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흔들리면 광주도 들썩
  • 광주·羅權一 주재기자 ()
  • 승인 1997.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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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자동차, 지역 경제 비중 막강…협력 업체 연쇄 도산 위기
“설마 했는데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지난 7월6일부터 표면화된 기아그룹의 경영 위기가 끝내 부도유예협약 적용이라는 사실상의 부도로 이어지자, 아시아자동차를 믿어온 광주 지역 경제계는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지뢰밭처럼 잇달아 터지는 아시아자동차 협력 업체들의 부도 사태에 직면한 지역 중소 기업인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협력 업체들의 부도는 아시아자동차의 경영 위기설이 퍼진 지난 6월부터 시작되었다. 6월 말 태화금속을 비롯해 7개 업체가 부도처리된 데 이어, 7월16일에는 아시아자동차의 협력 회사에 철강을 공급하는 중견 업체인 동진철강이 은행이 어음 할인을 거부해 부도를 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광주의 협력 업체들은 연쇄 부도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시아자동차 협력 업체 대표자들은 협력 업체가 무너지면 부품 공급에 차질을 가져와 아시아자동차의 정상화도 힘들게 된다면서, 정부의 자금 지원을 촉구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광주 하남공단에 있는 한 아시아자동차 협력 업체 관계자는 “지금 광주·전남 경제권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광주시가 자금을 지원한다지만 대부분의 회사가 담보 부족으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30일 채권 기관 대표자 회의에서 대책이 나오기도 전에 쓰러지고 말 것이다”라고 절박함을 호소했다.

비단 협력 업체뿐만이 아니다. 소모성 품목인 피복류·절삭 공구·사무 가구·식품류를 아시아자동차에 납품하는 1천여 영세 납품 업자들도 은행의 어음 할인 거부와 아시아자동차의 현금 결제 기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시민단체·행정기관도 ‘아시아 살리기’ 나서

아시아자동차는 지역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대규모 제조업체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아시아 자동차는 광주 지역 제조업 고용 인구의 35.8%를 차지할 뿐더러, 광주의 지역내 총생산(GRDP)의 29.7%를 차지하는 경제의 핵심이다. 아시아자동차의 78개 협력 업체와 1천5백60개 거래 업체가 광주에 몰려 있다. 이들 협력 업체의 급료와 자재대 등 운전 자금이 연간 8천1백억원에 달하는데, 바로 이 돈이 광주 지역 경제를 먹여 살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최근 광주에서는 지금 지역 경제의 핵심인 아시아자동차를 살리자는 운동이 각계 각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광주상공회의소(회장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는 7월18일 협력 회사들이 보유한 아시아자동차 진성 어음의 할인 재개 및 정부의 특별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광주시민연대모임(대표 윤장현)도 시민들이 아시아자동차 돕기 운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재계와 정치권의 특별 지원을 호소했다.

아시아자동차 노조(위원장 조홍영)는 5천6백여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회사 경영자금 20억원을 모금하는 구사운동에 들어가 현재 3억여원을 모금했다. 노조 대표들과 영업직 사원 등 3백여명은 버스 회사와 관공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아시아자동차 구입을 호소하는 대규모 판촉 대회도 가질 계획이다.

광주시와 전남도 등 행정 기관도 경영안정자금을 동원해 아시아자동차 협력 업체 지원에 나서고 있다. 광주시는 7월5일과 10일 두 차례에 걸쳐 연리 6%의 경영안정자금 78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2백8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전남도 역시 중소기업 경영안정자금과 중소기업 지원 금융 상품인 ‘남도사랑통장’ 저축액을 아시아자동차 협력 업체 지원에 몽땅 투입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또 지방은행인 광주은행도 아시아자동차 진성어음에 한해 어음 할인을 재개했다.

그러나 문제는 어음 할인을 거부하는 다른 시중 은행들의 소극적인 태도와 협력 업체들의 담보력 부족이다. 자금이 지원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담보가 부족한 협력 업체와 납품 업체들은 빈손으로 은행 문을 나서고 있다. 영세 업체가 대부분인 협력 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특단의 조처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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