램) 업체인 이네트정보통신이 그 주인공.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인터넷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들이다.

나모인터렉티브는 올해 3월 나모웹에디터3.0을 출시해 홈페이지 제작용 소프트웨어(웹에디터) 분야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나모인터렉티브는 한글과컴퓨터사의 초창기 멤버였던 박흥호 사장과 김홍집씨가, 경인양행 김홍준 사장과 손잡고 95년 12월 창업한 벤처 기업이다. 최대 주주는 김흥준 사장으로 34% 지분을 가지고 있다. ‘나모웹에디터 시리즈’를 내놓은 이후 줄곧 국내 웹에디터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임직원 30명 가운데 70%가 20대 후반의 서울대·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연구원이다.

나모인터렉티브가 첫 번째로 내세우는 것은 기술력이다. 영국 인터넷 전문 잡지 <인터넷 액세스 메이드 이지>는 지난 7월8일자에 전세계 주요 웹 제작 도구 11개를 비교 평가한 결과를 실었다. 이 평가에서 나모웹에디터3.0은 91점을 받아 2위를 차지했다. 매크로미디어 사가 내놓은 ‘드림위버2’에 1점 차이로 뒤졌을 뿐, 어도비시스템스의 ‘고라이브’, 소프트퀴드의 ‘핫메탈 프로5’,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런트페이지2000’ 등을 모두 제쳤다.

이같은 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나모웹에디터3.0은 외국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었다. 지난 6월19일 나모인터렉티브는 일본 에모리 상사와 일본어판 수출 계약을 맺었다. 두 회사는 일본어판 가격을 9천8백 엔(약 9만8천원)으로 책정했다. 앞으로 3년 동안 60만 카피를 공급해, 소프트방크·컴퓨터웨이브 같은 일본 대형 소프트웨어 유통 업체를 통해 일본 지역에 판매할 계획이다.

일본 인터넷 사용자는 1천5백만명이 넘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이 가운데 60%가 홈페이지를 갖고 있거나 가질 계획이라고 한다. 더욱이 일본 시장은 정품 구매율이 높아 시장 규모가 한국보다 20배 이상 크다. 박흥호 사장은 “3년 안에 일본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겠다”라고 말한다. 일본 수출이 계획대로 이루어진다면 나모인터렉티브는 일본에서만 6백억원 가량 매출을 기록하게 된다. 문제는 소프트웨어 수출의 선두 주자였던 핸디소프트처럼 계약이 중간에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판매 물량이 예상보다 크게 못 미칠 때는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 나모인터렉티브가 이 점을 우려하자 에모리 상사는, 3년 동안 60만 카피를 산다고 약속했다. 그러다 보니 급한 쪽은 에모리 상사이다. 이 유통업체는 5억원을 들여 나모웹에디터3.0 광고에 나서고 있다. 또 컴덱스재팬이나 인터넷월드재팬 등 올해 하반기에 열릴 일본 주요 컴퓨터 관련 전시회에 나모웹에디터를 선보일 계획이다.

나모인터렉티브가 일본 시장 못지 않게 눈여겨 보는 곳이 유럽이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WASKA라는 유통 업체를 통해 나모인터렉티브3.0 영어판을 유럽 시장에 풀고 있다. 영국 시장은 ATM이라는 회사가 맡고 있다.

나모인터렉티브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코스닥에 등록해 추가 투자 자금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지금까지 코스닥에 등록된 벤처 기업들은 실적이 형편없는데도 주가가 치솟았다.

나모인터렉티브는 올해 말에 매출·순익 등 경영 실적을 공개한 뒤 코스닥에 등록하겠다고 밝혔다. 박흥호 사장은 “액면가 5천원인 주식을 주당 20만원에 등록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나모인터렉티브 주식은 코스닥 시장에서 엠케이전자와 함께 ‘황제주’로 등극한다. 제휴 업체인 일본 에모리 상사를 비롯해 여러 업체들이 지금이라도 주당 20만원에 나모인터렉티브 주식을 인수할 의향을 비치고 있다.

전자 상거래 솔루션(문제 해결 프로그램) 개발 업체인 이네트정보통신도 99년 말∼2000년 초 코스닥에 등록할 계획이다. 이네트정보통신 박규헌 사장은 유사 업종 벤처 업체와 달리 코스닥 등록을 서두르지 않는다. 웬만한 벤처 기업들은 여건만 갖추면 코스닥에 들어가려고 애쓰지만, 박규헌 사장은 “전자 상거래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사업이다. 따라서 전자 상거래 솔루션을 만드는 우리 회사가 코스닥 등록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자금 사정이 나쁘지 않은데다 이네트정보통신에 투자할 의향을 보이는 국내외 엔젤 투자자들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늦어도 내년에는 코스닥에 등록할 예정이다.

IBM 몰아내고 국내 시장 탈환

언론 매체들은 이네트정보통신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듯이 호들갑을 떨지만 사실 이 업체는 오래 전부터 실적을 차곡차곡 쌓아 왔다. 데이콤 출신 박규헌 사장이 친구 6명과 함께 자본 4억원을 들여 이네트정보통신을 설립한 때는 96년 8월. 박사장은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소프트웨어는 불법 복제로 인해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일찌감치 기업을 상대로 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치중했다. 특히 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나면 결국 전자 상거래에 대한 수요가 커지리라 예상하고 인터넷 전자 상거래 솔루션 개발에 승부를 걸었다. 결과는 대성공.

이네트정보통신은 지금 국내 전자 상거래 시장에서 오라클·IBM 같은 미국 유명 업체와 경쟁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올해 초 우체국과 인터파크의 전자 상거래 쇼핑몰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한국IBM의 솔루션을 사용하던 골드뱅크와, 한국오라클 제품을 사용했던 롯데백화점의 전자 상거래 쇼핑몰을 자기 솔루션으로 재구축하는 데도 성공했다. 골드뱅크를 수주하면서 받은 돈은 6억원 가량. 세계적인 기업들이 차지했던 국내 시장을 빼앗은 것이다. 이로써 대형 쇼핑몰을 구축하려면 외국 업체의 전자 상거래 솔루션을 써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없앴다.

전자 상거래 솔루션은 적어도 6백 카피가 팔려야 이윤이 남는다. 하지만 국내 전자 상거래 쇼핑몰은 3백개가 채 안된다. 따라서 당장 큰 이윤을 챙기기 힘들지만 최근 전자 상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시장 규모가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이네트정보통신은 지난해 매출 4억7천만원을 올렸으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1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네트정보통신은 인터넷의 원산지 미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국 지사를 설립하기 위해 우재학 연구소장을 미국에 파견했다. 현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여 지사를 설립한 뒤 서울 본사가 개발한 전자 상거래 솔루션 커머스21 영어판을 판매할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시장만큼 기술이 국경을 초월해 급속히 전파되고, 신상품 개발 속도가 빠른 분야도 없다. 따라서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가 성공하려면 전세계 시장에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해외 진출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모인터렉티브와 이네트정보통신이 해외에서 거둘 성과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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