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늘리려면 개방밖에 길 없다
  •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보) ()
  • 승인 2005.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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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경쟁력, 낙제점…장벽 없애야 고급화 가능
연초부터 ‘서비스산업 육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해마다 40만~50만 명씩 새로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인력에게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조업에 밀려 주목되지 못하면서도 서비스산업은 성장·고용 양면에서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로 성장했다. 2003년을 기준으로 볼 때 서비스산업의 GDP 비중이 57%인 반면, 제조업은 27%이다. 고용 비중은 서비스산업이 64%인 데 비해 제조업은 19%에 불과하다. 특히, 1991년부터 2003년 사이에 농림어업과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1백73만 개나 줄어들었지만, 서비스업종에서는 5백2만개가 창출되었다.

이런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나라 서비스산업의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낙후해 있다. 2001년 한국의 노동생산성을 100으로 볼 때 미국은 228, 일본과 프랑스는 200 수준이어서 우리 나라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은 선진국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서비스산업의 낮은 생산성과 비효율성은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류·연구 개발·컨설팅·디자인 등 기업지원 서비스업의 낮은 경쟁력은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을 제약하고 있다. 교육·의료·보육 등 사회 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낮아 경제 전체적으로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해외 고급 서비스 구매를 위해 비용을 많이 지출하면서 서비스 수지 적자가 해마다 만성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비스 수지 적자는 2000년 28억 달러에서 2003년에는 76억 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2004년 1~11월 중에는 73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04년 11월까지 유학·치료·관광·골프 목적으로 해외에 지출된 1백8억 달러와 해외 증여성 송금액 62억 달러를 합쳐 해외 소비성 지출은 총 1백70억 달러(약 18조원)에 달한다. 10억원을 서비스업에 투입할 때 새로 취업이 유발되는 계수가 24.3명임을 감안하면, 해외 소비성 지출(18조원)이 전부 국내 소비로 전환된다면 매년 일자리 최대 44만개 창출이 가능하다. 이는 달리 말해 매년 노동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40만~50만 명의 인력을 흡수할 기회가 해외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정부는 2001년부터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2001~2004년 서비스업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 강화, 중소기업 범위 확대, 전력요금 인하, 입지조건 개선 등이 이루어졌다. 업종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유망 서비스 업종을 선정하고 분야 별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지난 4년간 분야 별로 총 37 가지 대책을 세웠다.

이 결과 서비스업에 대한 차별 대우가 많이 시정되었고 규제도 다수 완화되어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이 구축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관계 부처 합의를 통해 비교적 쉽게 해결 가능한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이 추진되어 왔지만 이제는 근본적으로 국민적 합의와 지지가 없이는 더 이상 나아가기 어려운 한계에 직면한 상태이다.

앞으로는 제조업에 비해 불리한 정책적 차별을 개선하여 서비스산업의 체질을 강화해가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과제이다. 1960년대 이후 40여 년간 우리 나라는 제조업 위주의 수출 주도 성장 전략에 맞추어 정책의 틀을 짰다.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정부는 지난 3~4년간 이를 시정하려고 애썼다.

예를 들어 제조업은 모든 업종에 대해 세제 지원을 하면서 서비스산업은 극히 일부 업종만 지원해왔다. 그간 창업 중소기업 세제 감면 등 20개(국세 16개, 지방세 4개) 세제 지원 분야에서 차별을 개선하고 49개 서비스 업종에 대해 지원을 확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간 존재해온 정책적 차별을 불과 수년 만에 해소할 수는 없으므로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를 발굴·개선할 예정이다.

두 번째로는 서비스산업의 고급화와 고부가가치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의료·보육 등 사회 서비스업의 경우, 공공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풍조로 인해 산업이라는 인식조차 결여되어 있어 특히 서비스의 질이 낮다. IMD가 발표(2004년)한 대학 교육의 경쟁력은 조사 대상 60개국 중 59위이며, 의료 분야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조사한 보건 의료 체계의 전반적 성취도 측면에서 전체 1백67개국 중 58위에 그쳤다. 보육 서비스는 보육 수요층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해 민간 보육시설 이용률(현원/정원)이 80%에 불과한 수준이며, 이는 출산율 저하와 여성 경제 활동 참여 저조로 직결되어 고스란히 경제에 부담이 된다.

사회 서비스업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의 기본 수요 충족을 위해 공공성을 확충하는 한편, 공공성과 영리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의료·보육 분야에 많은 자본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제거하고, 수익 창출의 기회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시장 문 열면 소비 활성화에도 도움

주 40시간제 시행으로 수요가 증대하고 있는 관광·레저 분야의 경우, 고급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토지 이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 불합리한 규제가 잔존해 있다. 예컨대, 자연보전권역의 경우 소규모 난개발은 허용하면서 대규모 관광지 개발은 금지(6만㎡ 이상)하고 있으며,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여전히 사치재로 인식해 대중 골프장 세율(0.2~1.6%)과 달리 최고 세율(4%)을 과세하고 있다(대중 골프장 토지는 올해부터 별도 합산(0.2~1.6%) 과세로 전환).

서비스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개방과 경쟁’을 통해 세계 일류 업체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고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개방이 완료된 제조 업종에는 세계 1위 업종과 상품도 다수이고, 서비스 업종 중에서도 일찍이 개방된 항공·해운·건설 분야에서는 우리 기업이 세계 수위를 다툴 정도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미개방 상태인 교육·의료·법률 분야는 경쟁력이 낮아 해마다 수요가 해외로 대거 이탈하고 있다.

해외 여행이 자유로워 필요한 서비스를 해외에서 소비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오히려 해외 소비가 급증해 국내 소비를 위축시키고 국제 수지를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유학·치료·골프·관광 등의 목적으로 해외에서 지출되는 비용이 연간 1백20억 달러(13조~14조 원)을 웃도는 현실이 이를 입증한다.

이상에서 제시한 정책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에 정부는 국정 전반을 주관하는 국무총리 주재 ‘서비스산업 관계장관회의’를 신설하고 그동안 의견 대립이 심해 접근이 어려웠던 교육·의료·보육·법률 등 사회 서비스업의 고부가가치화에 주력해갈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중 DDA서비스협상 대상 업종에 대한 규제 현황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서비스 시장 개방을 위한 종합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또 올해 상반기 경제자유구역 내 해외 유수 교육·의료기관 유치를 위한 제도 개선 작업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유치 협상을 추진한다. 지난해 말 처음으로 지정된 지역특화발전특구를 확대해 서비스 업종 개방과 규제 완화 효과를 점차 전국으로 넓혀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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