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담배 몰아내는 일본 담배
  • 張榮熙 기자 ()
  • 승인 1995.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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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드세븐 라이트, 한국 수입 담배 시장 52% 점유
수입 담배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 1∼3월 수입 담배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수량 기준으로 11.7%(94년은 8.6%)에 달했다. 수입 담배의 시장 점유율이 10%를 넘은 것은 88년 7월 시장을 개방한 뒤 처음이다. “수입 담배 업체들의 판촉·영업 활동 강화로 예상보다 빨리 수입 담배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한국산 담배의 독점 공급자인 한국담배인삼공사 김창구 부장의 설명이다.

금연운동 등으로 94년 한국 담배 시장의 크기가 9.1%나 줄어든 상황에서도 수입 담배 시장은 15.6%나 늘었다. 특히 일본 담배인 마일드세븐라이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해 수입 담배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마일드세븐라이트의 94년 수입 담배 시장 점유율은 41.4%에 달했다. 이는 올해 들어 더욱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 3월 말 현재 점유율은 51.9%에 이른다. 한국산을 합친 전체 시장에서도 마일드세븐라이트는 점유율 6.1%로, 88라이트(30%) 하나로라이트(16.1%) 디스(10.3%) 한라산(7.8%)에 이어 다섯 번째로 인기 있는 담배로 자리잡았다.

한국 담배 시장은 미국이 열다시피 했는데 그 과실은 일본 담배가 따먹고 있다. 미국 담배 회사인 필립모리스는 버지니아슬림과 세 종류의 말보로 담배(94년 시장 점유율 38%)로 마일드세븐라이트에 힘겹게 대항하고 있다. 브라운 앤드 윌리엄슨사(켄트·휘네스 등)와 RJ레이놀즈사(셀렘라이트·벤테이지라이트 등) 같은 미국 회사들의 담배는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다. 영국 담배로서는 로스만스사의 던힐이 겨우 생명을 부지해 전통 있는 영국제의 체면을 지키고 있다. 일본 담배가 이들 ‘양담배’를 몰아내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는 이들 외에 독일 스위스 스웨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총 1백12종의 담배가 들어와 있으나 판매량은 미미하다.
조용·치밀한 판촉 전략이 한몫

담배인삼공사나 미국 담배 회사 관계자들은 마일드세븐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로 “한국 애연가들은 식생활이 비슷한 일본 담배가 한국인 기호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양담배에 대한 감정적 거부감으로 어부지리를 얻었다는 지적도 있다. 마일드세븐의 높은 인기는 일본담배(주)의 조용하고도 치밀한 판매 전략에서도 기인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브라운 앤드 윌리엄슨사 홍보를 맡고 있는 오리콤의 한 관계자는 “일본 담배(주)의 ‘요란하지 않은’ 판촉 전략이 되려 먹혀들었다”고 지적했다. 88라이트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나온 마일드세븐은 젊은층을 겨냥해 집중 공략하면서도 미국 담배 회사들에 비해 광고를 덜했다는 것이다. 또 자동판매기를 통한 ‘조용한’ 판매 확대에 주력했는데 이것이 매우 효과적이었다. 흡연자들은 얼마 전까지도 수입 담배를 살 때 조금은 주저하는 심리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자판기는 사기가 쉽고 익명성을 보장한다. 89년 상륙한 마일드세븐은 당시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끌던 켄트와 말보로를 차례로 제치고 4년 만인 93년 상반기께부터 가장 잘 팔리는 담배로 올라섰다.

코리아리서치가 94년 마일드세븐 구매 계층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 담배는 30대 이하 연령층(87.1%)이 선호하는 이른바 ‘젊은’ 담배다. 성별로는 남성(75%)이 좋아하고 대형 빌딩 밀집 지역(37.4%) 유흥가(22.2%) 대학 또는 학원가(22.1%)에서 잘 팔린다(마일드세븐의 주요 소비 계층과 판매 전략에 대해 일본담배(주)의 마케팅 책임자인 아베 마사하루 부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그는 이를 거절했다).

미국 담배 회사들은 일본 담배 잡기에 노력하고 있다. 브라운 앤드 윌리엄슨사는 최근 휘네스와 켄트 담배 두 갑에 각각 납품가가 천원대인 CD를 경품으로 내놓았다. 필립모리스사도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우면서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회사들은 ‘한국인들은 일본에 그토록 배타적이면서 왜 그렇게 일본 담배를 좋아하느냐’하는 의문과 불만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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