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만 '상임'인 이상한 이사회
  • ()
  • 승인 2001.01.2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일은행 제일은행, 이사 17명 중 16명이 사외이사…정부, 사외이사 3명 선임·동의 권한뿐

제일은행 지배 주주인 뉴브리지나한미은행지배 주주인 칼라일 그룹과 같은개인 투자회사들은 1980년대 중·후반 미국에서 형성된 이른바 정크본드 시장에 처음 등장했다.

이들은 1980년대 말 대거 도산한미국의 대부조합(상호신용금고)을 헐값에 사들여몇 년이 지난 뒤 비싸게 파는 바이아웃·턴어라운드기법을 즐겨 써왔다.이들은 미국의 은행법에 의해 적어도 미국 내에서는 단 한 차례도 예금은행을 인수해 은행의 구조 조정을수행한 경험을 갖지 못했다.


태국 정부, 뉴브리지 억지에 협상 파기

제일은행 이사회 의장인로버트 바넘씨가 회장을 지냈다는 아메리칸 세이빙스 뱅크는 미국의 금리가 상승해 도산한 수천개 대부조합 가운데 캘리포니아에 있던 하나의 조합일 뿐이다. 프랭크 뉴먼 전미국 재무 차관은 샌프란시스코의 웰스파고라는 은행에서 오랫동안일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그는 재무 차관을 그만둔 뒤 맡은 뱅커스 트러스트 회장 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평가받는다. 그가 취임한 뒤 뱅커스 트러스트의 경영이개선되지 않았고, 도이체방크와 합병을 성사시켰으나 취임하기 전에 발생한 스캔들이 공개되었을때 적절하게 처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는 1999년 여름 도이체방크 이사진에 의해 방출되었다.

뉴브리지는 해태음료와 대우통신을 매입하기 위해 한국의 채권단과접촉한 것말고도, 1999년 태국 중앙 은행과시암 시티 은행인수를 놓고 협상한 적이 있다. 당시 뉴브리지의 주장은 시암 시티 은행의 자산 중 90%가 부실하므로 태국 정부가 이를 인수해야만해당 은행을매입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자태국 중앙 은행은 협상을 중지하고 해당 은행의자산을 다른 은행으로 이전한 뒤 은행 문을 닫아버렸다.벌처 펀드의 시중 은행 경영 실험은 유독 한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제일은행 이사회는 기형적이다. 17명 가운데호리에 행장 한사람만이 상임이고나머지는 모두 사외이사이다. 외환 위기 전 문제가 되었던 것은 은행장의 권한이 지나치게강하고 이사회는 아무런 기능을하지 못한다는점이었다. 하지만 지금 제일은행의 경우는 그 반대이다. 이사회가 뉴브리지측인사 일색이고 이들이 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이들 대부분은은행을 경영한 경험이없다. 뉴브리지측은 정부가주식의결권을 위임함으로써의결권을100% 행사한다. 정부는사외이사 3명에대한선임과 동의 권한을 갖고 있을 뿐이다.

이사회를 통한 견제가 불가능하다면 기존 은행법으로도 가능한 은행장 등 집행임원과 이사의 자질에 대한 당국의 심사를강화해야 할것이다. 필요하다면 은행의공적 목표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은행법 개정도준비해야 할것이다.

중앙 은행을 포함한 금융 당국은 '시중 은행이 신용을 창출하고 결제 제도의핵심을 이룬다'는 이유로 은행을 보호하고또한 감시한다.당국은 시중 은행이 사적 이익을 더 많이 추구할 수 있는비은행 금융기관과는구분되어야한다는 사실을 뉴브리지측에 분명히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 제일은행 이사진
1. 로버트 바넘 : 이사회 의장, 전 American Savings Bank 회장
2. 김철수 : 이사회 부의장, 전 상공부장관
3. 윌프레드 호리에 : 행장, 전 Associate First Capital Corp. 수석부행장
4. 미키 캔터 : 전 미국 상무장관, 전 무역대표부 장관
5. 프랭크 뉴먼 : 전 미국 재무부 차관, 전 Bankers Trust 회장
6. 톰 배럭 : Colony Capital 회장
7. 리처드 블럼 : Blum Capital Partners 회장, 뉴브리지 아시아 공동 회장
8. 데이비드 본더맨 : Texas Pacific Group 창립, 뉴브리지 아시아 공동 회장
9. 대니어 캐럴 : 뉴브리지 아시아 집행이사
10. 마이클 오핸런 : 리먼 브라더스 아시아 지역 금융기관담당
11. 웨이지안 샨 : 뉴브리지 캐피털 아시아본부장
12. 로버트 코언 : Republic National Bank of New York 부회장
13. 조너선 엡스타인 : 나스닥 저팬 이사, 소프트 방크 이사
14. 프랜시스 텡 양 : Skymedia Pte Ltd. 싱가포르 의장
15. 이윤제 : 전 청와대 재경비서관, 김&장 법무법인 고문
16. 오성환 :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전 금감위 자문위원
17. 박승희 : 예금보험공사 이사
15, 16, 17 3명이 한국측 추천 이사, 나머지는 뉴브리지 추천 이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