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매지저 사장 1호 된 장인환씨
  • 朴在權 기자 ()
  • 승인 1999.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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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투신 장인환 매니저, 자산운용회사 사장으로
펀드 매니저의 인기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 억대 연봉을 받고 이적하는 것은 예삿일이고, 펀드 매니저 출신 사장까지 속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인물이 장인환씨(40). 증권업계 경력 12년인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대투자신탁운용의 ‘잘 나가는’ 펀드 매니저였다. 그런 그가 어느날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한국종합기술금융(KTB)이 설립하는 자산운용주식회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KTB로부터 처음 사장으로 취임해 달라고 제의받은 것은 6월 초. 한동안 고민한 끝에 그는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자산운용회사를 설립해 보겠다는 것은 모든 펀드 매니저의 꿈. 그도 그런 꿈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KTB가 그런 꿈을 간접으로 풀어 주었다. 3년 후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지만, 그에게 상당 규모의 스톡 옵션을 부여한 것이다. 회사를 제대로 운영해 코스닥에 등록한다면, 3년 후 그는 엄청난 돈을 움켜쥘 수 있게 된다. 펀드 매니저 사장이면서 동시에 주주가 되는 셈이다. 그가 이렇게 판단하는 데는 KTB가 건실한 재무 구조를 바탕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현재 그의 사무실은 서울 여의도에 있는 KTB 빌딩 19층. 그는 8월 중순에 회사를 설립한다는 목표로 막바지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때부터 천억원 단위로 장인환 펀드 1호를 판매할 예정이다. 그후에 내놓을 펀드도 모두 천억원 규모이다. 그는 30개 정도의 우량 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노리는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친정’ 현대증권까지 장인환 펀드 판매 자청

현재 증권사들은 서로 그의 상품을 팔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는 최종적으로 LG증권·현대증권을 선택했고, 은행도 한두 곳 추가할 예정이다. KTB의 자산운용주식회사와 증권사 또는 은행은 전체 수익을 운용 수익과 판매 수익으로 나누는데, 그는 그 비율이 5 대 5 또는 4 대 6이 적당하다고 본다. 기존 펀드의 경우 판매 수익이 전체 수익의 80% 가까이 되는데, 이것은 자산운용사에 지극히 불리한 계약 조건이라고 본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현대증권이 그의 펀드 상품을 팔기로 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펀드 매니저가 이직하면 기존 직장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기 십상이다. 그런데 현대증권은 장인환 펀드를 판매하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이처럼 둘 간의 관계가 우호적인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그가 직장을 옮긴 것이 단지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펀드 매니저 사장 시대를 여는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는 점이다.

이밖에도 양측은 서로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 장사장은 “현대투신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내가 있었겠느냐”라고 말한다. 현대투신도 간판급 펀드 매니저에게 충분히 보상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해 내심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점은 지난 4월 중순 이후만 따져도 쉽게 알 수 있다. 불과 두 달 반 만에 장사장은 현대투신에 3백20억원 규모의 성과 보수를 안겨 주었다. 보통 성공 보수의 10%는 펀드 매니저 몫이라는 것이 증권업계의 상식.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실적과 무관하게 책정된 연봉만을 받았다. 파격적인 대우라고 해야, 지난 6월18일 현대투신 창립 17주년 기념식에서 1등 포상으로 2천만원을 받은 것이 고작이다. 장씨는 “그 돈도 내게는 엄청나게 컸다”라고 말하지만, 그가 현대투신에 벌어준 돈에 비하면 새 발의 피나 다름없었다.

그는 향후 전망을 낙관적으로 본다. 우선 그는 고객 확보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동안 스폿 펀드를 많이 운용했는데, 실적이 좋아 그를 신뢰하는 개인 고객이 적지 않다.

직장을 옮기려고 일을 놓고 있는 사이에 대우 사태가 터진 것도 개인적으로는 행운이다. 대우 충격에서 벗어나 주가가 본격적인 상승 행진을 계속하려면 8월 중순은 지나야 한다. 이 때쯤 되면 그가 회사 설립을 마치고 펀드 판매 작업을 본격화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앞으로 펀드를 투명하고도 안정적으로 운용할 예정이다. KTB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벤처 기업에도 투자하고, 코스닥 시장에도 등록할 예정이다. 내가 갖고 있는 스톡 옵션을 직원들에게 나누어 줌으로써, 모두가 행복해 하는 직장을 만들고 싶다.” 한 시간 반 정도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그의 사무실 전화기는 계속 벨을 울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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