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연대 '성공한 실패'
  • 장영희 기자 (jjang@e-sisa.co.kr)
  • 승인 2001.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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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주총 싸움'에서 일정 성과

사진설명 "한판 붙자" : 삼성전자와 참여연대는 3월9일 주총장에서 이재용씨 임원 선임 문제, 전성철·이학수 이사 선임 문제 등을 둘러싸고 7시간30분에 걸쳐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삼성은 표 대결에서 승리했고, 참여연대는 독립적인 사외이사의 중요성을 이슈화하는 데 성공했다. ⓒ시사저널 안희태

달걀로 바위 치기였나. 나라 안팎으로 눈길을 끌었던 삼성전자 주총에서 참여연대는 삼성에 완패했다. 적어도 표대결 양상으로 보면 그렇다. 특히 참여연대는 가장 공들였던 '전성철 이사 선임·이학수 사장 이사 재선임 반대'를 관철하지 못했다. 이런 결과는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주총이 다가오면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주총 의안에 대해 삼성을 지지하는 공시를 다투어 냈다. 주총 자리에서도 참여연대측 주주들은 6백여명의 주주에 둘러싸인 '섬' 같은 존재여서 야유를 받거나 차가운 반응을 느껴야 했다.

참여연대는 표대결 이전부터 재계의 조직적 반발에도 직면했다. 1998년부터 선보인 소액주주운동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전경련 등 경제 5단체가 3월7일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이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공세를 펼친 것이다.

재계의 반발과 표대결 실패에 대한 참여연대의 평가는 어떨까. 장하성 경제민주화위원장은 "경제 5단체의 공격은, 삼성의 하수인 노릇을 하느라고 했겠지만, 재계가 소액주주운동의 확산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라고 자평한다. 전성철 변호사 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도 16.1% 찬성 표는 예상을 훨씬 웃돈 기대 이상의 결과라며 참여연대는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한 투신사의 펀드매니저도 "삼성이 일류 기업이 되려면 1천4백만주가 참여연대를 지지한 사실을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한다"라고 충고한다.

참여연대의 '달걀로 바위 치기'는 바위를 깨뜨리지는 못했지만, 상당한 흠집은 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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