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기업인]미스터 K 김진수 대표
  • 金芳熙 기자 ()
  • 승인 1998.11.0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팬시 문구사 ‘미스터 K’ 대표 김진수씨
초등학생과 중학생이라면 십중 팔구 ‘미스터 K’를 안다. 그런 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 상당수도 미스터 K를 안다. 설령 미스터 K를 모르는 학생이나 학부모라도 아마 ‘콩콩이’는 한번쯤 만났을 것이다.

미스터 K는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해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팬시 문구회사이다. 콩콩이는 이 회사가 창조한 대표적인 캐릭터. 땋은 머리에 작은 키, 개구장이 끼가 다분한 여학생이다. 요즘 콩콩이가 그려진 편선지나 노트, 다이어리 리필 제품을 하나쯤 안 가진 학생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스터 K는 모닝글로리와 바른손 같은 국내 굴지의 문구사들이 쓰러지는데도 오히려 매출액을 늘려 가고 있는 문구 회사이다(지난해 매출액은 12억원).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회사를 창업한 공동 창업주 5명의 평균 나이가 25세라는 사실.

이 회사 대표 김진수씨(29) 역시 콩콩이 못지않게 여러 모로 튄다. 앞머리를 살짝 염색했는가 하면, 내미는 명함도 보통 사람들의 상상력을 초월한다. 샛노란 비닐에다가 야광 글씨. 거기에 자신의 모습을 그려놓았다. 일하는 자리 위에는 큼지막한 현수막을 걸어 놓았다. 거기에 적힌 구호 역시 눈길을 확 끈다. ‘변화되지 않는 자는 죽은 자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사업가로서는 드문 기록을 하나 갖고 있다. 자신이 만든 제품 덕에 매일 백여 통이 넘는 팬레터를 받는 것이다.

학생 닮은 캐릭터로 동남아 6개국에 수출

93년 인천대 미술학과를 졸업한 김사장이 처음부터 팬시 문구 사업을 꿈꾼 것은 아니다. 문구 회사 디자인실에 근무하면서 팬시 문구와 인연을 맺었지만, 이름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그는 아직도 그 강렬한 꿈을 접지 않았는데, 그 때문에 사업을 하는 지금도 자신의 직업을 일러스트레이터라고 소개한다.

문구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할 때였다. 문득 내 디자인이 좀더 널리 보급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죽이 맞는 형제·선후배 다섯이 서울 충무로에 회사를 차렸다. 처음에는 남들처럼 미국과 일본의 히트 상품을 흉내내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그러다 생각이 미친 것이 독창적인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거의 자포 자기한 심정에서 만들어 낸 확실히 튀는 제품들. 이것이 성공의 시작이었다. 콩콩이는 팬시 문구의 주소비자인 학생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모습에서 착안한 캐릭터다. 소비자들이 자신들과 비슷한 모습인 이 캐릭터에 동질감을 느끼는 데다가 미·일 캐릭터와 달리 동물이 아니라 사람인 점도 매력 포인트가 되었다.

미스터 K는 콩콩이 외에도 콩돌이와 코딱지를 비롯해 많은 캐릭터를 연작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만들어내는 시리즈 캐릭터에 줄거리를 부여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런 맥락에서 앞으로는 콩콩이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도 만들어 볼 생각이다.

그가 사업을 하면서 새삼 깨달은 것은 문구 사업이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제품들과 달리 문구점에서 팔리지 않은 문구 제품은 100% 반품이 가능한 것이 이 업계의 관행. 반품률이 높을 경우는 영락없이 회사가 재고 부담을 안게 되고, 이는 회사의 자금난으로 이어진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로 접어들면서 종이값이 20% 가까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제지 회사들이 선금을 요구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미스터 K도 이 때문에 어려운 고비를 맞기도 했지만, 지금은 강동구 천호동에 사옥을 갖출 정도로 자리를 굳혔다. 아직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동남아 6개국에 수출도 하는데, 불황인데도 수출이 점차 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일을 벌이지 말자는 것이 김 사장의 소신. 유명 국내 문구사들이 여러 가지 제품에 손을 댔다가 위험에 처한 예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은 여전히 편선지·노트·다이어리. 여기에 팬시 스티커 정도가 추가되었다. 이런 분야에서 확실히 눈길을 잡아끄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건다는 것이 전략의 시작이자 끝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았다. “제가 죽었을 때 우리 미술 교과서에 제 이름이 비중 있게 실렸으면 좋겠어요.” 회사를 이렇게 저렇게 키워서, 몇년 후 주식 시장에 상장하겠다는 대답보다 확실히 튀는 사업가다운 대답이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