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산업의 거인들⑩] '이베이' 맥 휘트먼 사장
  • 이문환 기자 (lazyfair@e-sisa.co.kr)
  • 승인 2001.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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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매업체 '이베이' 맥 휘트먼 사장/
닷컴에 '굴뚝' 박은 여걸



월트 디즈니·P&G·스트라이드 라이트 등 '굴뚝' 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그녀에게 인터넷 기업 사장으로 취임하라는 제안은 탐탁치가 않았다. 당시 장난감 제조업체 하스브로에서 어린이 사업 부문 총책임을 맡고 있었던 맥 휘트먼은, 그래서 헤드헌터의 제안을 이렇게 일축했다. "절대 못갑니다. 남편과 아이들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이름도 없는 인터넷 기업으로 직장을 옮기라고요?" 그러나 헤드헌터는 포기할 줄을 몰랐다. 헤드헌터에게 밉보이기 싫었던 그녀는 결국 한 발짝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와 맥 휘트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베이 창립자인 피에르 오디미어를 만나기 전 그녀는 이베이의 웹사이트에 처음으로 들어가 보았다. 하지만 이베이의 홈페이지를 보는 순간 그녀는 인터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싹 달아났다. 비즈니스를 하는 곳인지 개인 취미를 살리려고 만든 곳인지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베이는 설립자가 특정 사탕 용기를 수집하는 자신의 약혼녀를 위해 취미 삼아 만든 경매 사이트로 출발했는데, 홈페이지에 그 약혼녀의 홈페이지까지 함께 떠 있었다. 한술 더 떠서 창립자가 관심을 두고 있다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홈페이지가 그 아래에 붙어 있었다.


이런 '비상식적인' 경영 행태를 보고서도 1998년 3월 휘트먼이 사장으로 취임한 것은 이베이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았기 때문이다. 이베이가 추구하는 사업 분야인 경매는 인터넷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린 모델이었다. 가상 공간을 통해 물건을 값싸게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친구를 사귈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었다. 개인들의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만 받으면 되므로 아마존 등 다른 전자 상거래 사업과 달리 물류와 재고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장점도 대단했다.


그래서 온라인 배너 광고가 주수입원인 야후·라이코스 등 인터넷 포털 기업이나 물류·재고 비용에 신음하는 아마존 등은 수입원을 넓히기 위해 경매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비록 인터넷 최초의 경매 사업자라는 이점을 누리고 있었지만 이베이에게 이런 '거물'들의 진입은 큰 위협이었다. 또한 방문자 수가 폭증하면서 서비스가 정지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고, 심지어는 인체 장기를 사고 판다는 가짜 경매꾼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자칫 이베이를 좌초하게 할 수 있는 '내우외환'에 시달리면서도 휘트먼은 슬기롭게 대처했다. "전통적인 구경제 기업과 신경제 기업의 경영은 차이가 없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녀는 기본에 충실한 경영을 했다. 다른 인터넷 기업들이 회원 수를 늘리기 위해 물쓰듯 현금을 낭비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지출이 수익을 넘어서지 않게 회사를 보수적으로 운영했다. 또한 '굴뚝' 기업에서 배운 마케팅 기법으로 고객을 철저하게 관리해 이용자 수가 급속하게 불어나면서 나타나는 고객 불만에도 신속하게 대응했다.


"나는 인터넷 벌레에게 심하게 물렸다"


다른 인터넷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은 이베이에게 오히려 '약'이 되었다. 애초 세워둔 계획보다 해외 진출에 더 박차를 가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쟁 업체로부터 자극받아 경매 영역도 티켓·자동차·부동산 등으로 넓히게 되었다. 나스닥 폭락과 실적 부진으로 아마존과 야후가 신음할 때 이베이는 오히려 매출과 이익이 대폭 늘어나는 쾌거를 이루었다. 세계 2백20개국 2천2백만명이 물품을 거래하는 이베이의 지난해 순이익은 4천8백만 달러. 1999년보다 400% 늘어났다.


그러나 이런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베이의 주가는 전성기보다 70% 가까이 폭락했다. 세계 최대 '닷컴'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그녀는 신경제에 대한 자신의 믿음이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로 드러난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베이가 아니었더라도 자신은 '굴뚝' 기업을 나와 인터넷 기업에 입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 3월19일 〈비즈니스 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나는 인터넷 벌레에게 심하게 물린 것이 분명하다."


■ ebay :

1995년 피에르 오디미어가 설립. 사업을 시작한 뒤부터 줄곧 이익을 내온 보기 드문 인터넷 기업으로, 이용자 수가 2천2백만명인 세계 최대 온라인 경매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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