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계 평정한 '이영애 브랜드'
  • 신호철 기자 (eco@e-sisa.co.kr)
  • 승인 2001.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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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이미지 + 경쟁자 부재' 등에 업고 광고계 석권



이영애 광고 출연료 '껑충'













1998년 말 1999년 말 2000년 말 현재
2억원 3억원 4억원 4억5천만원


11월1일 저녁 서울 압구정동 한 매장에서 탤런트 이영애가 LG카드 CF를 촬영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날 남자에게 옷을 선물하는 장면을 찍었다. 이 광고는 이영애가 LG카드 모델로 출연하는 네 번째 CF다.


이영애 시대다. 지금 방영되는 것만 해도 웅진코웨이·삼성전자·KTF·한국통신 등 여섯 회사의 아홉 가지 제품 광고에 이른다. 신기한 것은 'CF로 본 이영애의 하루'라는 유머까지 나올 정도로 광고 출연 횟수가 많은데도 여전히 이영애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이영애의 CF 출연료는 4억5천만원대이다. 광고대행사 웰콤 박영미 차장은 "이영애도 하나의 브랜드다. 지금 그 브랜드에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라고 말했다. 소속사인 에이스타스는 이영애 한 사람이 광고 출연으로 올리는 수입만 한 해 25억원 정도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영애 브랜드'는 과연 25억원 가치를 발휘하는 것일까? 정수기 업체인 웅진 코웨이는 1999년 이영애를 모델로 쓴 이후 매출이 해마다 두 배 이상 올랐다. KTF '드라마'는 광고가 나가는 동안 회원을 50만명이나 확보했다. 이런 매출 증대가 꼭 이영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그녀가 제품 선호도를 높이는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 광고주들의 지적이다.


이영애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리는 쪽은 LG카드다. LG카드 홍보실 여동근 과장은 "이영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제품이 LG카드라는 조사가 있었다. 이영애가 텔레비전에 자주 나온다고 해서 우리가 불리할 것은 없다"라고 말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모델을 탤런트 박은혜로 바꾸기도 했으나 시장 반응이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초 다시 이영애로 교체했다. LG레이디카드 회원은 올해 들어 5백만명을 돌파해 남성 회원 수보다 많아졌다.


'장수'하려면 새로운 이미지 가꿔야


이영애가 CF 퀸으로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은 도시적이면서 깨끗한 이미지를 들 수 있다. 하지만 광고대행사들이 한결같이 덧붙이는 대답은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심은하가 결혼 스캔들로 밀려나면서 '특A급' 여자 모델 기근이 여전하다. 최근 한 광고대행사는 다음 광고에 이영애를 쓰지 말라고 광고주에게 권했다. 그러나 광고주 쪽이 "그럼 누구를 쓴다는 말이냐"라며 교체에 난색을 표명했다고 한다. 이렇게 이영애 같은 빅모델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기간에 분명한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봄날이 가기 전에 수익을 올리려고 중복 출연한다는 우려도 있다. LG생활건강 홍보실 홍준선씨는 "일본 리바이스는 대스타 기무라 다쿠야를 광고에 썼지만, 다쿠야가 똑같은 아이돌 이미지로 다른 광고에 너무 많이 출연하는 바람에 효과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영애가 앞으로 CF 퀸으로 장수하기 위해서는 새 이미지를 가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11월1일 저녁 CF 촬영장에서 이영애는 광고 문구를 수십 번 반복해서 읽었다. "최고라는 건 앞서가는 거죠. 늘 새롭잖아요." 마치 이영애 자신을 향한 다짐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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