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산업의 거인들④] '리눅스' 공동 개발자
  • 이문환 기자 (lazyfair@e-sisa.co.kr)
  • 승인 2001.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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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누스 토발즈·리처드 스톨만/해커 정신 투철한 MS의 숙적

사진설명 리눅스 개발자 리누스 토발즈. ⓒAFP연합

과묵한 마이크로소프트(MS) 빌 게이츠 회장과 달리 스티브 발머 사장은 '인간 메가폰'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입이 가벼운 편이다. 올해 초 그가 MS의 최대 경쟁자로 지목한 것은 리눅스. 그는 "앞으로 우리에게 가장 위협이 될 존재는 리눅스다"라고 말했다.

MS 최대의 '적'인 리눅스 개발자는 리누스 토발즈(오른쪽 사진). 역설적인 사실 한 가지는, 그가 현재 MS의 공동 창업자 폴 알렌이 투자한 반도체 회사 '트렌스메타' 직원이라는 점이다. 1969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태어난 그는 1997년 트렌스메타에 스카우트되어 미국으로 건너갔다.

리누스 토발즈는 어린 시절 자기가 완전한 멍청이였다고 회고한다. 그는 외출을 꺼렸을 뿐만 아니라 운동이나 이성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가 매료된 것은 컴퓨터였다. 그에게 컴퓨터를 소개한 이는 헬싱키 대학 통계학 교수였던 외할아버지. "컴퓨터를 본 순간 나는 사랑에 빠졌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때가 열한 살이었다.

'리눅스 프로젝트'는 1991년에 시작되었다. 그 해 리누스 토발즈는 '피드백을 원한다'라는 말과 함께 전세계 프로그래머를 상대로 인터넷에 최초의 리눅스 버전 0.01을 발표했다. 그가 리눅스를 개발하기 시작한 이유는 소박했다. 자신의 PC에 설치할 만한 운영 체제(OS)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전문가들 중에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리눅스를 발전시키는 데 관심을 보인 이들이 있었다. 리누스 토발즈가 주로 맡은 것은 세계 각지에 있는 프로그래머들이 리눅스를 개량해 보내오면 그 중 우수한 것을 취합해 정리하는 일종의 '지휘자' 역할이었다. 1991년부터 시작된 전세계적인 협동 작업을 통해 3년 뒤인 1994년 리눅스 버전 1.0이 탄생했다.

사진설명 '자유 소프트웨이 재단'(FSF) 창립자 리처드 스톨만. ⓒ연합뉴스

토발즈가 리눅스의 어머니라면 '자유 소프트웨어 재단'(FSF) 창립자 리처드 스톨만(왼쪽 사진)은 아버지이다. 그는 1950∼1970년대 '해커 정신'의 산실이었던 MIT 연구소 출신. 과학 칼럼니스트 스티븐 레비의 저서 <해커>에 따르면, 당시 해커 정신의 핵심은 두 가지. '컴퓨터 및 세상 운행 원리에 대한 접근은 결코 방해받아서는 안된다'와 '모든 정보는 개방되어야 한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한때 예술과도 같았던 프로그래밍이 점차 이윤을 추구하는 산업으로 전개되면서 스톨만과 같은 해커 정신 신봉자들은 '왕따'가 되었다.

1984년 그는 MIT를 박차고 나와 해커 정신을 대중적으로 실천하는 운동을 폈다. 누구나 자기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수정·보완·배포할 수 있는 컴퓨터 운영 체제를 개발하는 'GNU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리눅스 개발에 필요한 프로그래밍 도구와 같은 '인프라'가 조성되었다.

리누스 토발즈와 리처드 스톨만의 신념은 모두가 협동심을 발휘해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진정한 진보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특허권에 대해서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해악이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이는 1950∼1970년대를 풍미했던 해커들의 믿음이기도 하다. 당시 프로그래머들은 경쟁자를 짓밟으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보를 주며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라고 상대를 격려했다.

그러나 리눅스 프로젝트가 앞으로도 '순수함'을 지킬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1990년대 말 급속히 떠오른 '레드햇' 등 리눅스 관련 신생 기업들은 이미 IBM과 같은 대기업들에 주도권을 내 주었다. MS 역시 리눅스의 발전을 팔짱 낀 채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 조짐이다. 지난 3월14일 스티브 발머 사장은 MS의 인터넷 통합 솔루션 '닷넷'이 리눅스를 지원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컴퓨터 전문가들 중에는 MS의 진의를 의심하는 이들이 많다. 리눅스 사용자들을 닷넷 사용자로 만든 뒤 언젠가 이렇게 말하리라는 것이다. "리눅스 지원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닷넷을 쓰고 싶다면 윈도를 설치하세요." 어쩌면 리눅스는 IT 공룡들 간의 치열한 격전 속에서 훌륭한 '어른'으로 크기도 전에 고사해 버릴 수도 있다.

● 리눅스 :
MS의 '윈도'를 대체할 차세대 운영 체재로 주목되고 있다. 소스 코드가 공개되어 있어 개방성이 높은 데다가 무료로 구할 수 있다. IBM·선 마이크로시스템즈 등 반(反)MS 진영뿐만 아니라 MS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텔로부터도 지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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