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대물림에 나이 제한 있으랴
  • 장영희 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2.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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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미성년 자손 소유 주식 1천6백억원…두 살짜리 갑부도
한국 재벌가에서는 아이들도 주식을 꽤 많이 갖고 있다. 심지어 LG그룹 주주 가운데는 10억원대 주식을 가진 두 살짜리도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 정형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7월 말 현재 재벌가 미성년(20세 미만) 자손들이 소유한 주식은 1천8백34만주, 1천6백26억원어치에 달한다. 10억원 이상 보유자도 44명이다. 2000년 9월과 비교할 때 시가 총액이 194%나 늘었다.





두산그룹·대한항공·동양그룹·영풍 등이 10대에게 주식을 물려주는 데 열심인 축에 들었다. 하지만 미성년 주주가 30명에 육박하는 LG그룹에는 명함을 내밀기 어려웠다.
55년째 동업 체제를 유지해온 LG그룹의 능성 구씨와 김해 허씨 가문은 한국의 대표적 ‘다산’ 재벌가이다. 창업자인 고 구인회 회장은 6형제 중의 장남이었고 슬하에 6남4녀를 두었다. 구인회 회장의 장남인 구자경 명예회장의 자녀는 3남2녀.


허씨 가문도 만만치 않다. 창업자인 고 허만정씨(구인회 회장 장인의 6촌 형제)는 8남을 두었다. 지난 7월29일 타계한 허준구 회장은 허만정씨의 3남. 현재 허씨가의 정점에 있는 허창수 LG건설 회장은 장남인데, 남동생이 넷 있다.


주주 지분 변동 분석 업체인 에퀴터블에 따르면, 구·허 씨 주주가 100여 명에 이르며 같은 성씨가 아닌 가족까지 포함하면 무려 1백5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자료에 거론된 LG의 미성년 주주들은 3세대인 구본무 회장과 허창수 회장의 직계 및 방계 가족 자식들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정확히 누가 누구의 자녀인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LG측은 물론 자료를 내놓은 금감원조차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돌림자의 공통점은 있었다. 구본무 회장 형제들의 아들은 이름 끝자가 ‘모’자 돌림이고 딸은 중간자가 ‘연’자 돌림인 것이 특징. 허창수 회장과 그 동생들의 아들은 이름 끝자가 ‘홍’자 돌림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산’ 재벌 LG그룹, 미성년 주주 20여 명


구본무 회장은 두 딸을 두었다. 미성년자는 아니지만, 큰 딸인 연경씨(24)는 9월13일 현재 주식을 4백45억원어치 갖고 있는 개인 순위 80위의 재력가이다. 13.48% 지분을 갖고 있는 LG애드를 비롯해 0.1∼0.2% 가량의 카드, 전자, 투자증권, LGCI, LGEI 등의 주식을 갖고 있다. 작은 딸은 겨우 여섯 살이지만, LG투자증권 등 21억원어치 주식 보유자.


구회장의 둘째 동생으로, 구씨 집안 가운데 2인자로 떠오른 구본준 LG필립스LCD 사장(첫째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일찌감치 LG에서 떨어져 나갔다) 아들인 광모씨(24)는 1백50억원어치 주식(282위)을 갖고 있다. 성년을 넘긴 딸 연서씨가 보유한 주식은 LG투자증권 4억6천만원어치.


허창수 회장은 성년에 이른 1녀1남을 두었다. 딸 윤영씨(26)는 주식을 1백38억원어치 보유해 개인 순위 301위. 아들인 윤홍씨(23)가 가진 주식의 시가 총액은 1백45억원, 289위이다. 두 사람은 지난 4월 상장한 LG카드 주식을 각각 18만2천주, 22만9천주씩 받아 부자가 되었다.


LG 미성년 주주 가운데 9월13일 현재 최고 부자는 허창수 회장 네 동생 가운데 한 사람의 아들로 보이는 허○홍군(19). 9월13일 현재 주식 59억원어치를 갖고 있다. 허군 역시 지난 4월 상장된 LG카드 주식 12만주를 물려받았다. 두 번째 부자 역시 열아홉 살인 홍자 돌림. 역시 LG카드 주식 10만4천주 덕에 현재 50억원대 부자가 되었다.


LG 오너들은 법규를 위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가가 쌀 때 많이 물려주어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려 했던 의도는 역력하다. 그렇지 않다면 두 살짜리에게까지 서둘러 주식을 물려주는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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