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00만엔 1년 이자 '동전 4개'
  • 도쿄·채명석 편집위원 ()
  • 승인 2001.03.1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 초저금리 정책으로 재전환…국민들 '은행 선호' 여전

사진설명 일본 은행 창구는 붐빈다 : 모험을 기피하는 많은 일본인들은 '이자가 붙든 말든' 은행을 찾는다.ⓒ시사저널 채명석

일본은행은 지난 2월28일 공정 금리를 0.1% 인하해 연 0.25%로 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8월 일단 '제로 금리 정책'을 해제했으나,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자 다시 '초저금리 정책'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러나 증권 시장은 일본은행의 금리 인하 조처에도 불구하고 지수가 지난 3월1일 거품 경제 붕괴후 최저치인 12600 대로 떨어졌다.

일본은행의 초저금리 정책으로 지금 은행에 돈을 맡기면 보통예금의 경우 연 0.05%, 정기예금의 경우 연 0.1% 이자가 붙는다. 즉 100만 엔을 보통예금으로 1년간 은행에 맡기면 세금을 제하고 100 엔짜리 동전 4개를 이자로 받게 되는 것이다. 은행이 안전하다는 것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이다. 경쟁력 없는 대형·중소 은행은 물론 국책 은행이라던 일본장기신용은행·일본채권은행까지 무더기로 도산하는 시대이다. 더구나 예금 원금이 무조건 보장되는 제도도 곧 폐지될 운명에 처해 있다.

한때 IT(정보기술) 업체 주식 붐을 타고 반짝했던 증시가 다시 침체함에 따라 주식 투자는 물론 주식형 투자신탁에 여유 자금을 예탁하는 것은 큰 모험이다. 예컨대 운용 자산이 8천2백억 엔에 달하는 노무라증권의 '노무라 일본주식 절약 펀드'는 주가가 하락하자 펀드 설정 1년 만에 기준 가격이 3분의 1이나 떨어졌다. IT 주식에 투자해 한때 짭짤한 재미를 보았던 개미 투자가들도 최근 IT 관련 주식이 폭락하자 증권 시장에 환멸을 느끼고 시장을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본인들의 개인 금융 자산 1천2백조 엔은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일본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초저금리·은행 도산 시대를 맞아서도 여전히 은행을 선호한다. 개인 금융 자산의 절반(57%)이 은행이나 우체국에 예·저금 형태로 유입되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예금에 이자가 붙든지 말든지 오로지 은행밖에 모른다'는 비아냥까지 듣는다.

이같은 일본인들의 은행 선호는 국민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일본인들은 모험을 기피하고 근검 절약하는 것을 실생활에서 최고의 미덕으로 생각하고 있다.

'재테크'라는 말을 지어낸 것은 다름 아닌 일본인들이다. 그러나 대다수 일본인들은 최선의 재테크는 '절약'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방의 한 주부가 쓴 <절약 생활 권장>이라는 책이 불티 나게 팔리고 있는 것이 좋은 증거이다. 이 책은 절약이 어둡고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밝고 즐거운 일이라는 점을 되풀이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