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비리 킬러’ 형사9부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3.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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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경제 사건 ‘척척’…최회장 구속으로 진가 드러내



SK 최태원 회장을 구속한 서울지검 형사9부(이인규 부장검사)가 재벌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형사9부는 금융·증권 관련 비리를 전담하는 경제 특수부.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각종 게이트 사건 등 금융 비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금융 관련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2001년 6월 신설되었다.
형사9부가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여름. 금감원 고발 사건 위주로 수사해 오던 형사9부는 이인규 부장검사가 취임한 지난해 8월 이후 독자적인 인지 수사 쪽으로 방향을 틀어 전공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 사채업자 반재봉씨, 새롬기술 오상수 전 사장, 거평그룹 나승렬 전 회장, 프리첼 전재완 사장, 모디아 김도현 대표 등 거물들이 줄줄이 그물에 걸려들었다.


형사9부는 SK 수사를 통해 진가를 발휘했다. 대어를 낚다 보니 많은 고비가 있었다. 임원들은 최회장의 개입을 부인했고, 최태원 회장의 서명이나 도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완벽한 증거를 제시해 최회장과 SK의 기를 죽였다. 영장 전담 판사가 증거 인멸 우려는 구속 영장 발부 사유에 넣지 않았을 정도로 형사9부가 제시한 증거는 짜임새가 있었다. 이인규 부장검사는 “관행과 형평성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며 들어오는 압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회장까지 올라가는 보고 라인에서 꼬리를 자르려는 임원들이 필사적으로 육탄 방어를 펼쳤다”라고 말했다.


전광 석화 같은 압수 수색은 단연 압권이었다. SK측은 ‘비상시 행동 대응 절차 및 보안 강화 계획’이라는 지침까지 내렸지만, 수사팀은 불과 3분 만에 회장실과 구조조정본부를 접수했다. 형사9부는 SK 직원들의 저항과 문서 파쇄 행위를 막으려고 비디오 카메라를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혹시라도 불거질 수 있는 잡음에 대비한 것이다. SK에 대한 압수 수색 이후 다른 재벌 구조조정본부들은 서류를 옮기느라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전국 지검장 회의에서 ‘형사9부를 배우라’는 말이 자주 나올 정도로 형사9부는 드림팀으로 알려졌다. 형사9부는 서울지검 2차장검사 밑에 이인규 부장검사와 차동언 부부장검사, 평검사 4명 등 검사 6명이 포진해 있다.
지난해 8월 법무부 검찰국에서 형사9부로 자리를 옮긴 이인규 부장검사는 인화력과 수사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동언 부부장검사는 주식회사 만여 개가 연루된 3조원대의 가장 납입 사건을 파헤쳐 명동 최대의 사채업자로 알려진 반재봉씨를 구속해 스타로 떠올랐다.


이석환 검사는 주식 시장이 벌벌 떠는 강펀치의 소유자다. 구속은 면할 것이라고 믿던 SK 임직원들도 최태원 회장이 이석환 검사 책상 앞에 앉아 있다는 말을 듣자 체념했을 만큼 강성으로 알려져 있다. 양호산 검사는 오랫동안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던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을 자금 편법 조달 혐의로 간단히 구속해 이름을 날렸다. 한동훈 검사는 회계 비리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주가 조작을 직접 지휘한 ㄷ경제연구소 애널리스트를 구속하기도 했다. 애널리스트가 구속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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