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브스쿨의 '아이러브머니' 소동
  • 이문환 기자 (lazyfair@e-sisa.co.kr)
  • 승인 2001.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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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브스쿨 창업자 김영삼씨,
전 대주주 정현철씨 고발 '내막'/동문간 분쟁으로 확산 조짐
지난해 이맘때 '아이러브스쿨'은 닷컴 기업들 중 최고 스타였다. 전국에 동창생 찾기 열풍을 불러일으키면서 입소문과 언론 보도만으로 이 회사가 확보한 회원 수가 현재 9백65만명. 천만에 가까운 숫자도 숫자거니와 이들 중에는 주민등록번호를 허위로 써놓고 가입한 가짜 회원이나 가입하고서 접속하지 않는 불량 회원이 거의 없어 아이러브스쿨은 국내 최강의 커뮤니티 사이트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이 회사는 창업자가 예전 대주주를 사기죄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지분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12월3일 이 회사 창업주 김영삼씨 외 3인은 (주)금양의 대표이사이자 대주주인 정현철씨를 검찰에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해 9월 아이러브스쿨에 대한 금양의 지분율을 34.8%에서 51%로 늘리며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한 정씨는, 창업자들이 갖고 있던 지분 32%를 1백60억원에 사들이고서는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다가가 해외로 도피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금양 명의로 허위 어음을 발행해 창업자들에게 담보로 제공하는 불법 행위도 저질렀다. 정씨와 금양 등 관련사들이 갖고 있던 지분은 지난 11월1일 아이러브스쿨을 인수한 서울이동통신 및 그 관련사들에 대부분 매각된 상태다.


김씨와 정씨의 악연이 시작된 것은 아이러브스쿨이 탄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99년 말부터. 당시 정씨는 금양과 금양 자회사인 J&P 홀딩스를 통해 아이러브스쿨 지분 40%를 10억원에 인수했다. 김씨에 따르면, 정씨는 지분을 인수한 뒤에 아이러브스쿨 경영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돈 욕심 낸 정현철씨가 매각 협상 깼다"


그런데 지난해 5월부터 아이러브스쿨 회원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머지 않아 회원이 천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본 창업자측은 본격적으로 회사에 투자해 사세를 키울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지만, 정씨의 생각은 그와 달랐다. 성장세가 곧 꺾이리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6월부터 김씨는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다녔다. 인수 의사를 보내온 60개 기업 중에서 가장 관심을 보인 곳이 야후 코리아였다. 김씨와 창업자들이 생각했던 아이러브스쿨의 기업 가치는 5백억원. 야후측은 아이러브스쿨을 인수하는 데 그 정도 금액은 비싼 대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뜻이 맞은 양측은 6월 말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협상 초기에 아이러브스쿨 매각에 열성이었던 쪽은 정씨였다고 한다. 10억원으로 인수한 지분 40%를 2백억원에 팔게 되면 무려 2000%에 달하는 투자 수익을 올리는 셈이었다.


그러나 8월 말 야후와 아이러브스쿨 간의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당시 협상팀 소속이었던 야후 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판'을 깬 장본인이 정씨임을 암시했다. 협상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매각 찬성론자였던 정씨가 갑자기 반대론으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정씨는 미국의 한 평가기관에 아이러브스쿨의 기업 가치를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미국측이 보내온 평가 결과에 따르면, 아이러브스쿨의 값어치는 무려 2천억원. '닷컴'에 대한 거품이 완전히 꺼진 요즘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금액이다.


정씨는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이미 금양과 J&P 홀딩스를 통해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했지만 아이러브스쿨을 2천억원짜리 회사로 만들어 더 큰 이익을 내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정씨는 아이러브스쿨에 대한 금양의 지분율을 늘리는 동시에 개인적으로 김영삼씨를 비롯한 창업주들의 주식을 사들이기로 했다. 지난해 9월 정씨는 창업주들에게 2001년 1월과 3월에 대금을 나누어 지급하기로 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아이러브스쿨은 정씨의 기대와 달리 2천억원짜리 회사로 성장하지 못했다. 정씨는 자신의 최측근인 J&P 홀딩스의 실장 김상민씨를 아이러브스쿨 대표이사로 선임한 뒤 갖가지 수익 사업을 벌였지만 큰 이익을 내지 못했다. 게다가 IT 분야가 침체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그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J&P 홀딩스도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결국 자금난에 빠진 정씨는 창업주들에게 아이러브스쿨 주식 인수 대금 지불을 자꾸 미루었다. 애초 2001년 1월과 3월이었던 지급 기일은 2001년 6월로 미루어졌고, 막상 6월이 되어서는 2001년 10월로 연기되었다.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한 정씨는 끝내 자충수를 두었다. 금양의 명의로 50억원짜리 약속어음을 발행해 김씨와 창업주들에게 담보로 제공했는데, 어음에 찍힌 인감이 회사가 공식으로 쓰는 인감과 달랐다. 즉 허위 어음을 담보로 제공한 것이다.


정씨, 창업주측이 어음 돌리자 해외로 도피


2001년 10월 정씨가 돈이 없다는 이유로 또다시 계약을 어기려고 하자 이런 사정을 몰랐던 창업주측은 정씨로부터 받은 어음을 은행에 돌리기로 했다. 그러나 11월1일 창업주들이 은행에 어음을 제시하자 은행측은 어음에 찍힌 인감에 문제가 있다며 돈 지급을 거절했다. 같은 날 정씨는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한국을 떠났다.


창업주들이 정현철씨를 사기죄로 고발하면서 불거진 아이러브스쿨 분쟁은 이제 동문 간의 싸움으로 전개될 조짐이다. 창업주 김영삼씨측은 정씨와 그로부터 아이러브스쿨을 인수한 서울이동통신이 '한통속'이라고 주장한다. 김씨측은 고등학교 동문 관계인 서울이동통신 박 아무개 사장과 정씨가 아이러브스쿨 경영권을 헐값에 인수하려고 공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1월16일 임시 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현 아무개씨에 대해서도 김씨는 법원에 임시주총 부존재 및 대표이사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회사 지분 10%를 갖고 있는 창업주들에게 아무런 고지 없이 임시 주총을 열어 대표이사를 선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브스쿨 대표이사인 현 아무개씨는 김영삼씨와 고등학교 동문이다. 김씨가 언론에 자료를 배포하자 서울이동통신과 아이러브스쿨측도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씨를 비롯한 창업주측이 정씨에게서 돈을 받을 길이 사라지자 서울이동통신 쪽을 자극해 돈을 받아내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동문 찾기로 주가가 오른 인터넷 기업의 지분을 놓고 동문 간에 물고 물리는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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