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클럽 메드의 성공 전략
  • 成耆英 기자 ()
  • 승인 1999.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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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경영자를 잘 만나야 이익을 낸다. 기업이 이익을 내야만 그 기업에 돈을 밀어넣은 주주들의 주머니도 두둑해진다. 세계적인 휴양 전문 업체인 클럽 메드의 주주들이 필립 부게니용이라는 젊은 경영자를 내세운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필립 부게니용 회장은 부실투성이인 유로 디즈니 사를 회생시킨 경력을 갖고 있다.

그가 경영 일선에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클럽 메드는 매년 2억 달러가 넘는 적자에 시달렸다. 지중해(Mediterranee)라는 말에서 회사 이름을 따온 기업답게 클럽 메드의 외양은 매우 화려하다. 클럽 메드라는 말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글거리는 태양과 수상 스포츠, 세계 각국의 갖가지 음식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이 화려한 커튼을 한 자락만 들추면, 그 속에 2억 달러 적자라는 ‘암’이 자라나고 있었다.

회장 취임 뒤 그는 고정 관념을 깨고 기업 혁신이라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필립 부게니용 회장이 취임 뒤 가장 먼저 착수한 기업 혁신 전략은 가격을 내리고 ‘빌리지’를 대대적으로 보수하는 것이었다.

클럽 메드가 운영하는 휴양지는 ‘빌리지’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불린다. 호텔 객실만 있는 휴양지가 아니라 차를 타고 나가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고, 골프·테니스·스노클링·카약 등 각종 스포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빌리지를 책임지는 총지배인을 한국어로는‘촌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로빈슨 크루소식’ 휴양지 이미지 버렸더니…

그 대신 빌리지 안에서는 문명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텔레비전은 물론, 신문이며 잡지도 없고 욕실에는 헤어 드라이어도 없었다. 클럽 메드가 내세우고 있는 휴양 문화가 바로 ‘문명으로부터 탈출’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게니용 회장은 이런 빌리지 전략에 커다란 수술을 시도했다. 최근 들어 개보수 작업을 마친 세계 각국의 클럽 메드 빌리지에는 처음으로 텔레비전이 선을 보였고, 부티크라고 불리는 상점에서는 나 <타임> 같은 간행물도 사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문명 탈출을 선언한 클럽 메드가 기존 정책을 완전히 포기하고 문명의 품으로 투항한 것은 아니다. 다만 빌리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문명 도구만을 끌어다 놓은 것이다. 세계 36개국 1백20개나 되는 클럽 메드 빌리지에는 아직도 텔레비전이 있는 객실보다 없는 곳이 더 많고, 욕실에도 욕조나 슬리퍼가 없다.

중요한 것은 신임 회장이 이렇게 문명 친화 전략을 택하면서 이 기업의 순익이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클럽 메드의 수익은 3천만 달러 흑자로 돌아서 2억 달러 적자라는 전년 실적을 단번에 뒤집었다. 클럽 메드 방식을 뒤따라 휴양촌 건설에 나선 다른 기업들 가운데 여전히 ‘로빈슨 크루소’식 휴양을 고집하는 기업들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클럽 메드는 2000년까지 전세계의 모든 빌리지를 개보수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17개 빌리지를 개보수했고, 내년에도 40개 빌리지를 새로 꾸밀 계획이다. 말이 좋아 개보수이지 빌리지라는 휴양 센터는 그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몇 달 동안 손님을 받지 않고 대규모 공사를 벌여야만 한다.

그러나 장기간 문을 닫는 데 따르는 손해도 혁신 전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비하면 별것 아닌 모양이다. 2000년에는 98년의 4배가 넘는 1억 3천만 달러 흑자를 자신하고 있다는 것이 클럽 메드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해에는 쿠바와 일본에 또 하나의 빌리지가 들어서고, 한국에도 강원도 지역을 중심으로 입지 선정 작업을 벌이고 있어 조만간 세계적 휴양지 목록에 한국도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확장 전략이 성공한다면 클럽 메드는 가장 짧은 기간에 적자를 흑자로 돌려 놓은 기업으로 기록될 것이다. 문명이냐, 반문명이냐. 물론 선택은 경영자의 몫이다. 그러나 클럽 메드의 사례는 수익을 내는 데만큼은 영원한 진리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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