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 원면 커버 논쟁으로 불붙은 침대 전쟁
  • 李政勳 기자 ()
  • 승인 1997.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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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화, ‘스프링·원면 커버 논쟁’으로 에이스·대진 추격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침대가 예방주사를 맞았습니다’ ‘당신은 어젯밤 녹슨 침대 위에서 주무셨습니다’ 침대 제조 업체간 광고 전쟁이 한창이다. (주)에이스침대와 (주)대진침대의 경쟁에 후발 업체인 (주)목화침대가 공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침대 전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문안은 95년쯤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을 고르시오’라는 시험 문항에 서슴지 않고 침대를 고른다고 하여 더욱 유명해졌다. 에이스침대는 왜 이런 광고 문안을 만들었을까.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국내 침대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러자 장롱과 화장대 문갑 등을 만들어온 종합 가구 업체들이 대거 침대 시장에 참여했다. 보르네오·삼익·리바트 등으로 대표되는 종합 가구 업체들은 세트 전략으로 신혼 부부를 공략했다. 장롱·소파 등과 디자인이 어울리는 침대를 묶어 예비 신부들을 유혹한 것이다. 이 전략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전문 침대 업계의 선두 주자인 에이스(시장 점유율 27%)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였다. 이 문구를 통해 에이스는 소비자들에게 ‘침대의 핵심은 스프링이고, 스프링은 전문 침대 회사 것이 좋다’는 것을 인식시킬 수 있었다.

랭킹 2위 전문 침대 업체인 대진(점유율 11%)도 스프링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미국 할리우드로 날아가 몸무게가 2t이 넘는 코끼리가 밟아도 끄떡 없는 침대 스프링을 촬영했다. 골프공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촘촘한 엔드리스 스프링도 광고했다. 최근에는 한 발짝 더 나아가 항균 처리한 원단으로 매트리스를 만든다며 ‘침대가 예방주사를 맞았습니다’라는 광고 문안을 들고 나왔다.

목화침대는 랭킹은 3위지만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한 후발 업체이다. 번듯한 사옥도 없어 에이스나 대진에 비하면 구멍가게이다. 이 목화침대가 얼마 전부터 ‘어젯밤 당신은 녹슨 침대 위에서 주무셨습니다’라는 공격적인 카피로 침대 전쟁을 도발하고 있다. 다른 회사의 스프링은 녹이 슬지만 목화침대의 스프링은 절대로 녹이 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침대 전쟁은 목화가 벌이는 매트리스 교환 판매를 통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스프링, 도금할 필요 있나 없나

경기도 송탄의 목화침대 공장 한켠에는 교환 판매를 하면서 수거한 다른 회사제 중고 매트리스가 널려 있다. 그 중 하나를 골라 칼로 찢자 매캐한 냄새와 함께 먼지가 올라왔다. 먼지는 잡색 펠트(felt)에서 나오는 듯했다(펠트는 폐의류를 재생해 만든 것인데 주로 보온재로 사용된다. 잡색 펠트는 얼룩덜룩한 실밥을 뭉쳐 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 오래 사용하면 먼지가 많이 난다).

좀더 찢어내자 얼룩얼룩 녹이 슨 스프링이 보였다. 곁에 있던 목화침대 관계자는 “교환 당시 소비자가 5년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다는데 저렇게 녹이 슬었다”라며 혀를 찼다. 이 관계자는 “목화는 아연 도금한 스프링을 사용한다. 아연 도금 스프링은 땀과 수분이 스며들어도 20년 안에는 녹슬지 않는다”라고 자랑했다.

목화침대는 12년 전부터 아연 도금한 스프링을 사용해 왔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광고하는 것일까. 목화침대 홍헌표 회장(46)은 “타사들은 실제로는 도금하지 않은 스프링을 사용하면서도 대리점에는 니켈이나 아연 도금한 스프링 견본을 전시해 왔다. 이는 소비자를 속이는 기만 행위이다. 25년 전만 해도 거의 모든 침대 회사는 녹 방지를 위해 스프링에 칠을 했다. 그러나 침대 값이 한참 오른 지금은 칠조차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목화침대의 스프링 공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 회사의 오채형 전무는 “때로는 아이들이 뛰어놀기도 하는 만큼 침대 스프링은 복원력과 탄력성이 좋아야 한다. 타사는 대개 5회전시킨 스프링을 사용하지만 목화는 6회전 스프링을 사용한다. 또 타사 스프링은 굵기가 2.3∼2.4㎜이지만 목화의 스프링은 2.5㎜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목화가 유일하게 100% 면으로 매트리스를 제작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8시간 자는 동안 사람은 한 컵 정도 수분을 배출한다. 아침에 일어나 갈증이 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화학 섬유로 된 매트리스는 인체에서 나오는 습기를 통과시키므로 스프링이 녹슬게 된다. 반면 순면은 습기를 간직했다가 되돌려주므로 사람에게도 좋고 스프링도 녹이 덜 슬게 된다. 화학 섬유로 된 매트리스는 정전기를 발생하므로 인체에도 좋지 않다.”

목화의 공세에 대해 에이스와 대진은 스프링에 도금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두 회사 관계자는 “매트리스 사용 기간은 통상 10년 안쪽인데 이 기간에는 도금을 하지 않았더라도 스프링이 거의 녹슬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에이스·대진, 전면 대응 자제

에이스의 관계자는 “침대 공학상 2.5㎜ 굵기의 강선을 6회전시킨 스프링이 가장 안락하다. 에이스는 이 정설대로 스프링을 제작한다”라고 말했다. 대진의 관계자는 “대진이 자랑하는 엔드리스 스프링은 2.3㎜ 강선을 4회전시킨 것이다. 그러나 타사 침대보다 1.3∼1.4배나 많은 스프링을 넣으므로 오히려 탄력성이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에이스와 대진은 매트리스 커버에 원면을 사용치 않는 것도 인정했다. 두 회사 관계자는 공통적으로 “소비자들은 매트리스 위에 순면 패드나 침대보를 깔고 자므로 꼭 원면으로 매트리스를 만들 이유는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에이스의 관계자는 고급 침대의 경우 100% 양모로 제작한다고 했고, 대진의 관계자는 자기네 제품은 항균 방취 처리한다고 강조했다.

도금한 스프링과 원면 커버를 강조하는 목화침대의 전략은 일단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지난밤 당신은 녹슨 침대 위에서 주무셨습니다’라는 광고를 시작한 뒤 목화침대의 매출액은 2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정도의 성장으로 에이스와 대진을 넘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에이스와 대진은 이런 사정을 아는 만큼 목화침대의 공세를 지켜보기만 할 뿐 적극 대처하지 않고 있다.

도금한 스프링과 원면을 사용했다고 해서 목화침대가 우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분야 별로는 에이스와 대진이 훨씬 더 뛰어난 면이 많기 때문이다. 에이스는 매트리스 옆에 지퍼를 만들어 세균 번식을 막는 방충제를 넣었다. 또 사람들이 걸터앉는 매트리스의 가장자리를 여섯 번 재봉함으로써 쉬 꺼지지 않도록 했다. 대진은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유해 전자파를 차단키 위해 구리선과 섬유를 섞어 만든 동직물(銅織物)을 매트리스 속에 넣고 있다.

아파트 대량 보급을 계기로 한국인의 수면 무대는 온돌에서 침대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의 침대 값이 너무 비싸다고 지적했다. 한 종사자는 “침대 가격의 40% 이상이 물류비이다. 대리점을 통한 판매를 고집하다 보니, 대리점의 이윤이 보장될 수 있도록 침대 가격이 올라갔다”라고 실토했다.

목화를 포함한 국내 모든 침대 업계는 매트리스 커버를 만들 때 스펀지를 넣어 제작한다. 그러나 선진국은 자연 섬유인 면(솜)을 넣어 만든다. 목화침대의 도전은 다른 회사를 자극해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며 동시에 가격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는 우유 품질 논쟁을 일으켰던 파스퇴르 유업의 광고 전략을 연상시킨다. 목화침대의 도발적인 도전이 건전한 업계 경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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