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르노삼성 “우리가 최고”
  • 신호철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2.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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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중형차 시장 놓고 혈투…아반떼XD는 공간 넓고 SM3는 연비 좋아



"원래 2분에 1대씩 출고되던 라인이었죠. SM3 출시 이후에는 1분에 1대씩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수요를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부산 신호공단 르노삼성자동차 공장 견학 라인을 안내하던 홍기웅씨가 출고량 전광판을 보며 말했다. SM3와 SM5가 한 라인 위에 교대로 놓여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조립되고 있었다. 그는 이제 공장 확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SM3는 예약이 밀려 있어서 지금 신청하면 2003년 1월에나 신차를 받을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준중형차(1500∼1800cc) 시장은 아반떼XD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발간하는 자동차회보에 따르면 아반떼XD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6만2천3백89대(국내)를 팔았다. 소형차 전체의 38%이다. 스펙트라를 비롯한 준중형차만 따로 놓고 보면 현대자동차는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했다. 그런데 9월2일 르노삼성이 SM3를 출시하면서 시장 구도가 변하고 있다.


SM3, 9월에 준중형차 시장 31% 차지


9월 한 달간 SM3는 4천7백8대가 팔려 아반떼XD 판매량 7천8백55대에 밀렸다. 하지만 아반떼XD 몫의 상당량이 SM3에 돌아간 것은 사실이다. 10월15일 SM3를 구입한 김종구씨(30·카피라이터)는 “원래 아반떼XD를 살 계획이었는데 SM3가 나온다는 말을 듣고 기다렸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반떼는 너무 흔한 차라는 생각이 들어 SM3를 샀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자동차 하태응 차장은 “9월 한 달 동안 SM3가 준중형차 시장의 31%를 점유한 것으로 본다. 원래 목표가 3천5백대였는데 천대나 더 많이 팔았다. SM5처럼 SM3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팔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SM3가 등장함으로써 일선 영업맨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0월19일 서울 중구 르노삼성자동차 영업지점에 서울지역 본부장을 비롯해 8개 지점장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난주 영업지점이 이전해 온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르노삼성 지점장들은 “경쟁사에서 자꾸 DC(할인) 전략으로 나오는 것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SM3가 출시된 이후 유난히 영업 창구에서 할인 판매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SM5 한 대를 팔 때마다 33만원, SM3는 27만원씩 수당을 받는다는 박현정씨는 “경쟁사에서 30만원 이상까지 할인하는 경우도 있다. 같은 수준의 에누리를 요구하는 고객이 많아져 참 난처하다”라고 말했다.


실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현대자동차 영업점(비직영점) 직원은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20만원까지 할인해 줄 수 있다고 제의했다. 그는 “SM3 때문이 아니라 원래 영업사원 재량으로 할인하던 것이다. SM3는 특별히 경쟁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SM3 붐에 대해서는 “신차가 나오면 어떤 차든지 그 정도 수요는 있기 마련이다. 차의 실속보다는 삼성이라는 브랜드 덕을 보는 효과도 있다”라고 고객에게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수리점은 동네마다 있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본사 차원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올 봄부터 현대자동차는 카드를 만들면 50만원을 할인해 주는 M카드 할부 서비스를 내놓았다. 한편 르노삼성 쪽에서는 9월부터 차값의 절반을 3년 후에 지불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르노삼성은 영업 직원 차원의 할인 판매를 금하고 있으나 본사에서 선탠 무료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추석 때는 전 영업점의 견본용 SM3(1백13대)를 귀향객에게 대여하는 이벤트도 벌였다. 현재 아반떼XD와 SM3의 가격은 1천1백만원대에서 다투고 있다.


경쟁 와중에 SM3와 아반떼XD 비교 시승회가 열린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시승회란 공개적인 자리에서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각 영업점 차원에서 SM3를 빌려 매장에 비치하는 것을 말한다고 밝혔다. 아직 현대자동차 영업점 고객이 SM3를 시승한 사례는 없지만, 직원들이 교육 차원에서 시승하는 경우는 많다. 현대자동차 종로지점 김상돈 과장은 10월12일부터 15일까지 SM3를 렌트해 시승해 보았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편준엽씨는 “상대 제품을 알아야 우리 상품을 팔 수 있다는 생각에서 SM3의 사양·가격 등을 열심히 공부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건널목 건너에 있는 르노삼성 매장에 손님을 가장하고 찾아가 시승해 보기도 했다.


“내년 1월쯤에 승부 판가름 난다”


SM3와 아반떼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어떨까. 결론을 말하자면 ‘SM3=연비’, ‘아반떼=넓은 공간’으로 요약된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안주현씨(33·가명)는 한 달 전까지 아반떼XD를 살지 SM3를 살지 고민을 거듭했다. 자신은 연비가 높은 SM3를 사고 싶었지만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타기 힘들다며 아반떼XD를 사라고 권했다.

SM3는 뒷좌석이 다소 좁아 내릴 때 다리가 걸린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둘러싼 부부 논쟁은 그가 SM3를 계약하면서 막을 내렸다. “SM3로 1년만 차를 몰면 한 달치 기름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게다가 현대차는 너무 빨리 디자인이 바뀌어서 내 차가 금방 구식이 되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12월24일 신차를 인수할 계획이다.


반면에 김기연씨(34)는 아반떼XD 옹호자다. 구형 엘란트라를 몰던 그는 서울 각 영업지점을 돌아다니며 여러 차를 비교 시승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SM3의 뒷모양이 촌스럽고 머플러 폭이 너무 좁다. 세피아급처럼 느껴진다. 아무래도 아반떼XD로 굳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SM3가 연비가 높은 것은 차가 작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반테XD는 SM3에 비해 공간이 4∼5cm 넓고 가격이 30만원 가량 싸다. 반면 SM3는 연비가 1ℓ당 12km로 아반떼XD보다 1∼2km 더 멀리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대자동차 홍보실은 “우리는 2003년 아반떼XD 새 기종 출시 준비에 전력을 쏟고 있기 때문에 지금 두 차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자동차 하태응 차장도 “내년 1월쯤 되면 시장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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