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셔널벤처스 뒤에 이명박 있었다?
  • 신호철 (eco@sisapress.com)
  • 승인 2002.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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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장 김경준씨와 밀접한 관계…“김씨가 운영한 BBK 회장으로도 재임”
'개보다도 못한 놈들’ ‘내 돈을 돌려달라’. 코스닥 기업 옵셔널벤처스의 게시판에는 분노의 목소리가 넘쳐나고 있다. 3월29일 만난 소액 주주 이상현씨(가명)는 4억원을 옵셔널벤처스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올라온 그는 지금 봉천동 여관방을 전전하면서 중소기업청·검찰 등에 탄원을 하고 있다.





옵셔널벤처스 사기극은 코스닥 역사상 전무후무할 정도로 엽기적이다. 코스닥 공시를 여러 차례 거부하더니 급기야 경영진이 야반 도주해 미국으로 사라졌다. 거기에 주가 조작, 유령 회사 투자, 외화 유출 등 각종 비리가 총망라되어 있다. 여기에 빠지지 않는 메뉴가 하나 더 등장했다. 유력 정치인이다.


경영진이 야반 도주하기 전까지 옵셔널벤처스는 서울 삼성동 코스모타워 8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자리는 전 한나라당 의원 이명박씨가 운영하던 이뱅크증권이 있었던 자리다. 이뱅크증권이 사업을 청산하고 사무실을 비운 것이 지난해 6월 말이다. 옵셔널벤처스가 코스모타워 8층에 본점을 냈다고 등록한 것이 지난해 4월27일이었다. 단순히 자리만 겹치는 것이 아니다.


이뱅크증권 출입자 명단과 옵셔널벤처스 직원 명단도 겹친다. 야반 도주 직전 옵셔널벤처스 직원 14명과 이뱅크증권 출입카드 명단 20명 중 겹치는 사람이 9명이다. 옵셔널벤처스 대표이사였던 김경준씨는 이뱅크증권 이사였다. 그는 옵셔널벤처스 사기극의 핵심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이뱅크증권 직원이 옵셔널벤처스 직원이 되면서 급여도 변하지 않았고 직급도 변하지 않았다. 이런 정황 때문에 소액 주주들은 옵셔널벤처스를 이뱅크 증권의 후신으로 보고 있다.


이뱅크증권은 이명박씨가 2000년에 세운 벤처 회사다. 그 해 10월 금감원이 증권업 예비 허가를 내자 각 언론이 앞다투어 그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내 보냈다. 당시 이명박씨는 “2001년 초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갈 것이다. 첫해부터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이뱅크증권은 1년이 못되어 문을 닫았다. 그 자리를 옵셔널벤처스가 이어받은 것이다.


출입자 명단이 겹치는 것에 대해 이명박씨측은 “이뱅크증권 출입카드를 가진 직원들은 대부분 BBK 직원들이다”라고 설명한다. 코스모타워 8층의 한 켠에는 실제 BBK라는 투자자문회사가 있었다. 이뱅크증권은 코스모타워측과 8층 전체를 임대 계약했는데, 그 중 일부를 BBK에게 떼어주었다는 것이다.


BBK라는 회사 역시 이명박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BBK는 김경준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투자 회사이나 실제로는 이명박씨가 회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회사 카탈로그에는 ‘회장 이명박’이라고 나와 있었다. 2001년 10월 반도체 기업인 ㅅ사가 이명박씨와 BBK를 함께 고소한 뒤로 둘 간의 특별한 관계가 세간에 알려졌다. 고소 이유는 BBK가 투자금 30억원을 돌려주지 않았기 때문인데, ㅅ사는 이명박씨를 함께 고소한 이유를 ‘그가 BBK의 회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명박씨, 인터뷰에서 “BBK는 내가 창업” 밝혀


옵셔널벤처스 사건이 터지고, 옵셔널벤처스-BBK-이뱅크증권의 삼각 관계가 의혹을 사자 이명박씨측은 “이씨는 옵셔널벤처스뿐만 아니라 BBK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대주주도 아니고 임원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은 자기 말을 뒤집는 것이었다. 2000년 10월6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명박씨는 “올초 LK이뱅크와 자산관리회사인 BBK를 창업한 바 있다. 이뱅크증권은 이 두 회사를 이용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해 10월14일자 <중앙일보> 기사에는 ‘이명박씨는 LK이뱅크와 BBK의 대주주이며 경영에도 관여하고 있다’라고 나와 있다. 2000년 11월8일자 <일요신문> 인터뷰에서도 이씨는 자기가 BBK를 세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씨측은 “이 3건의 기사는 오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사에 대해 정정을 요구한 적은 없다.


ㅅ사측은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이명박씨와 BBK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2000년 9월 ㅅ사 직원은 삼성생명 17층에 있는 BBK 사무실을 찾아갔다. 당시 이명박씨가 회장실이라는 곳에서 나왔고, 그들은 식당으로 갔다, 이명박씨는 식사 자리에서 “내가 대주주다. 나를 믿고 투자하라”고 말했다. ㅅ사는 이명박씨를 믿고 50억원을 투자했다. ㅅ사 관계자는 “무턱대고 유명 인사를 믿었던 것도 잘못이지만, 이명박씨 정도면 믿을 만했다”라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이명박씨측은 식사를 한 일은 있으나 대주주라고 말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명박씨는 “카탈로그에 내 사진을 쓴 것은 몰랐다. 허락 없이 쓰는 걸 어찌하겠느냐”라고 말했다. 2001년 1월까지 이뱅크증권과 BBK는 삼성생명 17층을 같이 쓰고 있었다. 등기부 등본상 주소가 같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당연히 BBK 회장이 이명박씨라고 생각할 만했다. 이들은 2001년 1월 겨울 코스모타워 8층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역시 등기부 등본상 주소가 같다.


이뱅크증권과 BBK를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기는 힘들다. 이뱅크증권 사장이었던 김백준씨는 “이뱅크증권에는 직원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BBK 직원들이 겹쳐서 일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명박씨는 코스모타워 8층에 입주하기 며칠 전 현장 답사를 왔었는데, 이 때 그를 수행했던 허민회씨는 이뱅크증권 이사이자 BBK 이사를 겸하고 있었다. 옵셔널벤처스의 한 직원은 “이뱅크증권·BBK·옵셔널벤처스 세 회사 사이에 구분은 모호했다”라고 말했다. 이뱅크증권이 8층에서 철수한 것이 6월인데, 지하 매점에는 이미 4월30일에 옵셔널밴처스 이름으로 물건을 산 기록이 있다.


이명박씨와 김경준씨는 친밀한 사업 파트너였다. 이들의 사업 구상은 거창했다. 이뱅크증권 사장 김백준씨에 따르면, 두 사람은 LK이뱅크라는 회사를 지주 회사로 하고, 그 밑에 하위 파트너로 이뱅크증권·BBK·하나은행·자동차 보험사 등을 엮는 거대한 사이버 금융 거래 네트워크를 구상했다고 한다. LK이뱅크에서 L과 K는 각각 이명박과 김경준을 뜻한다.


김경준씨의 BBK는 금감원 조사를 받아 지난해 4월 등록을 취소당했다. 징계 사유는 문서변조와 공금 유용 등이었다. 김경준씨는 다시 한번 ‘잔머리’를 굴렸다. 금감원 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다시 금감원 감독을 받는 투자자문회사를 차릴 수는 없었다. 그는 BBK가 금감원 조사를 받고 있을 때, 코스닥 기업인 광은창투를 인수했다. 코스닥 벤처투자기업은 중소기업청 감독을 받게 되어 있다. 지난해 4월27일 그는 광은창투의 대표이사가 되어 회사 이름을 옵셔널벤처스로 바꾸었다.


김백준씨는 “설사 이명박씨가 BBK와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옵셔널벤처스까지 연결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명박씨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BBK가 금감원 등록이 취소되는 바람에 원대했던 사이버 금융 거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다. 2001년 5월 이후에 이명박씨가 김경준씨와 관계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옵셔널벤처스를 수사하는 형사9부는 정치권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설사 이명박씨가 김경준씨에게 농락당한 피해자라고 하더라도 문제는 있다. 이름을 팔도록 방치해 소액 투자자를 혼란에 빠뜨린 책임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이씨에게 답변을 들으려 했으나 서울시장 선거 준비로 바빠 인터뷰할 수 없다는 답변을 대변인으로부터 들었다.


옵셔널벤처스 사기 사건 개요




하도 게이트가 난무하는 세상이어서 웬만한 벤처 비리는 놀랍지도 않다. 그럼에도 옵셔널 벤처스 사기극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외국 자본을 맹신하는 한국 증권가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기 때문이다.


2001년 11월만 해도 옵셔널벤처스는 코스닥에서 잘 나가는 종목이었다. 한 경제 신문은 이 회사 주식을 지점장 추천 종목으로 올렸다. 외국인이 주식을 대량으로 가지고 있는 데다 이사진도 모두 외국인이라는 점이 매력이었다. 한 소액 투자자는 객장 상담 직원이 “이거 비밀인데요. 옵셔널 주식이 폭등할 겁니다”라고 속삭이는 말에 혹해 주식을 샀다고 말했다.
2002년 3월 초 옵셔널벤처스가 투자한 미국 회사 8개가 유령 회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3월7일 코스닥에서 거래가 중단되었고 곧이어 예금 계좌가 동결되었다.


옵셔널벤처스는 의문투성이 회사다. 이 회사에 출자한 외국 자본도 유령 자본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다. 이사회를 운영했던 외국인 이사들의 실체도 의문이다. 공시 자료에는 이들이 꼬박꼬박 코스모타워 8층에 모여서 이사회를 연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인근 회사 직원들은 외국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이사회 날이 다가오면 직원들은 코스모타워 지하 1층 도장 가게에 가서 외국인 이사들 도장 제작을 의뢰했다.


정확한 피해액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증자 금액과 허위 투자액 1백80억원을 합치면 피해 액수가 천억원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검찰은 진상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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