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쏘나타, 월드카 향해 ‘발진’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2004.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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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합금 ‘세타 엔진’ 탑재…캠리·어코드와 경쟁
5세대 쏘나타(코드명 NF)가 베일을 벗었다. 지난 9월1일 출시된 신형 쏘나타는 현대자동차(현대차)가 3년 10개월에 걸쳐 2천9백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중형 세단이다. 신형 쏘나타는 4세대 EF쏘나타와는 완전히 다른 차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에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든 엔진 블록을 사상 처음으로 탑재했고, 고급차에 들어갔던 안전장치와 편의장치를 대거 채택했다. 현대차가 쏘나타의 경쟁 차종으로 언급한 차는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울티마.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종들이다.

신형 쏘나타는 현대차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현대차는 ‘자동차산업의 메카’ 미국 시장에서 한 해 40만~50만대씩 팔리는 모델을 갖기 위해 심사숙고해 왔다. 2~3년 전 기획실 임직원이 주축이 되어 검토한 ‘월드카’ 프로젝트가 대표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우수한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인재를 총동원하고 개발 예산을 2배 이상 늘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차를 개발한다는 비밀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진행되지 않았다. 최한영 현대·기아 자동차 전략조정실장은 “(월드카) 프로젝트를 검토한 바는 있지만 기획 단계에서 중단되었다”라고 말했다. 제품 개발에 따른 리스크가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현대차는 월드카 프로젝트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NF를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NF 프로젝트를 총괄 지휘한 강창기 남양연구소 프로젝트2팀장은 “신형 쏘나타는 현대차가 전력 투구한 작품이다. 신차 개발 과정에서 엔진·차체·플랫폼을 함께 개발한 것은 NF 프로젝트가 세계 최초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형 쏘나타의 핵심 기술은 세타 엔진이다. 개발 기간만 46개월이 걸렸다. 4세대 모델인 EF쏘나타는 피스톤만 알루미늄 합금이고 엔진 블록은 주철이었지만 NF는 엔진 블록까지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었다. 엔진 전체를 알루미늄 합금으로 주조해 엔진이 가벼워진 대신 내구성은 커졌다. NF 경쟁 차종으로 꼽히는 캠리나 어코드는 오래 전부터 엔진 블록을 알루미늄 합금으로 주조했다.

배기량 2400cc인 세타 엔진은 최대 출력과 최대 토크에서 캠리보다 앞서고, 연비는 ℓ당 10.9km로 어코드(10.8km)보다 좋다. 세타 엔진은 현대차가 다임러크라이슬러·미쓰비시와 합작으로 설립한 미국 법인 GEA가 개발한 차세대 엔진이다. 현대차는 이 법인을 통해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에 기술을 이전해주고 5천7백만 달러(7백40억원 가량)를 받았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는 내년 8~9월 출시하는 신차에 세타 엔진을 탑재할 예정이다.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은 “신형 쏘나타는 제품 고급화와 브랜드 파워 향상이라는 경영 목표에 충실한 제품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제품 고급화를 위해 고급차에 적용해온 첨단 브레이크 안전장치(EBD ABS)와 차체자세 제어장치(VDC)를 채택했다. EBD는 타이어의 속도를 센서가 감지해 타이어의 제동 압력을 개별적으로 제어하고, VDC는 위기 상황에서 브레이크와 엔진 출력을 능동적으로 제어해 주행 안전성을 확보해주는 장치이다. 또 최고급 차종인 에쿠우스 고객에게만 제공했던 3년/6만km 무료 사후관리(A/S) 프로그램을 신형 쏘나타 고객에게도 적용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부품 고급화와 첨단 사양을 채택하면서 제품 가격을 높였다. 김재일 현대차 해외영업본부장은 “품질과 성능에서 캠리나 어코드보다 뒤지지 않으므로 세계 시장에서 가격을 크게 높여 일본차와 경쟁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내년 3월 미국 앨라바마 공장에서 생산하는 신형 쏘나타는 캠리나 어코드와 비교해 2천 달러 내외까지 가격 차이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강창기 남양연구소 프로젝트2팀장은 “지금까지 제 값 받지 못하고 수출했던 것이 억울했으나 NF와 내년 출시될 그랜저XG 후속 모델인 TG는 정당한 가격으로 판매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내년 5월 미국에서 출시될 NF는 배기량 2400cc인 세타 엔진과 3300cc, 3800cc 람다 엔진을 탑재한다.
현대차는 미국 자동차 평가기관인 JD파워 제품 호응도(appeal) 조사에서 2년 연속 1위, 신차품질조사(IQS) 1위를 차지할 만큼 높아진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경쟁력을 판매 신장으로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신형 쏘나타가 직면하게 될 가장 큰 어려움은 브랜드 파워이다. 오랫동안 소비자 신뢰가 축적된 캠리와 어코드의 브랜드 파워를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김재일 본부장은 “브랜드 파워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품질 향상과 마케팅 활동,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기술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부문은 내구성이다. 초기 품질 조사에 뒤이어 발표된 내구성 조사에서 현대차의 순위는 크게 떨어졌다. 캠리나 어코드보다 EF쏘나타의 중고차 가격이 빨리 떨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강창기 팀장은 “(이를 만회하고자) 개발 초기 단계부터 품질 향상에 주력했고 특히 내구성 지수를 높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다”라고 말했다.

일본 혼다자동차는 1982년 4세대 어코드를 미국 시장에 출시하면서 어코드 돌풍을 일으켰다. 어코드는 그 해 미국 시장에서 수입차 부문 판매 1위에 올랐다. 이에 힘입어 혼다는 일본 업체로는 최초로 미국 현지 공장을 설립했다. 어코드는 이후 1992년까지 11년 연속 베스트 셀러 기록을 세웠는가 하면, 1989~1991년 3년 연속 미국 최고의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도요타도 1988년 미국 현지에서 캠리를 생산하기 시작해 1997~2000년 4년 연속 연간 40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미국 승용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수년 전부터 2010년 ‘글로벌 톱5’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어코드와 캠리가 ‘대박’이 나면서 혼다와 도요타는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로 떠오를 수 있었다. 현대차는 내년 3월 미국 앨라바마 공장에서 신형 쏘나타를 생산해 미국 시장에서 어코드와 캠리를 제치고 ‘쏘나타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이다. 혼다와 도요타의 제품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신형 쏘나타의 활약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주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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