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게 소비해야 특별한 대접 받는다
  • 장동인 (sas korea 부사장) ()
  • 승인 2002.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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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M 홍수 시대, 기업과 고객의 관계


요즈음, 고객을 위한 기업들의 마케팅 행사가 무척 많아졌다. 자세히 보면 일반적인 마케팅 행사가 아니라, 우수 고객 초청 음악회, 우수 고객을 위한 발렛 파킹 제도, 우수 고객을 위한 금융 서비스 등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한 행사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정기적으로 구매했던 시점을 자동 통보해준다든가, 할인 쿠폰을 우송해주는 서비스, 불친절한 일이 발생하면 1만원을 적립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이제는 기업이 고객을 나이·성별·기호·취향과 과거에 구매한 상품 종류에 따라서 다르게 관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객 관리 기법 및 IT 시스템을 일컬어서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고객 관계 관리)이라고 한다.


이 시대의 고객은 과거의 고객과 다르다. 고객은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상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먼저 입수하고 나서 영업 사원을 만나거나 콜센터 직원들과 통화한다. 대부분의 경우, 영업 사원이나 콜센터 직원은 이 똑똑한 고객을 모시느라 진땀을 흘리게 마련이다. 기업마다 과거와 완전히 달라진 고객과 상담하기 위해서 이전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CRM 시스템도 훨씬 다양해지게 되었다.


기업에서 CRM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객 데이터와 그 고객이 과거에 구매한 상품 데이터를 수집한다. 현금 구매 데이터는 없지만, 보너스 카드 구매 이력은 데이터로 남는다. 기업은 바로 이 데이터를 분석한다. 보너스 카드의 구매 금액, 구매 상품 종류, 구매 빈도, 나이, 성별, 매장 위치 등 다양한 변수를 사용해 고객을 분류하는데, 이를 고객 세분화(segmentation)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전체 고객을 최우수 고객·우수 고객· 일반 고객·불량 고객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구매 상품을 종류 별로, 나이·결혼 유무·직업 등으로 나누고, 신혼 부부, 유아를 키우는 부부, 부모와 같이 사는 부부 별로 더욱 세분화하기도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각 그룹의 관심도, 구매 상품 종류, 구매 금액 등이 천차만별이고, 그에 따른 마케팅 기법 역시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유통·통신 업종에서 먼저 도입


고객을 세분화한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대체적으로 상위 20% 고객이 전체 매출액의 80%를 차지하게 되는데, 이는 산업 별로 조금씩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금융업은 약 5:95(상위 5% 고객이 전체 매출의 95%), 유통업은 25:75, 통신업은 30:70 정도이다. 따라서 우수 고객의 매출 기여도가 많은 금융·백화점·통신 업종 순으로 우수 고객 관리가 매우 중요해진다. 실제로 CRM을 우선적으로 도입한 업종이 금융·유통·통신이다.


기업은 고객을 세분화해 그 결과를 차별적으로 캠페인에 활용한다. 예를 들어 우수 고객에게 좀더 많은 이득을 주는 마케팅 기법을 구사하는 것을 로열티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이것은 우수 고객으로 하여금 경쟁사로 가지 않고 자기 회사 제품을 좀더 많이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뿐만 아니라 CRM은 경쟁사로 이탈할 고객을 미리 파악해, 그럴 가능성이 있는 고객에 대해 특별 마케팅을 하기도 한다.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방문 횟수가 매우 적다든지, 카드 고객처럼 해지는 하지 않지만 갑자기 사용 금액이 뚝 떨어지는 현상을 데이터로 잡아내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이라는 기법을 사용해 이탈 가능성이 있는 고객을 파악한다. 기업은 이러한 고객을 위해서 좀더 좋은 고객 유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를 이탈 방지 프로그램(churn program)이라고 한다.


요즘처럼 연체자가 많은 경우에는 연체자의 일반적인 특성을 데이터로 파악해 데이터 마이닝 기법을 활용하여 연체 가능성이 있는 고객 명단을 만들어 특별 관리를 하기도 한다.
한 기업이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모두 해줄 수 없을 경우에는 여러 회사가 모여서 공동 마케팅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이러한 예는 TTL·오케이 캐쉬백·모네타 카드 등 무수히 많다. 공동 마케팅 프로그램을 잘 비교해 보면 마일리지 포인트 누적 방식, 할인율, 포인트 적립시 사용 방법이 모두 같지 않다. 기업에 따라서는 경쟁 회사가 하니 우리도 하는 척하는 회사들이 많다. 따라서 이런 기업이 하는 포인트 카드 제도는 누적 점수도 상대적으로 적어서 소비자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CRM 시대를 살아가는 똑똑한 고객의 모습은 단순히 인터넷을 통해서 상품 정보만을 비교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고객 관리를 어떻게 하는가를 서로 비교해 가면서 좋은 프로그램을 가진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물론 모든 고객이 CRM의 결과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CRM을 통해 판촉물이나, 자료·전화·e메일 등을 받는 것이 매우 불쾌한 고객은 보너스 카드를 신청해서 사용하면 안된다. 그리고 e메일·집 주소·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신상에 관한 데이터를 기업에게 알려야 할 경우, 그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주의해서 판단해야 한다.


주거래 은행 정해 신용카드 하나만 사용해야


그러나 각종 마케팅 프로그램의 포인트나 할인, 우대 금리 등을 받고 싶은 고객은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 먼저 주거래 은행에 카드를 신청해 하나의 신용카드만을 사용한다. 앞으로 한국의 금융기관은 모두 CRM을 도입할 것이므로, 우수 고객에 대한 프로그램을 틀림없이 강화할 것이다. 따라서 모든 금융 거래를 주거래 은행으로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


자신의 우수 고객 점수도 정기 점검해야 한다. 금융기관마다 다르지만, 무조건 예금만 많이 한다고 우수 고객 점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우수 고객 점수를 올리기 위한 필요한 요소들을 금융기관에 물어보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자신의 소비 활동을 잘 생각해서 공동 마케팅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곳이나, 주 거래은행과 연결된 카드 회사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앞으로의 세상은 CRM 세상이다. CRM은 기업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만이 아니라, 소비자가 고객으로서 정당하게 대접받기 위해서도 기업이 CRM을 어떻게 하는지 잘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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