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서민에게 ‘아파트’ 문 활짝
  • 김희선 (부동산114 상무이사) ()
  • 승인 2002.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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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조처 이후 달라진 부동산 시장 ‘알짜 투자’ 전략



분양권 전매 제한, 무주택 우선 공급제 부활, 오피스텔 선착순 분양 금지, 기준시가 수시 고시…. 정부의 강도 높은 집값 안정 대책이 잇따르자 10년 만에 최대 호황을 누리던 부동산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파트 분양 시장에는 벌써 입지·가격에 따른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고, 뜨겁게 달아오르던 분양권 시장도 주춤거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15일 인근 시세보다 3천만원 가량 싸게 공급된 한 조합 아파트 분양 현장에는 3백10가구 모집에 4천여 명이 몰려들었다. 또 18일부터 청약 신청을 받은 죽전 포스홈타운 아파트는 1순위 청약 결과 1천3백7가구에 1만3천8백83명이 몰려 평균 10.6대 1 경쟁률을 기록하며 모든 평형이 마감되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수도권에서 분양된 다른 아파트는 대거 미분양으로 남아 대조를 이루었다. 성원건설이 경기도 평택시에서 분양한 아파트(4백94 가구)는 1·2순위까지 단 7명이 청약했다. 경기도 광주시에서 세양건설이 분양한 아파트도 청약률이 0.3 대 1에 그쳤다. 안양시에서 분양된 흥화브라운빌 아파트는 소형 평형인데도 청약 경쟁률이 0.4 대 1에 불과했다.


5년 이상 무주택자, 인기 아파트 집중 공략하라


이처럼 아파트 청약 시장은 투기 과열 지구 지정 등을 골자로 한 3·6 조처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분양권 전매 제한 및 무주택 우선 공급제 부활은 무주택자들로 하여금 내집 마련 전략을 수정하게 만들고 있다. 반면 투자 목적의 수요자들은 분양권을 팔아야 할지 사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





정부의 이번 조처로 단기 투자 목적의 투자에는 제동이 걸렸지만, 만 35세 이상으로 5년 이상 집을 소유하지 않은 무주택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내집을 마련할 기회가 크게 늘어났다. 4월부터 1순위 청약권을 갖는 청약통장 가입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발표된 이번 조처는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그야말로 희망의 메시지이다.


5월부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무주택 우선 공급 제도는 투기 과열 지구로 지정된 지역에서 신규 분양되는 전용 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에 대해서는 공급 물량의 절반을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한다. 따라서 무주택 우선 공급 요건을 갖춘 사람은 그만큼 당첨될 확률이 높다. 무주택자는 일반 공급 1순위자와 다른 날짜 또는 같은 날짜에 청약하되 금융기관이 이를 구분해 접수한다. 그런 뒤 무주택 청약자를 먼저 추첨해 당첨자를 확정하고, 무주택 추첨에서 떨어진 사람은 다시 일반 1순위 청약 접수자와 혼합해서 추첨한다. 무주택자는 1회 청약으로 추첨 기회를 두 번 갖는 셈이다.





무주택 우선 공급 자격 조건은 아파트 입주자 모집 공고일 기준으로 이전 5년간 계속 주택을 소유한 사실이 없는 만 35세 이상 세대주이다. 만약 이 기간에 일시적으로 주택을 소유했다면 우선 공급 대상에서 제외되며, 집을 판 시점부터 다시 무주택 기간이 산정된다.


그러나 이 기간에 아파트에 당첨된 후 분양권을 전매했거나, 또는 분양권을 구입했다가 매각한 경우라면 무주택 자격이 계속 유지될 수 있다. 왜냐하면 주택을 소유했다는 것은 잔금을 치른 뒤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마쳤을 때를 말하므로, 단순히 분양만 받았다가 입주 전에 분양권을 팔았다면 무주택자로 계속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무주택 요건을 갖춘 청약자라면 서울 지역을 집중 공략하고,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공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IMF 시절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자 정부는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분양권 전매를 허용했다. 그 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부동산 시장에 수급 불균형 현상이 발생하면서 아파트 분양권에 대한 인기가 급상승했다.


아파트 분양권, 팔 것인가 말 것인가




아파트 분양권은 부동산 상품 중 단기 수익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1~2년간 가장 각광받는 상품 중의 하나로 떠올랐다. 인기 지역 아파트에 당첨되기만 되면 한달 안에 몇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떴다방이 극성을 부리자, 전문 투자자뿐만 아니라 일반인까지도 분양권 전매를 목표로 청약 대열에 참여해 ‘전국민의 떴다방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3·6 부동산 가격 안정 대책 중 가장 강도 높게 추진되는 정책이 바로 분양권에 대한 규제 강화이다. 정부는 분양권 전매를 기대한 가수요로 인해 아파트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이런 가수요를 없애기 위해 중도금을 2회 이상 내고 분양 계약한 지 1년이 넘지 않으면 전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같은 분양권 전매 금지는 분양권 시장 환경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분양 계약 후 1년이 지난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나, 1년 미만 아파트는 거래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 전매 목적의 투자자들이 제도가 시행되기 이전에 서둘러 매물을 내놓게 되면 분양권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관망세가 지배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래량이 감소하고 가격 상승폭 또한 둔화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감만큼 분양권 가격이 하락세로 반전하지는 않고 있다.


서울의 인기 지역은 택지가 부족해 신규 공급 물량이 많지 않은 반면 수요층이 두터워 분양권 가격 하락을 저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공급가가 높았던 아파트나 프리미엄에 거품이 많았던 아파트들은 소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아파트 분양권을 소유한 사람은 지금부터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분양권의 상품 가치와 자신의 자금력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분양한 지 1년이 안된 아파트의 분양권을 보유하고 있다면 우선 입주 때까지, 또는 분양권 전매가 허용되는 1년 이상 중도금을 지불할 자금력이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계약금만 내고 전매하려던 단기 투자자라면 매각 시점을 탐색해볼 필요가 있다. 무리하게 대출받아 중도금을 지불할 경우 이자 부담금 이상으로 분양권 값이 오르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양 계약 후 1년이 이미 지나 전매 제한을 받지 않는 아파트 분양권이라면 이번 조처에서 제외되므로 매각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분양 후 1년 이상 된 아파트 분양권은 그동안 분양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공급가가 싸서 더 상승할 여지가 있는 곳도 있다. 안전한 거래를 위해 수요가 집중되면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 또한 있다.


분양권 시장은 비인기 지역과 인기 지역 간의 차별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인기 지역의 경우 예상보다 투자 기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인기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분양가가 높거나 입지 환경이 좋지 않으면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곤란을 겪을 수 있다. 즉 아파트 자체의 상품성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더 이상 ‘묻지마 투자’로는 투자 수익과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한다. 따라서 무리한 투자보다 자신의 자금 여력과 투자 기간을 고려한 신중한 청약 자세가 필요하다.


오피스텔 인기, 언제까지 갈까


서울시의 용적률 축소와 선착순 분양 규제 등 오피스텔을 둘러싼 시장 상황 역시 급변하고 있다. 늦어도 5월 중에는 서울 지역에서 오피스텔 용적률이 지금의 800%에서 500%로 대폭 축소될 전망이고, 관련 법규가 개정 완료되는 6월부터는 오피스텔 선착순 분양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피스텔은 소형 주택이 부족한 상황에서 저금리가 지속되자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자에게 인기를 얻어 왔다. 하지만 선착순 분양 방식을 통해 분양 초반에 인기몰이를 하는 마케팅 전략 때문에 투자자가 객관적인 청약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곤 했다. 선착순 분양 금지는 오피스텔을 분양할 때 청약 신청 현황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과대 포장’된 분위기에 편승한 투자를 피할 수 있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용적률 강화는 분양가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오피스텔 공급자를 규제하는 정책이 발표된 후 관련법이 개정되기 전에 서둘러 분양에 나서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오피스텔에 대한 투자는 더욱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오피스텔 과잉 공급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올 3월 한달 동안만 해도 5천7백실이 공급되었거나 분양을 앞두고 있다. 3월에 공급된 서울 2차 동시 분양 아파트가 2천3백여 가구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물량이다.


물량이 일제히 쏟아져 나오면서 건설 회사들의 분양 판촉 경쟁 또한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오피스텔 투자자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하는 우를 범하기 전에 지역별 오피스텔 공급 정보를 꼼꼼히 수집해야 한다. 최근 1~2년간 분양된 오피스텔은 대부분 공사 중이기 때문에 얼마나 공급되었는지 일반인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의 부동산 정보 제공 사이트 등을 통해 정보 수집에 품을 팔아야만 손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처럼 투자에도 자신의 조건과 시장 상황에 대한 정보를 먼저 점검하는 기본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분양권 전매 금지 대상인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조급한 마음으로 급하게 매물을 처분하기보다 장기 투자에 대비한 자금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 분양권 매입을 검토하는 투자자라면 달라진 환경에서 틈새 찾기에 열중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수도권 지역은 투기 과열 지구에서 제외되었으므로 서울 외곽 지역의 신규 분양에 도전하면 분양권 전매 금지 규제를 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도의 틈새를 찾는 단기 대응 전략보다 중장기적으로 투자 가치가 있는 우량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투자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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